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시대’ 독일교회와 ‘최순실 시대’ 한국교회

입력 : 2016.11.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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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건
▲조종건 사무총장
나치시대 독일 루터교가 한 가지 조건 하에 교회의 정치참여를 허용했다. 정부가 복음 전파를 방해하거나 신앙고백서와 성서 내용을 문제 삼을 때다. 생존권이나 인권의 문제가 교회 밖에서 일어난다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얘기다. 국가가 유태인을 박해하거나 장애우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 교회는 충고할 수 있으나 과격한 저항은 반대한다는 얘기다. 법치에 의한 히틀러의 폭력이 교회 밖이라는 이유로 독일교회는 폭력정치를 외면했다. 법에 따라 독일제국의 재상이 된 히틀러는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설득해서 당시 나치의 최대 적인 공산당을 파괴한다. 1933년 2월 27일 독일공산당을 국회의사당 방화범으로 조작한다. 3월 5일 총선에서 공산당은 다수당에서 소수당으로 전락되고 나치당은 44% 지지로 제1여당이 된다. 이때 루터복음주의교회연맹은 '교회의 사명은 정치적 정세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언한다. 주류 독일교회의 계속된 무관심 속에서 3월 23일 의회는 '전권부입법'을 441대 84로 통과시킨다. 히틀러는 입법권, 조약체결승인권, 헌법수정발의권 등을 갖게 된다. 그는 4월 1일 전국 유대인 상점 불매령을 선포한다. 4월 7일 유대인 공무원 전원에 대해 휴직 처분을 지시한다. 1938년 히틀러 군대는 독일에 있는 유대인 회당을 파괴해 버린다.

독일교회의 이러한 정치 무관심이 오히려 나치의 들러리 역할이 된다. 1932년 9월 28개 교파의 교회들이 제국교회로 통합된 프로이센 합동총회에서 '아리안 조항'을 가결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유대인과 결혼한 사람이나 결혼할 사람은 교직자가 될 수 없고 교회의 임원이 될 수 없다. 심지어 1934년 1월 27일 주 감독회의는 제3제국 나치와 그 지도자에 대해 무조건 충성을 맹세하고 제국의 권위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교회의 리더들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철저히 나치주의에 앞장선 우를 범한다.

독일교회는 정치 무관심으로 국가를 악마주의에 넘긴다. 교회가 예언자, 감시자로서의 직무를 무시하고 오히려 국가가 악마가 되는 것을 도운 셈이다. 그러나 본회퍼와 같은 소수의 기독지식인들은 히틀러의 정부에 맞선다. 본회퍼는 1933년 4월 하순 '유대인 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이라는 강연에서 히틀러를 적그리스도로 비판한다. 본회퍼와 니뮐러는 9월 7일 이 아리안 조항은 신앙고백에 비추어 불법이며 신앙고백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파기되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다. 이 호소에 응한 목사는 1,500명. 이것이 목사긴급동맹의 출발점이다. 그 해 말까지 가맹한 목사는 5,500명이다. 그 동맹은 1933년 5월에 성립된 고백교회 태동의 한 원인이 된다. 1934년 1월 4일 167개의 개혁파교회가 '자유개혁파교회 신앙고백회의'를 개최하고 바르멘선언을 발표한다.

당시 주류 독일교회는 나치가 권력을 남용하도록 동조한 책임이 있다. 기독교국으로서의 독일교회는 기독교 가치를 삶, 그 중에서도 정치에 적극 투영했어야 했다. 오늘의 현실도 독일의 상황과 유사한 것은 정의가 실종되고 기득권층의 탐욕이 공고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와 정부에 의한 경제 양극화는 한국을 몰락시키고 있다. 선거 때만 국민을 위한 정치고, 선거만 끝나면 국민과의 약속은 썩은 동아줄이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월호와 같은 사건들이 넘쳐난다. 국민이 진정 필요로 할 때 정부는 개기일식현상이 일어난다. 보수정권을 지지한 보수교회 리더들은 세례요한처럼 국민의 고통소리를 먼저 대변했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자숙해야 할 일부 보수교회 리더들이 국민의 고통을 담고 있는 촛불시위를 종북 세력으로 몰고 맞불을 놓다니.

박근혜 대통령과 그 너머에 공고화된 기득권의 뿌리 깊은 탐욕에 대한 국민의 타오르는 분노 해결이 종착점이 아닐까. 사람사회를 정글사회로 만든 짐승이 된 기득권층, 그리고 기득권 보호를 제도화한 시스템을 뿌리까지 개혁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외침이 아니던가.

조종건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사회통합위원장,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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