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스름 속에 가로등은 차갑게 빛을 쏟아내고
차가운 초겨울 바람이 옷깃을 스며들며
서울역 광장을 휘돌고 있었습니다.

시계탑 아래는 산마루 교역자들과 형제들이 모이고
많은 온누리교회 마포공동체 교우들이 밝은 얼굴로 함께하였습니다.

어제 밤 자선음악회를 마치고 피곤한 몸일지라도
예정대로 매달 마지막 월요일 오전 7시
우리는 서울역전 청소를 위하여 모인 것입니다.

간밤 음악회 때의 감동과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채
어제의 일들로 기뻤던 마음을 다시 나누는 형제들도 있었습니다.  

산마루서신 가족 한 분은 헌옷과 신발들을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에 담아 가지고 오셨습니다.
참으로 반갑고 고맙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남녀 대학생 커플은
인터넷을 찾다가 노숙인들과 함께 하는
서울역전 청소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면 찾아왔습니다.

우리는 밀집 모자를 도착하는대로 쓰고
집게와 비닐 봉투로 무장했습니다.

7시 정시에 내가 선창을 하고
모두가 함께 외쳤습니다.

"깨끗한 것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깨끗한 것이 거룩한 것입니다.
우리가 서울역을 치웁시다!"

이어서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님이 기도하고
모두가 서울역 광장으로 흩어졌습니다.

역전은 이전보다 더 더렵혀져 있었습니다.
찬 바람이 가득한 광장은 을씨년스럽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담배꽁초 종이 조각들을 하나 둘 줍기 시작하자
마음은 밝아지고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나는 어제의 자선음악회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탓에
온 몸에 추위가 스며들어 오한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우리 50여 명의 밀짚모자 친구들은
한 시간 이 채 되기 전에
서울역전을 모두 깨끗하게 치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파출소 옆 해장국 집에 모여
추위를 녹이고 담소를 나누며 한 그릇을 비워버렸습니다.
오늘의 아침 해장국은 이재훈 목사님이 기어이 내셨습니다.

그리고 식후에도 우리의 식탁에선
목사님들과 장로님이 함께 
창밖 서울역전 거리를 내려다 보면서
소망 가운데 진지하게 복음적인 사회선교 등등
귀중한 주님의 사역에 대하여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우리는 사회사상으로 사회 참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복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변화시키는 사역에 대한 꿈을
함께 꾸었습니다.
<이주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