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의 고별 연설과 ‘희미해진 기독교’

김진영 기자 입력 : 2017.01.12 14:53

관련 언급 거의 없어… 조지 워싱턴 “종교, 소중히 해야”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열흘 앞두고 고별 연설을 전했다. ⓒ유튜브 영상 캡쳐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지어졌습니다. 창조주는 우리에게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권리를 부여 했고, 여기에는 우리의 삶과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가 포함돼 있습니다."(We are all created equal, endowed by our Creator with certain unalienable rights, among them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그리고 그것이 이 미국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God bless you. And may God continue to bless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열흘 앞둔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의 대형 컨벤션센터인 맥코믹 플레이스에서 한 고별 연설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그가 기독교와 관련해 한 말의 전부이기도 하다. 특히 첫 문장은 미국 독립선언문에도 등장한다. 하나님의 축복을 비는 마지막 인사가 그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이 마지막 연설에 사실상 '기독교'는 없는 셈이다.  

물론 직접적인 기독교 용어가 쓰인 게 그렇다는 것이지, 연설 자체가 비신앙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정신에 비춰볼 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만약 내가 8년 전에 '결혼의 평등'(marriage equality)을 말했다면, 아마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8년 사이) 우리는 그것을 해냈고, 시민들이 그 변화의 주역이었다"라고 하거나 "LGBT 권리의 확대(to expand LGBT rights)"라는 말을 비롯해, 소수자들에 대한 연대와 이해를 촉구하며 "성전환자"(transgender American)라는 표현 등을 썼다.

'동성애자'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태도와 생각은 실제 그의 재임 기간 중 많은 부분에서 그 동안 미국이 지켜왔던 전통적인 입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2015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법화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비단 성(性) 문제 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은 흔들렸다.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이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는 인사를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보다 더 좋아한다고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이전에 비해 더 세속화 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공직자를 포함한 개개인의 신앙적 표현은 엄격하게 제한됐고, 심지어 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고별 연설에서 무려 20차례나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그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때마다 위협을 받는다"(Our democracy is threatened whenever we take it for granted)고 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민주주의를 있게 한 근원에 기독교가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1796년 9월 17일 했던 고별 연설에서 "정치적 번영으로 이끄는 모든 자질과 관습 중에서 종교와 도덕은 없어서는 안 되는 지주"라며 "인간의 행복을 위한 이 커다란 지주, 인간과 시민의 의무를 가장 확고하게 떠받치는 이 지주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리 애국의 공덕을 외치더라도, 공염불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순수한 정치가들은 성직자에 못지않게 종교와 도덕을 존중하고 소중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출처-「미국의 역사와 민주주의: 미국의 개관」(2004, 미국 국무부|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과) 청교도들이 미국을 세웠다는 점에서 조지 워싱턴이 말한 '종교'가 '기독교'를 의미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무엇보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인용한 독립선언문의 구절,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지어졌다. 창조주는 우리에게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권리를 부여 했고, 여기에는 우리의 삶과 자유, 그리고 행복의 추구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적 정신이고, 이는 창조주, 곧 하나님을 빼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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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고별 연설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튜브 영상 캡쳐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50%를 넘는다고 한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취임 당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지금까지 그에 상응하는 포용적인 정책으로 무리 없이 국정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나를 더 나은 대통령이 되게 했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다"(You made me a better President, and you made me a better man), "우리는 할 수 있다. 그리고 해냈다"(Yes We Can. Yes We Did) 등의 말로 국민들의 마음을 만지고 소통할 줄 아는 그였기에 더 많은 이들이 그에게 열광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기독교적 가치관을 지키는 데 있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과연 그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지는 냉정히 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또한 다시금 미국을 이끌어 갈 도널트 트림프 차기 대통령에게 많은 기독교인들이 기대를 거는 이유다.

한편, 박해감시단체인 국제기독연대(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 ICC)는 최근 기독교에 대한 박해 관련 문서에서 미국을 러시아, 멕시코와 함께 종교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는 나라로 꼽았다.

ICC는 "최근 미국 내 기독교인들과 모든 종교인들이 법적으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미국에서는 세속주의를 향한 광범위한 문화적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기독교인들의 삶을 박해국의 기독교인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이같이 우려스러운 흐름을 종교 자유 위축에 대한 '경고 신호'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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