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촛불이 타오르던 어두운 광장 그 곁
시청앞 성공회 정동 성당에서 주일 오후 5시
노숙인들 18명으로 구성된 찬양대(지휘 서지웅)와
일반 찬양대(지휘 김희수) 20명이 함께 교회음악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목욕과 빨래 시설 마련을 위하여
사랑의 마음으로 참여한 연주자들로
작은 관현악단도 꾸려졌습니다.

대강절 첫주를 맞이 한 시점에서
그리스도를 기다림과 탄생과 고난과 부활과 심판에 이르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할 수 있는 연주회였습니다.

그리고 노숙인 찬양대는
"예수 사랑하심은" 과 "달고 오묘한 그 말씀"을
통하여 신앙을 고백하고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참석한 모두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사랑의 생애와
성도의 고백이 담긴 찬송을 부르며
큰 사랑과 은혜를 누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뿐 아니라 노숙인 형제 자매들의 찬양을 들으며
오갈 곳 없는 그분들과 마음을 함께 하고
그분들을 돕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픈 열망에 사로잡힌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이것은 어둡고 혼란스러운 시대
물신이 영혼을 삼켜버린 물질 우상의 시대에
낮은 곳으로 오시어서
그 누구보다 큰 슬픔을 당하고도
인간을 용서하고 구원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은혜의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비록 작은 불씨이지만
이것이 세상을 밝히고 덮히는 사랑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이를 준비한 찬양대와 지휘자
그리고 뒤에서 후원하고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주의 은혜와 사랑이 함께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주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