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 제58회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순권 목사, 김명혁 목사, 김영한 박사. ⓒ학술원 제공
제58회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가 '2017년 한국 사회를 향한 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6일 오전 서울 신반포중앙교회 본당에서 개최됐다.

새해 처음으로 열린 이날 발표회에서 김영한 박사는 최근 시국과 관련, '법치에 따른 합리적 개혁과 자유민주체제의 안정과 성숙으로 결실돼야 한다'는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했다.

김영한 박사는 "촛불시위과 탄핵 정국 그리고 탄핵 반대의 태극기 시위로 갈등 속에 있는 우리 사회가 하루속히 정치사회적 안정을 뒤찾기를 염원한다"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권력의 사유화 및 비리를 야기한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한 온 국민들의 분노로 10차에 걸친 광화문 촛불시위가 열리는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는 법치에 따르는 안정된 결론과 개혁을 위해 나아가는 선진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최고 통치권은 정의로운 다스림에서 나오므로, 대통령은 철저히 자신을 비우고 국민에게 참회하고 공공성을 회복하고 스스로 명예로운 품위의 길을 가야 한다"며 "국민이 위임한 신성한 권력의 사유화를 야기한 대통령은, 철저히 자신을 겸허하게 성찰하고 약속한 명예로운 퇴진을 실천해야 한다"고 전했다.

촛불집회에 대해선 "분노의 시위가 아니라 사회의 정의를 밝히는 성숙한 시위가 돼야 한다"며 "촛불 시위는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밝히고 이를 위한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하는 거룩한 행동으로, 은폐된 사회적 불의와 비리를 밝히고 사회가 보다 성숙하게 발전하여 다시는 사사로운 개인의 이권을 위한 국정농단이 없도록 해야 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 사회가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서로 간에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며 "촛불 시위는 분노로 끝나는 대신 명예스러운 퇴진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태극기는 촛불이나 대통령 비판 세력을 종북으로 몰지 말고 이들의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열정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구조 개정도 촉구했다. 김 박사는 "인치가 아니라 법치가 제도화되는 장치를 마련하고, 대통령의 권력은 견제를 받아 입법, 사법, 행정이 국가의 업무를 서로 견제하면서 맡으면서 협력적인 봉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며 "실패 경험을 나라 전체가 공유(共有)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면 선진국이다. 우리는 위기의 원인을 잘 성찰하여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헌법적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교회에 대해서는 최태민에게 안수해 목사 행세를 하도록 한 것과 박근혜 대통령이 1975년 장신대에 입학해 기독교를 알려고 했을 때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한 점을 큰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시 운동권 신학생들은 그녀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반대하면서 기독교 입문의 길을 봉쇄했고, 한국교회도 독재자의 딸이라며 정죄하기에 여념이 없어 사랑과 관용으로 십자가의 정의와 사랑을 가르쳐주지 못했다"며 "그래서 박근혜는 영세교의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한국교회 미성숙한 목회자들의 불찰"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한 박사는 "한국교회가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 세상 권력의 오만과 불의한 통치에 대해 예언자적 선포를 하기는커녕, 세상 권력에 기대려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이 같은 반성을 바탕으로,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며, 이 땅 위의 권력층과 지도자들의 비리를 지적하고,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해 분열된 사회 구성원을 통합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교회의 과제'를 교회사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그는 "성경 사사기 시대 또는 교회 역사를 되돌아볼 때, 교회가 40여 년 또는 70여 년 동안 교회다운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한 때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한국교회도 일제 치하 박해 시대, 6·25 전쟁 이후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잘 살아보세'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고 전쟁 없는 '평화의 시대'가 오래 계속되면서부터 점점 '세속화'와 '인간화'에 치우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 신앙의 선배님들인 길선주·이기풍 목사님, 주기철·손양원 목사님 등은 이 세상의 것들을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늘을 바라보는 천국 소망에 붙잡혀 살았는데, 오늘날 한국교회는 정반대가 되어 세상만 바라보게 있다"며 "특히 '세속화'와 '인간화'에 치우치다 보니 '죄인 의식'은 사라지고 '의인 의식'에 사로잡혀 분열과 분쟁을 일삼게 됐다"고 개탄했다.

기독교학술원 제58회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다. ⓒ학술원 제공
그는 "한국교회가 최우선적으로 힘써야 할 것은 지금의 잘못을 뉘우치는 처절한 회개와 참회로,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하고 통회하는 회개와 참회의 제사라고 말씀하고 계신다"며 "또 진리의 깃발을 휘두르고 유창한 설교나 심오한 신학강의를 하는 대신, 화해와 평화와 하나됨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그렇게 한다면, 한국 사회도 한국교회에 감동을 받아 보다 정직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고, 잘못을 범한 정치 지도자들도 진솔하게 잘못을 인정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소금과 빛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최선을 다하여, 자신을 희생하여 사회의 부패를 방지하고 어두움을 몰아내 밝고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역할에 헌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교회의 과제를 목회적 측면에서 발표한 김순권 목사(예장 통합 증경총회장)는 "2017년은 '느낌표(!)와 물음표(?)를 동시에 갖게 하는 해'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는 한 해를 또 다시 맞는 감격 가운데, 1월 초부터 우리에게 많은 변화와 격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정치적·사회적 급변으로 불안을 안고 있는 국민과 성도들을 향해, 목회자들은 소명과 사명을 시대적 책무로 삼고 돌봄과 치유의 목회, 그리고 흔들리는 성도들과 이웃들을 향한 예언적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며 "올해 목회현장은 건물이나 조직을 중심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부르심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Ekklesia)라는 교회의 정의처럼 대중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목회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팎으로 갈등이 심하고 불안한 성도들과 이웃들을 향해, 율법적이고 딱딱한 지시적 목회보다는 따뜻한 위로가 있는 '사랑의 목회, 치유의 목회'를 펼쳐야 한다"며 "부드러운 목회는 '왜?'를 연발하는 검사형보다 말 한 마디라도 호감과 도움을 줄 수 있는 변호사형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2017년 목회는 부드럽고 촉감이 좋아 더 만지고 싶고, 뭐든지 잘 빨아들이고 받아 넘기는 '스펀지 목회'로 성도들에게 사랑과 칭찬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며 "언제 어디서나 화해자 바나바처럼 권면과 사랑을 실천하여, '스펀지 목회'의 삼박자인 '멜로디, 리듬, 하모니'를 잘 유지하는 '희망 목회, 사랑 목회'가 전국에서 이뤄지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이 외에 박봉배 박사(감신대 전 총장)가 윤리적 측면에서 발표했다. 발표회는 차영배 박사(총신대 전 총장)의 종합과 박봉규 목사(사무총장)의 광고, 이영엽 목사(이사장)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앞선 경건회에서는 김지훈 목사(신반포중앙교회) 사회로 차영배 박사가 설교했으며, 이윤희·류성렬·김송수 목사가 기도를 각각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