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원서 전문서점 라비블의 신간 도서들을 소개합니다. 해당 도서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라비블 구입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편집자 주

해외 신간 Preaching Conversations with Scholars
1. Preaching Conversations with Scholars: The Preacher as Scholar

저자: Rodney Wallace Kennedy(ed)
출판사: Wipf & Stock

설교란 무엇이고 설교자란 누구일까요? 아마 이 질문을 던져보신 분도 많으실 거고, 이에 대한 대답을 고민해본 분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 명의 교역자로서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아왔죠. 그래서 이 제목을 보는 순간 책을 펼쳐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설교를 청중에게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고 정의합니다. 설교는 일종의 대화이기 때문에, 쌍방향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의 설교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엮은 결과물입니다. 자신의 설교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다른 목회자나 학자의 견해를 첨부하였습니다.

어쩌면 저자의 작업은 교회와 학계를 이어보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학술적 태도가 설교를 발전시키고 설교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설교자는 자신이 어떤 전제를 갖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고, 세속적 논리로 무장한 회중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분석해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설교를 듣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비평적으로 설교를 잘 듣고 소화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이 책 저자인 Rodney Kennedy 씨는 참 용감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설교문을 공개하는 것도 꽤 큰 용기가 필요한데, 나서서 다양한 사람에게 자신의 설교를 비평하도록 하다니 말이지요. 그것도 학자들에게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 덕분에 독자들은 많은 유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설교문 자체도 아주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적절한 주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에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설교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설교를 이해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학자들이 여러 관점에서 수행하는 설교 해석을 통해, 자신의 청중이 어떤 식으로 사고할지 엿볼 수 있습니다.

해외 신간 Barth: A Guide for the Perplexed
2. Barth: A Guide for the Perplexed

저자: Paul T. Nimmo
출판사: Bloomsbury T&T Clark

Bloomsbury 출판사에서 나오는 '갈팡질팡하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의 바르트 편입니다. A Guide for the Perplexed 시리즈는 특정 인물이나 주제에 대해 명확하고 짧으며 이해하기 쉬운 책, 말 그대로 '가이드'가 되어주는 책입니다. 주로 이 주제나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주제에 맞게 핵심 테마들을 쉽게 풀어 설명해주고,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바르트'도 사실은 이름이 참 무겁습니다. 교회교의학은 쉽게 펼 수도, 쉽게 닫을 수도 없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끈기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누구 앞에서 그 내용을 얘기하기가 꺼려집니다. "너 그거 잘못 읽었네!"라는 얘기를 들을까 두렵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여전히 바르트를 제외하고 20세기 신학을 논하기란 어려우니, 알기는 알아야할텐데....

그래서 이 책이 있는 겁니다!

저자는 우선 짤막하게 바르트의 생애와 그의 저작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그리고 교회교의학이 나온 순서대로 바르트의 하나님 말씀 교리(the doctrine of the Word of God), 신론, 창조론, 화해론을 각각 다룹니다. 각각의 주제를 다루기 전에 교회교의학의 전체적인 구조가 무엇인지 보여줌으로써, 바르트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신학을 전개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각각의 챕터 또한 지루한 줄글이 아닙니다. 한 챕터 안에도 여러가지 이정표가 있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 각 챕터에는 서론이 있어서 그 주제에 대한 개괄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각 챕터 곳곳에 'Comment(비평)'이라는 작은 소제목들을 달아놓아서 자신의 의견이라든지 바르트의 견해에 대해 생각해볼 지점들을 작게 소개합니다. 이 부분이 너무 과하지 않아서 글을 읽는 흐름에는 전혀 방해되지 않고, 좀 더 저자가 소개하는 바르트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바르트 신학의 각 지점에 대해 읽어볼 만한 책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짧은 설명을 첨부하여 더 읽고 싶거나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길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과장 조금 섞어, 모든 개신교 신학생이나 목회자가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신학에 관심 있는 비교역자에게도 좋겠습니다. 바르트는 누구든 거쳐 가야 하는 신학자이고, 바르트에 가기에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도 어렵지 않아서 누구나 사전만 있으면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해외 신간 Paul's Letters and the Construction of the European Self
3. LNTS (JSNTSup) 572: Paul's Letters and the Construction of the European Self

저자: Fatima Tofighi
출판사: Bloomsbury T&T Clark

Fatima Tofighi, 그녀는 현대 페르시아어(Farsi)를 모국어로 사용하지만, 영어와 아랍어를 수준급으로 구사하며 기독교 라틴어, 성경-랍비 히브리어, 신약 성서 헬라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읽을 수 있는 엄청난 실력자입니다. 2008년까지 이란에서 영어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2014년 글래스고대학에서 문학과 신학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 했습니다(박사 학위 논문의 제목은 '바울과 현대 유럽의 출현'입니다). 지금은 이란의 University of Religions and Denominations (Qom, Iran)에서 여성학 부학장을 맡고 있습니다.

기독교 신학 서적 저자로서는 상당히 독특한 배경을 가진 분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유럽의 성경이라 짚고 넘어갑니다. 그녀는 유럽의 성경해석 자체가 유럽의 정체성을 형성했다고 보고, 바울이 주인공이 되는 현대 성서 신학을 보면 유럽을 구성하는 이야기들을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요.

그렇다고 바울 신학을 중심으로 한 성서 신학이 유럽 사회와 사상을 만들어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바울 사상과 현대 유럽은 상호 대화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어왔고, 그 결과물이 현대 사회인 셈입니다.

이 흥미로운 주제를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풀어나갑니다. 처음에는 유럽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해석된 바울 신학에 대해 개괄적으로 다룹니다. 그리고 로마서 13장을 통해 복종과 전복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며 정치 신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를 시도하지요. 다음에는 갈라디아서 2장 11-14절을 통해 유럽 '종교'의 흥망을 설명하면서 성서와 철학, 바울과 유대교의 관계를 묘사하고 현대 사상가들이 바라본 바울을 소개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고린도전서 11장을 통해 유럽의 성(性)에 대해 논의합니다. Qom에서 여성학 부학장을 맡은 사람답게, 이 부분에 대해 철저한 논증을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읽으셨으면 아마... 이 책을 선택하기 조금 주저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영어가 꽤나 학술적이고 현대 사상가 중 굵직한 사람들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여 독자를 조금 힘들게 만듭니다. 저자가 박사 논문을 시작했을 때 이 책을 함께 시작하여, 박사 논문과 겹칠 법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한국 독자는 영미권 저자의 신학 서적을 읽는 데 익숙하여 이런 저자의 도전적인 책을 읽기가 두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책에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성서 원어를 바탕으로 한 성서 해석을 내려놓지 않으면서 동시에 현대 사상가들과 대화하려는 자세 자체만으로도, 이 책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성서는 끊임없이 그 독자로 하여금 현실을 재해석하도록 요구하는데, (소위) 외부인의 논리적인 분석만큼 그 요구를 가능하게 하는 게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깊이 있는 성서 읽기를 원하시는 분, 철학과 사회학의 관점에서 성서 읽기에 도전하고 싶은 분에게 적극 추천드립니다.

글: 하늘샘(문의: www.labi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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