대학으로 파고든 ‘동성애’, 식어가는 ‘기독 동아리’

김진영 기자 입력 : 2017.01.19 20:00

‘커밍아웃’ 후보의 잇따른 ‘총학’ 당선… 선교는 ‘제자리’

이화여대, 동성애 동아리 현수막 등장
▲과거 이화여자대에 걸렸던 성소수자 관련 현수막. ⓒ크리스천투데이 DB
연세대학교 신학과에 재학 중이던 한 여학생이 지난해 말 이 학교 제28대 총여학생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녀는 다름 아닌 연세대 성소수자 중앙동아리 '컴투게더'의 회원. 이에 컴투게더는 "커밍아웃을 지지한다"며 "퀴어가 이상한 것이 아닌 시대, 지금은 그런 시대이고, 그래야만 한다"고 했다.

국내 대학 캠퍼스에서 동성애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대도 지난 2015년 스스로를 레즈비언이라고 밝히 학생을 총학생회장으로 뽑았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계원예술대학교에선 얼마 전 동성애를 옹호하는 총학생회장이 선출됐다.

관련 동아리들도 늘고 있다. 기독교 계열 일반대학은 물론 신학대학교까지 예외가 아니다. 연세대 컴투게더는 1995년 생긴 우리나라 최초 대학 내 성소수자 동아리다. 이화여대에는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가, 숭실대에는 'SSU LGBT'가 있다. 총신대에선 '깡총깡총'이, 한신대에선 '고발자'가 활동한다.

급기야 이런 대학들이 모여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를 결성했다. 이들은 지난 2015년 홈페이지를 통해 "비공개 모임 3곳을 포함해 54개 대학, 59개 단체와 함께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동아리들은 캠퍼스에서 주로 성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현수막과 대자보 등으로 현실을 알리고, 세미나나 각종 문화 행사 등을 통해 인식 바꾸기에 나서는 식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다.

지난해 서울대 총학생회가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려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이 가이드라인이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금지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었다. 특히 '레즈비언' 학생이 총학생회장으로 뽑힌 후 일어난 일이어서, 연세대나 그 외 '커밍아웃'한 학생을 총학생회 임원으로 선출한 학교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기독교 동아리들의 현실은?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대학 캠퍼스 내 '기독교 동아리'는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다수의 관련 사역자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대학 기독교 동아리 간사는 "노방 전도나 찬양, 그 밖에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했다.

대학생 시절 선교단체 간사로 있다 약 2년 전 졸업했다는 한 직장인은 "대학 내 기독교 동아리들의 선교적 열정이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SNS 등의 발달로 정치 참여가 비교적 쉬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에 '취업 전쟁'도 기독교 동아리 침체에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세대 내 기독교 동아리의 한 간사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총학생회 등) 학내 활동에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다"며 "이번 총여학생회장 선거 때, 후보의 커밍아웃이 기독교 동아리들 사이에서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캠퍼스, 특히 기독교 동아리들의 변화상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세대 동성애
▲과거 연세대에 걸렸던 현수막 ⓒ크리스천투데이 DB
이 간사는 또 "단순히 '동성애는 죄'라는 주장만으로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 역시 복음 안에서 회복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들과 소통하고 여러 관련 이슈들을 담아낼 수 있는 담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캠퍼스 내에서 동성애자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지거나 그것이 하나의 큰 문화로 형성된다면, 그 부분은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했다.

기독교 동아리에서 활동했었다는 한 졸업생은 "요즘 기독교 자체의 입지가 매우 좋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에 어려운 실정"이라며 "(기독교 동아리들이 학내 동성애 문제에 대해) 나름 목소리를 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동아리라는 게 본래 학내 정치적 입지를 추구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활동에 적극적일 수도 없고, 그럴만한 정치적 역량도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그들이 무능해서라기보다는 한국 기독교가 그만큼 입지를 잃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스럽다"

주요셉 목사(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는 "한때 SNS 상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냈지만, 최근 파악해보니 제대로 활동하는 곳이 드물다"며 "오프라인에서 동아리를 결성하겠다고도 했지만, 아직 결성된 곳은 없는 거 같다. 현재도 이런 상황이기에 앞으로가 더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동성애를 묵인하거나 옹호·지지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대학 캠퍼스를 방치한 채 지금과 같은 방식만으로 동성애 반대운동을 펴다간 그 동력이 급속히 떨어져 끝내 벽에 부딪칠 것이 뻔하다"며 "따라서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할 전문 단체를 구성해 대학생 및 청년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현재 기독교계에선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등 다양한 반동성애 단체들이 있으나 대학생 및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사역을 펼치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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