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교육학회
▲주제발표하고 있는 김기석·김효숙 박사(왼쪽부터). ⓒ교육학회 제공
한국기독교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가 26일 서울 연동로 성공회대학교(총장 이정구 박사) 성미가엘성당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 기독교교육'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이미 시작된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적 격변이 사회와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가운데, 기독교교육이 인간의 존엄성, 성서 안의 기독교적 가치, '협력과 배려, 평화와 공동체' 등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더욱 강조하여 가르쳐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에 따라 주제를 정했다.

주제강연에서 김기석 박사(성공회대)는 '인공지능과 신학적 인간학', 김효숙 박사(장신대)는 '지능정보 사회의 현재, 기독교교육의 미래'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김기석 박사는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 담긴 함축성에 대해 "모든 게임 중 가장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종목으로 알려진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수에게 4대 1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이는 과학의 역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며 "단순한 문화적 충격을 넘어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인공지능(AI)이 몰고 올 인류의 미래에 일어날 근본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한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이번 대결과 결과는 철학이나 신학적으로도 심오한 의미가 있고, 바둑의 발상지인 중국과 대결 당사자였던 한국을 비롯해 일본(바둑의 현대화)과 대만(알파고의 대리인 아자 황), 그리고 미국(구글)과 영국(딥마인드), 러시아(1996년 체스 매치)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인공지능은 자연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이나 자료의 저장과 분류와 정보검색에 이용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특정 분야의 전문적 판단이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 시스템 등으로 응용할 수 있다"며 "이번 대결은 인류 문명 자체에 있어 기존 모든 법칙과 질서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완전히 다른 세계로 전환되는 근본적인 카이로스의 시점, 즉 '특이점'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고 했다.

또 "뿐만 아니라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문화적 운동인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에 대한 찬반 논란도 불러왔다"며 "신학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의존성과 존엄성과 주체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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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단체사진 촬영 모습. ⓒ교육학회 제공
먼저 의존성(Dependence)에 대해선 "성서에서 묘사하는 인간 본성 중 가장 중요한 특성은 완전한 존재가 아닌, 피조물로서 창조주에 대해 의존적 존재(창 2:7)이고, 그렇기에 '죽음의 운명(mortality)'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인간은 에덴동산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피조물인 동시에 피조물의 숙명적 한계에 도전하려는 욕망을 지닌 존재로, '기술적 특이점'으로 트랜스휴먼의 시대가 실현될 경우 '죽음의 운명'을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고 했다.

존엄성(Dignity)에 관해선 "성서의 인간관은 '신의 노예'인 바벨론의 창조신화와 달리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창 1:26)'대로 지음 받은 존귀한 존재"라며 "인공지능의 무궁무진한 능력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데 활용될지, 아니면 파괴하는데 사용될지 주의해야 한다. 현재 로봇이 위험한 작업을 대신 담당하거나, 고통·재난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경우는 인간의 존엄성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주체성(Subjectivity)은 "인간은 하나님께로부터 피조물을 다스릴 권한을 부여받은 주체적 존재(창 1:28)로, 인간의 고유한 특성으로서 주체성은 자연환경을 개척하고 문명을 이루는 과정에서 월등하게 발휘된다"며 "그래서 오래 전부터 인공 선택(육종)을 통해 주변 동식물들을 새롭고 진귀한 모습으로 재창조했고, 오늘날에는 이것이 유전공학을 넘어 인공지능을 창조하는데 이르렀는데, 미래에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의존해 주체성을 상실할 가능성도 잇다"고 우려했다.

김기석 박사는 "이제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은 지능(Intelligence)이 아니라 의식(Consciousness)일 수 있다. 인간의 의식은 138억년의 오랜 진화 끝에 마침내 피어난 가장 소중한 존재(창 9:12-13)"라며 "인간이 조화로운 우주를 찬미하고, 아름다운 지구 생명체들과 삶을 경축하며, 형제자매인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다면, 인공지능은 인간과 더불어 함께 하나님의 창조를 완성해 나가는 동반자 혹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기독교교육학회 2016 학술대회
▲주제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교육학회 제공
김효숙 박사도 알파고를 비롯한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과 자율자동차, 증강현실 등 기술과 문화현상의 발전 전반에 대해 언급하면서 기독교 공동체의 과제와 기독교교육적 성찰, 그리고 미래를 제시했다.

김 박사는 "정보의 홍수 속에 기독교 공동체는 교적부나 헌금액 등 개인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며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자율성의 범위나 인격성에 관한 신학적 성찰, 나아가 사회적 합의의 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또 그 사회문화적 영향에 대한 평가나 공적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인간과 일'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산업혁명시 블루컬러 직업의 80%가 사라졌으나 당시 사회가 해체되지 않은 것은, 프랑스의 공교육 제도나 독일의 사회보장 제도, 영국의 세금 제도 등 적절한 사회개혁 방안이 마련됐기 때문"이라며 "한국교회는 기술의 영향을 예측하고, 제2의 주일학교 운동을 일으킬 발판이 되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숙 박사는 "기독교교육의 미래를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바라볼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측면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라며 "소셜 미디어는 변화를 가져올 웜홀(Worm Hole)의 입구인 만큼, 기독교 공동체는 듣고 말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연스러운 학습공동체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 박상진 박사)와 제주교육선교연구원(원장 김도일 박사)가 협력했다. 한국기독교교육학회는 이번 학회를 끝으로 32대 학회장 조은하 박사(목원대)가 이임하고, 33대 학회장으로 이정기 박사(백석대)가 새롭게 추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