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칼럼] 부끄럽고 부끄러운 시간이 흐르고

김은애 기자 입력 : 2016.11.27 19:04

강선영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온 국민이 날마다 새로운 상처를 받고 새로운 불안과 분노를 만나고 있다. 촛불이 온 나라를 밝히고도 부끄러운 얼굴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진 것 없는 우리가 부끄러움에 몸부림친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은 인간이 아니다. 사나운 짐승들은 연약한 작은 동물을 짓이겨놓거나 잡아먹기 위해 피투성이가 되게 해놓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그럴 수 없다. 

어릴 때부터 폭언과 폭력에 시달렸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게 된다. 소심해지고 자신감이 상실되어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나쁘게 보거나 싫어하게 될까봐 늘 전전긍긍하게 된다. 

처음부터 부끄러운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랑스럽고 어여쁜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비난과 욕설을 듣고 자라게 되면 자신을 그 비난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게 되고 욕을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자아상은 왜곡되고 변질된다. 상처를 준 대상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상처입은 쪽이 부끄러워하게 된다. 너무 부끄러워서 사람도 기피하게 되고 자신의 어두운 세계로 숨어버리려고 한다. 

상처 준 자들은 상처받은 이들에게 백번 천번 사죄하고 참회해야 한다. 부끄러워하고 또 부끄러워해야 한다. 상처받은 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부끄러움을 떨쳐 버려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사람이 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한 나라의 수장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다. 너무 큰 죄를 저지른 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인 우리가 부끄러워하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만드는 비극을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수없이 보아왔다. 큰 잘못을 저지른 나쁜 인간이라 하더라도 참회의 시간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나쁜 짓을 저질렀다는 부끄러움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자신의 행위가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깊고 진실한 참회와 부끄러워하는 것, 그리고 그 잘못에 대한 댓가를 충분히 치르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백번 천번 사죄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히 해야 할 행동이다. 

예수님이 살았던 시대에 삭개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세금을 착취하여 부를 이룬 사람이었다. 그 당시 로마 정부에 협력하며 부당하게 많은 돈을 징수하는 세리 중에서도 그는 수장이었다. 그렇게 부끄럽게 살던 그가 예수님을 만났고 부끄러운 자신을 깨달았다. 그는 진심으로 참회했고, 자신의 전재산 중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은 나누어 주었고, 자신이 착취했던 사람에게는 네 배로 갚아주었다. 

참회는 부끄러움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참회는 반드시 행동을 수반해야 한다. 마음에도 없는 말 몇 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감옥에 가서 참회해야 하는 자는 감옥에 가야하고, 불의한 재물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어야 하고, 피눈물을 흘리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고 또 사죄해야 한다. 

죄를 짓고 상처 준 자는 상처받은 이들의 상처가 다 아물 때까지 사죄하고 용서만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상처를 주고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할 말이 있어서도 안 된다. 그저 진심어린 참회의 행동만 하면 된다. 

슬프고 부끄러운 시간이 촛불 아래서 흔들린다. 위태롭게 흔들리며 흐르고 있다. 흐르고 흘러 이 땅의 오욕을 다 씻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사람들의 가슴에 분노보다 더 큰 슬픔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본다. 상처받았음에도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촛불 아래서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과 더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유유자적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우리만 슬퍼하며 부끄러워하고 있다. 

이 땅의 상처와 눈물이 씻겨지기를, 이 부끄러움이 속히 씻겨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상처 받은 우리의 모든 상처가 치유되어 더는 부끄럽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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