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올해는 반드시 자존감을 높이자

김은애 기자 입력 : 2017.01.10 18:47

강선영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왜 내 자존감은 낮아졌을까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자존감이 높아야 매사에 자신감이 있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되고 휘둘리지 않는다는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존감은 건강하게 자란 사람에게는 저절로 내면에 굳건히 자리잡아 굳이 높이거나 회복하지 않아도 될텐데 왜 누구는 자존감이 높고 어떤 사람은 낮은 자존감 때문에 고통스러워야 할까.

자존감이 건강하게 형성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겪게 되는 부모님의 양육태도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날 때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날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가끔 환타지적인 상상을 하곤 한다. 세상에 아기로 태어날 시간이 정해진 영혼이 하늘에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그 영혼은 너무 완벽하여, 아무리 양육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부모라도 자신만만하게 괜찮다고 생각하며 미성숙한 부부에게서 태어나기로 작정하고 신에게 허락을 구한 것은 아닐까, 하고. 그런 선택을 스스로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죽어서 신에게 물어봐야겠다. 신이 결정한 건지 내가 선택한 건지. 나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라면 정말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거나 아니면 세상 물정, 아니 인간 세상의 녹녹치 않은 삶을 전혀 모르는 순진무구의 상태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던져진 것이겠지 싶다. 

내 엄마를 이해할 수 없어

"제가 엄마가 되고나니까 우리 엄마를 더욱 이해 못하겠어요. 어른들이 늘 얘기했죠. 네가 애를 낳아보면 엄마 심정을 알게 된다고 엄마도 얘기했죠. 그런데 더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제 아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토록 연약하고 작은 아기를 어떻게 그렇게 대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사랑하고 돌보지 않고 그렇게 상처주며 키울 수 있는지 더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런 엄마 아빠가 내 부모라니 너무 슬퍼서 견딜 수가 없어요...."

혹시 이 아기 엄마의 마음에 공감이 가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좋은 양육자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좋은 양육자가 반드시 훌륭한 인물이 아니어도 괞찮다. 그냥 좋은 양육자면 된다. 좋은 양육자는 아기가 자라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적인 것과 사랑과 돌봄 같은 정서적인 것을 잘 충족해주는 양육자를 말한다. 

정서적으로 상처주는 말을 해서 사랑을 잘라버리지 않으면 된다. 조금만 실수해도 가차없이 처벌하지 않는 부모면 된다. 더 많은 돈과 더 비싼 옷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냥 사랑과 돌봄을 주며 때때로 아이가 자라갈 때 주눅들거나 자책할 때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어"라고 격려해주고 믿어주면 된다. 

어마어마한 값비싼 것을 주고도 모멸감도 함께 준다면 가장 나쁜 양육자가 되는 것이다. 매일 매 순간 야단만 치고 칭찬 한번 하지 않는다면 정말 나쁜 양육자인 것이다. 자신의 분노를 못 이겨서 함부로 소리지르며 굴욕감을 안겨준다면 최악의 부모인 것이다. 

아기는 부모를 거울처럼 반사시켜 자신의 자아상을 형성해가고 자존감을 견고하게 만든다. 그런데 나쁜 양육자, 최악의 양육자에게 양육되는 동안 자존감은 계속 추락하게 된다. 모든 감정과 신체적 에너지는 그 양육자에게 상처받지 않는 방법만을 한없이 찾게 된다. 거기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고 자신을 가꾸거나 성장시키는 데 쓸 에너지가 없이 겨우 연명해 나가게 된다. 

상처의 시대를 지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외세의 침략을 수없이 받았으며, 일제 치하의 잔재들을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채 너무 급격한 경제 성장만을 추구해 온 불행한 나라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이 상처 없이 살 수가 없고 치유되지 않아 분노로 전환된 감정이 폭발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그래서 오랜 세월, 세대를 건너 오면서, 아들에게 화를 내는 아버지, 아버지에게 화를 내는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렇게 분노는 대물림 되었고 상처와 피해의식도 세대를 건너 이어져 왔다. 

"네가 부모가 되면 부모 마음을 알거야"라는 말도 부모 세대의 합리화이며 "너에게 상처주어 미안하다"는 자존심 상하는 말 대신에 너무나 쉽게 하는 자기변명일 뿐이다. 부모가 먼저 "나를 본받아 너도 좋은 부모가 되어라"라고 말해주면 안 될까. 상처받고 자존감은 바닥이며 비참해진 기분으로 겨우 살아가는 자녀에게는 자기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분노를 유발할 뿐이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치유가 된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자. 사과를 하거나 죄를 인정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우리나라식 미성숙의 모습을 벗고 치유의 말을 하자. 그래서 상처의 시대를 지나 상처 준 것을 인정하며 사과하는 성숙의 시대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어떻게 자존감을 높일까

자존감은 상처가 치유된 만큼 회복된다. 우리가 처음 세상에 아기로 왔을 때 우리 모두는 '놀라운 아이'였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모든 가능성을 다 갖고 있으며 자신도 타인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신비한 존재였다. 

그러나 양육자에게 상처받아 내면에 쌓인 말들이 부정적일수록 그 놀라움과 신비로움은 파괴되어 갔다. 자라는 동안 자존감은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그러므로 자존감을 회복시키려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부정적인 말을 뿌리채 뽑아내야 한다. 부모가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주입한 부정적 메시지는 상처와 함께 자리잡아 자존감 낮은 어른을 만들었다.

그 상처받은 말들을 하나씩 치유하면 된다. 하나씩 치유하는 동안에 자존감은 회복되기 시작한다. 물론 오랫동안 자아상이 무너져 있었기 때문에 원래의 자기 모습이 지금 이 모습인 줄 알 것이다. 행복하고 빛나는 모습은 낯설고 어색할 수 있다. 자존감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건강한 모습을 받아들이게 된다. 

상처받아 새겨진 가시같은 말들을 하나씩 뽑아낼 때 잠깐씩 아플 것이다. 그러나 뽑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아프더라도 뽑아내야 진짜 자신과 만난다. 자존감 높은 고유의 자신을.

올해는 반드시, 꼭, 자존감을 높아지게 만들자. 자존감 높은 자신을 간절히 원하고 받아들이고 노력하자. 그래서 연말 즈음엔 자존감 높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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