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계가 '제로 베이스'에 섰다. 지난해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 총 숫자가 2015년과 동일한 2만 7,205명으로 집계된 것이다. 숫자가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일단 선교사 파송 숫자만으로 볼 때는 성장이 멈춘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통계는 9일 오전 열린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제27회 정기총회에서 발표됐다. KWMA의 2016년 선교사 파송 현황에 따르면 파송 국가는 지난해 내전으로 한 국가가 나눠지면서 172개국으로 1곳 늘었지만, 선교사 숫자는 지난 2015년과 똑같았다.

한국 선교사 숫자는 2009년 처음 2만 명을 돌파한 후에도 2010년 2만 2,014명, 2011년 2만 3,331명, 2012년 2만 4,742명, 2013년 2만 5,745명, 2014년 2만 6,677명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었다.

한국교회의 세계 선교를 총괄하고 있는 KWMA는 이번 결과를 아직까지 부정적으로만 해석하고 있진 않다. 2017년 올해 선교사 파송 현황까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선교가 질적 성장을 위한 기경을 시작하면서, 다시 '멀리뛰기'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고 있다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한국 선교사 파송이 꼭짓점을 찍고 이제는 내려가는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2017년을 지켜보고 나서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선교사 숫자는 단기 선교사 정리나 선교활동과 무관한 일을 하는 이들에 대한 선교사 명칭 삭제 등 '허수 제거'가 제대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선교사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작년과 같았던 것은, 허수로 채워져 있던 자리에 신임 선교사들이 새로이 파송받았기 때문으로, 오히려 실제 선교사 숫자의 증가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교회나 선교계는 '선교사 숫자 동일'이라는 결과를 다시 한 번 '신발끈을 고쳐 매는 계기로 삼고 분발해야 할 것이다. KWMA는 2030년까지 선교사 10만 명을 파송하겠다는 '타겟 2030'을 큰 비전으로 삼고 있는 만큼, '질적 성장'에 의의를 두고 자부심을 갖기보다 식어져 가는 청년들의 선교 열정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선교 동원에 적극적이던 '파라처치' 선교단체들은 대부분 선교사 숫자가 줄어들었고, 지난해 여름 청년들의 선교동원 행사인 '선교한국'에 참가한 청년들의 숫자도 예년에 비해 감소하는 등 위기의 신호는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가장 '연합'이 잘 되는 것으로 알려진 선교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난국의 타개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교단체의 선교사 감소와 교단 소속 선교사 증가의 원인과 배경을 파악하고, 파라처치와 로컬처치 파송 선교사들의 조화와 상생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파라처치 선교사들만의 강점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KWMA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조용중 선교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조 선교사는 이날 총회에서 "지금 한국교계와 선교계가 위기라고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또한 우리에게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세계 선교계와 함께 선교를 섬기고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선교 동원에 있어서도 선교사가 될 만한 사람을 키우는 '드래프트 시스템'을 천명했다.

조 선교사가 선교단체 관계자들로부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선교계와의 교류에 능하고 신·구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선교사들의 '최전방'에 서서 선교계를 잘 추스르고 이끌어 한국교회에 '제2의 선교 르네상스'가 찾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