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숙원사업 중 하나인 보수 연합단체의 통합이 예상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간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는 24일 오전 비공개회의를 열고, 지난 16일 발표했던 10인 위원회에 1인을 더한 11인 위원회로 확대를 결정했다.

추진위는 회의에 앞서 열린 한국교회교단장회의에서 교단장들이 추천한 중소교단 한 곳을 더 포함시켜야 한다는 결의를 받아들여 이 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여기에 추가되는 1인이 대표적 진보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대표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교단장회의에 참석했던 기장 총회장이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뒤늦게 밝히고, 여기에 추진위원들과 한교연 인사들의 발언이 엇갈리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통합의 당사자인 한교연은 계속해서 반발하고 있으며, 통합 논의 자체에 부정적이다. 차기 대표회장으로 단독 출마한 정서영 목사(예장 합동개혁 총회장)도 두 기관의 통합 문제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양 기관 통합 논의에 있어 여러 기관들이 도와주는 것은 감사한 일이나, 한교연과 한기총 두 당사자를 제외한 어떤 것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교계의 바람이던 한기총-한교연 통합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모양새다. 애초 추진위에 한기총과 한교연에 가입하지 않았던 감리회 전 감독회장이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의구심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기장 대표까지 거론되는 등 다소 즉흥적인 결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합의 한 축인 한기총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있고, 차기 추진위를 오는 12월 5일 소집하기로 함으로써 당초 데드라인이었던 '11월 30일'은 유야무야되고 있다.

이쯤 되니 추진위가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을 정말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현직 교단장들 중심의 교단장회의 참여 교단들을 중심으로 한 '제3의 단체' 구성을 꿈꾸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한 추진위원은 "제3의 기구가 탄생된다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교회는 이런 식으로 하나씩 각종 단체가 늘어나고 있어, 일을 그르칠 경우 제3을 넘어 제4의 연합단체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추진위의 한국교회를 향한 '열정적 시도'에는 공감하고 적극 지지하지만, 지금처럼 당사자들인 한기총과 한교연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설익은 발언들을 쏟아내거나 "제3의 단체가 된다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군림하는 듯한 태도는 '진정한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합을 원한다면 양측과 겸손하고 진솔하게 대화하면서, 다른 의견이나 갈등이 있다면 조율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이제까지 '통합'이라는 공감대가 퍼져 있음에도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시도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이단 문제 등 몇몇 부분에 있어 양측의 명확한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추진위원들이 진정 양 기관 통합을 원한다면, 이번 기회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낮은 자세로 양측을 설득하고, 다시 기초부터 쌓는다는 마음으로 하나씩 난제를 풀어야 하겠다. 나라도 어려운데, 성탄을 앞두고 부디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