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포럼
▲세미나에서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개혁신학포럼(총괄책임 최더함 교수) 제13차 정기세미나가 '개혁주의 칭의와 성화론'을 주제로 19일 오후부터 1박 2일간 남양주 천보산 민족기도원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신호섭 교수(고려신학교)가 '개혁주의 전가 교리와 칭의', 서문강 교수(칼빈대)가 '왜 이신칭의를 지켜야 하는가', 조덕영 교수(평택대)가 특강 '칼빈의 과학관'을 각각 발표했다.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으로 영원한 생명을"

신호섭 교수는 "칭의 교리 논쟁의 핵심에는 바로 죄인이 의롭다 함을 받는 토대와 근거로서의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이라는 의의 전가 교리(doctrine of imputation·轉嫁)가 자리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종교개혁자들의 칭의 이해에 관한 한,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에 표현된 순종의 전가 교리는 하나님께서 죄인을 의롭다고 칭해 주시는 칭의 교리의 중대한 토대가 돼 왔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샌더스나 제임스 던, N. T. 라이트 같은 '바울 신학의 새 관점' 옹호론자들이 만장일치로 그리고 일관성 있게 개혁주의의 '전가 교리'를 배격하고 있음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며 "이에 대해 미국 신약학자 가이 워터스(Guy Waters)는 '이들이야말로 인간의 원죄와 그 결과의 참혹성과 심각성에 대해 철저하게 비관적인 바울 신학을 아예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거나 모른 척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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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섭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후에는 청교도들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의 완전한 순종(perfect obedience of Christ)', 특히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active obedience of Christ)'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수동적 순종은 그리스도께서 공의의 요구를 만족시키시는 그의 속죄적 고난을 지칭하고, 능동적 순종은 삶의 규범과 법칙으로서의 율법에 대한 순종을 의미한다"며 "그의 수동적 순종을 통해 고난과 죽음을 견뎌내셨고 파괴된 율법의 형벌의 값을 지불하셨고 조의 사면을 확보하셨으며, 능동적 순종을 통해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교훈적·명령적 율법에 순종하셔서 영원한 생명을 성취하셨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는 첫째로 죄의 용서 즉 사면을 수반하는데, 이는 단지 죄의 형벌을 제거해주는 소극적 의일 뿐으로 청교도들에 의하면 이는 그리스도의 수동적 순종에 의해 확보된다"며 "반면 전가의 둘째 결과는 '긍정적 의의 전가', 영원한 생명 즉 천국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죄의 용서를 확보하기 위해 율법 전체를 소극적으로 순종하셨을 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 영원한 생명을 얻으시려 율법 전체를 적극적으로 순종하셨다"고 설명했다.

성화(聖化)에 대해선 "중생받은 신자들이 그 영혼 속에 심겨진 거룩하고도 강력한 영적 생명의 출생 결과, 그 거룩한 성향이 계속해서 삶 속에 발현되고 구현되는 것으로, 이런 의미에서 성화는 하나님의 사역이자 신자의 사역이라 할 수 있다"며 "성화는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서 행하시는 일인 동시에 우리가 두렵고 떨림으로 이뤄가야 할 거룩한 사역이기에(빌 2:12-13), 성화의 거룩한 사역이 우리 칭의의 근거가 되진 않는다"고 단언했다.

또 "칭의가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역사인 반면 성화는 우리 안에서의 하나님의 역사"라며 "이렇듯 청교도들은 칭의와 성화를 올바르게 구분했다. 칭의는 신자의 신분에 대한 관계적 변화와 관련된 반면, 성화는 실제적 변화와 관계한다. 칭의는 단번에 이뤄진 사역이고 성화는 점진적인 발전의 과정이지만, 청교도들은 항상 칭의와 성화가 서로 함께 속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했다.

신호섭 교수는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의 전가는 우리가 법적으로 의로운 자가 됐음을 선언해줄 뿐 아니라 그것에 대한 견고한 확신과 보증을 제공하고, 전가의 즉각적 결과는 위대한 평강과 안전에 대한 감정"이라며 "그러므로 신자들은 오직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 안에서 그들 자신의 영원한 구원을 즐거워하고 확신할 수 있고, 하나님의 영광과 그 나라를 위해 확신 넘치게 사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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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강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교리와 신학이 있는 사경회로 회귀해야"

서문강 교수는 "오늘날 '바울 신학에 대한 새 관점'이 일어나 개혁주의 신학의 기본과 근간을 이뤘던 기존 '이신칭의' 교리의 개념과 틀을 바꾸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지금까지 묻혀왔던 진리의 국면을 새롭게 발견한 것 같이 여겨져 많은 이들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으나 실상 사도 시대에 사도의 복음을 대항하여 일어난 '율법주의(Legalism)'와 유대 선민사관에 입각한 '유대(Judaism) 전통주의'가 현대신학의 옷을 입고 재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오늘날 교회들이 무기력하고 변화 없는 '교인들'을 양산하는 이유를 '이신칭의 교리'에 대한 기존 이해의 흠결에서 찾으려 하고, 자신들은 '복음을 믿는 사람들의 윤리성과 역동성'을 진작하는 논리를 새롭게 구축하려 한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오늘날 교회들에 있어 가장 크게 결여된 문제는 이신칭의 교리의 본질과 그 정체를 제대로 학습하지 못하는 데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사람이 하나님께 의롭다 하심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오직 값없이 은혜로 그리스도 안에 있는 믿음으로 말미암는다'는 이신칭의 교리에 손을 대면, 다른 복음을 전하는 이단"이라며 "실로 이 교리는 성경의 대중추이자 사도의 복음의 핵으로서, 이를 포기하면 성경이 말하는 복음의 전 체계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서문강 교수는 "신자의 죄는 '칭의' 문제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성화'의 숙제로, 이신칭의는 믿는 자의 영원한 구원과 그 안전성의 근거가 되기에, '구원의 확신의 중심'에 이신칭의 교리를 아는 '감격과 감사'를 솟구쳐내는 샘이 있다"며 "성화는 바로 이신칭의의 은혜의 보장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람이 그 속에서 그리스도의 구속의 효력으로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기름부으심과 그에 대한 성도의 반응을 그 내용으로 하며, 거기서 내주하는 '죄 죽이기'가 진행돼 성화가 이뤄져 간다"고 말했다.

그는 "성화와 성도의 견인, 영화는 이신칭의의 은택 안에 있는 자 속에서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역동적 추이(推移)로, 그래서 교회사적으로 가장 찬란한 영적 각성과 부흥의 시기는 교회가 이신칭의 교리를 반복 학습하는 시대였다"며 "오늘날 이단들의 발호와 비윤리적 행태들은 복음의 핵심인 이신칭의 교리의 능력과 그 영광을 외면한 강단 메시지들과 무관치 않으므로, 교회들이 이제 단순한 '심령 부흥회'가 아니라 낙담하여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를 돌이키신 부활의 예수님의 방식처럼 '교리와 신학이 있는 사경회'로 회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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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칼빈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믿었나?"

조덕영 교수는 "존 칼빈은 자연과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칼빈이 현대 과학기술 시대를 산다면, 어떤 신학적 해석과 입장을 취했을까?"라는 물음으로 특강을 시작했다. 그는 "마르틴 루터와 존 칼빈은 근대 과학을 향해 꿈틀거리며 역동성을 발휘하기 시작한 자연과학의 바람을 결코 피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다"며 "특히 칼빈의 경우 신앙인의 입장에서 점성술이나 천문학에 대한 관심이 결코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칼빈이 반(反)코페르니쿠스주의자였다는 비난이 있으나, 그의 저서나 관련 문헌 어디에도 코페르니쿠스에 대한 언급 자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 비난은 옳지 않다"며 "칼빈은 자연과학에 대해 열려 있었고 연구를 적극 권장하는 등 오히려 그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칼빈은 다만 성경을 관점과 관심이 다른 책으로 봤는데, 성경이 천문학이나 고도의 기술을 가르치려는 책이 아니었다는 것"이라며 "칼빈은 자연에 대해 '인간이 타락한 후 조금 일그러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하나님의 아름다운 책'으로 봤고, 성서 해석에 있어 자연과학을 결코 부정하진 않았지만 과학과 과학자 만능의 엘리트주의자도 아니었다"고 소개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이와 관련, ①자연에 대한 과학연구에 긍정적 활력을 불어넣었고 ②과학 연구의 장애물을 제거했으며 ③성경을 적응(accommodation)의 방법으로 이해하려 했다고 칼빈의 3가지 공헌을 그의 책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적응'에 대해 "마치 아버지가 자녀를 돌보면서 자녀들의 방식이나 언어를 채택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적응은 라틴어의 수사학자나 법학자들이 청중들의 상황과 구조, 성격과 지적 수준, 감정 상태 등에 적응하며 조절하고 적합하게 진행하는 사용법으로 초대 교부 오리겐(Origen)과 크리소스톰(Chrysostom), 어거스틴(Augustine) 등이 이 원리를 일찍부터 이용했고, 칼빈도 신학 언어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조덕영 교수는 "현대과학의 문제들을 다루는 데 있어 기독교는 분명 칼빈의 '적응'을 사용할 수 있고, 이 '적응'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현대적 이슈를 해석함에 있어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며 △사랑과 평화의 방법 △겸손과 기다림의 방법 △명료성 △적극성 △자유함 등의 방법을 열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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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더함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성도들 삶의 문제를 주님의 구원 방식 문제로?"

개혁신학포럼은 창립부터 현존하며 상기되는 신학적 이슈들에 적극 대응하면서 개혁주의 신학을 변증해 왔다. 최더함 교수는 이에 대해 "작금에 종교개혁의 근본이랄 수 있는 '이신칭의'에 대해 다른 주장을 하는 무리가 나타나 한국교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이른바 '유보적 칭의론' 혹은 '예약적 칭의론'이라는 것인데, 한 마디로 이는 종교개혁으로 탄생한 개혁파 교회를 허물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이론"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소위 '새관점주의자들'이 펼치는 주장의 핵심에 대해 "잘못된 칭의론 때문에 성도들의 왜곡된 구원관과 비윤리적 행위들이 정당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성경이 말하는 칭의(Justification)는 결정되거나 온전한 것이 아니라 일단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에 대한 구원의 시작 단계(첫 열매)로서 이는 최종 단계인 최후 심판의 때에 이르러야 완성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세윤 등 이를 지지하는 무리들은 종교개혁가들이 칭의를 잘못 해석하는 바람에 많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잘못된 윤리와 그 행위를 유발케 했다고 강변한다"며 "성도들 각 개인의 삶이 비윤리적·비도덕적이라 하여 주님의 구원 방식과 절차와 단계가 문제가 있거나 시대와 환경과 상황에 따라 변질되거나 축소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마치 과수에 맺은 열매들이 썩었다고 그 모든 원인을 오직 뿌리에게만 돌리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취지를 밝혔다.

최 교수는 "칭의 즉 '의롭다 함을 받음'이 곧 완전한 성화를 말하지 않는다"며 "칭의는 말 그대로 전혀 그런 호칭을 받을 수 없는 택함 받은 죄인이, 하나님 은혜로 '의롭다 함'을 받고 법적으로 사탄의 치하에서 자유하게 된 것을 이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칭의와 성화는 긴밀히 연결돼 있으면서 서로 구별된 구원의 단계요 서정"이라며 "사형수가 재판관의 판결에 의해 무죄 선고와 함께 감옥으로부터 자유해졌다고, 그가 갑자기 도덕적·윤리적으로 완전해지거나 성인군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여전히 죄성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지만, 성령에 의해 나날이 성화되어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