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답게 한파가 기승을 부립니다.
북악산 계곡 사랑의 농장은 산중이라 더 얼어 붙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노숙하는 형제들을 대접하겠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부암동 삼거리의 자하손만두를 운영하시는 박 선생님입니다.  

제가 손만두집을 처음 안 것은 벌써 25년 전 일입니다.
김환기 미술관에 왔다가 만두집에 들렀던 것입니다.

그때도 그 집은 유명한 곳이었고
아는 분들만 주로 드나드는 곳이었습니다.
그 시절부터도 서울식으로 품위를 내세우는 독특한 만두집이었습니다.

소문엔 왕궁에서 들던 만두국 맛이라고도 했고
궁 안에서 요리하시던 할머니가 직접 빚어서 만드셨다고도 했습니다.

저도 특별한 분들의 초대를 받거나
대접을 해야 할 때에
이곳을 찾기도 하였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더욱 유명해져서
특별한 날에는 인근 도로가 막힐 정도로 성황입니다.

지금 운영을 맡고 계신 박 선생님은
학교 선생님을 하시다가 가업을 이으셨다고 합니다.

지난 해 여러 공적 사적 자리에서
뜻밖에 박 선생님을 수 차례 뵙게 되었는데
제가 어려운 이웃을 인근 농장에서 함께 일하며 돕는다 하니
더 반갑게 맞아주면서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을 표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서
우리 형제들에게 한 달에 한번 만두국 대접을 부탁 드렸더니
너무도 기쁜 마음으로 그리하겠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새해를 맞아 오늘 시간이 되어 맛있는 만두국 대접을 받았습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박 선생님이 오늘은 외부 일로 출근이 어려운 형편이었는데
우리들이 온다 하니 출근을 하여 대접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자리는 따뜻하고 오붓한 옥탑방으로 특별히 배려해 주시고
메뉴는 만두국만이 아니라 빈대떡과 수육냉체까지 마련해 주셔서
우리 형제들에겐 추운 날이기에 더욱 따뜻하고 융숭한 대접이었습니다.

실로 세상에 사랑이 식고
날이 추우니 더욱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날이 추울수록 깊은 샘은 얼지 않고 더욱 따뜻해 집니다.
<이주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