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종교개혁사, 황희상, 흑곰북스, 400쪽, 25,000원. ⓒ흑곰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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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31일. 1517년 10월 31일에 독일 신학자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에서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한 날로부터 정확히 499년이 지난 이 날에, 무덤에 잠들어 있던 루터의 눈이 번쩍 뜨이게 할 만한 책 한 권이 (루터는 그 존재를 몰랐을) 한국 땅에서 출간되었다.
4년 전인 2012년 이미 <특강 소요리문답>을 펴내면서,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이 유통되던 교계와 출판계 판도를 뒤흔들었던 저자는 4년 뒤 한층 더 창의적이고, 한편으로는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지난 책에 비해 두드러지게 자기를 낮추고, 독자를 배려하는 겸손한 글쓰기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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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그리고 이제 와서 책을 읽는 중에 알게 된 것은, 이들에게, 특히 저자에게 나는 그리 훌륭한 가이드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관심사가 서로 조금 달랐기에, 저자가 보고 알고자 했던 것과 내가 가이드로서 알려주고 전해주고 싶었던 것에 편차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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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오기까지 4년간 저자는 영국 이외에도, 다른 유럽대륙 국가, 즉 스위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누비며 역사의 현장을 재발견하고, 유산을 재발굴하고, 온·오프라인의 문헌들을 뒤졌다. 또한 그토록 힘들게 찾아낸 이 내용들을 책으로 정리해 내기 전에 수많은 강연을 통해 16-17세기 종교개혁, 특히 장로교회 신앙유산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자기 방식으로 재창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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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400-500년 전 서유럽으로 독자인 여행자를 이끄는 이 가이드는 친절하다. 이미 이 시대에 대한 선지식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확인하고 확신하도록 이끌고, 주제와 내용이 생경한 독자에게는 반복과 점검이라는 장치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암기하고 기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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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집요하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작가는 웨스트민스터 총회와 그 총회가 만들어낸 문서들이 종교개혁의 최고봉이라는 자신의 믿음에 독자들이 공감하기를 의도하고 바란다. 그렇기에 '특강 종교개혁사'라는 제목과는 달리, 사실상 내용은 '특강 장로교회사'이며, 더 구체적으로 '특강 웨스트민스터 총회 역사'다. 그러나 이것이 작가의 의도다. 여기에 설득된 여행자들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 총회의 유산인 장로교회의 신앙과 실천을 '역사상 가장 잘 개혁된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이고 그 가르침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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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저자는 스스로의 정체성이 장로교인인 개신교인에게는 자기 정체성을 재점검하고 확신케 하는 수단으로 이 책을 활용하라고, 다른 교단과 전통에 속한 개신교인에게는 장로교인이 믿는 바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본 후에 공감 어린 상호대화와 소통을 여는 도구로 이 책을 활용해 달라고 권한다. 어느 전통에 속했든, 독자는 저자의 이 세심한 권유에 마음이 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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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광교산울교회 목사,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복있는사람, 2015)>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