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시민단체 어버이연합이 10일 JTBC와 손석희 사장을 고발한 가운데, 당일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에서는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졸업을 앞두고 제본한 시집 ‘병원(病院)’을 언급했다. ⓒJTBC 화면캡쳐
시민단체 어버이연합이 10일 JTBC와 손석희 사장을 고발한 가운데, 이날 손석희 사장은 앵커브리핑에서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졸업을 앞두고 제본한 시집 ‘병원(病院)’을 언급했다. 낯선 제목의 이 시집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다. 원 표지에 ‘병원’을 썼다가 지운 것이다.

이에 손석희는 “시인이 남겼던 이 말은 시공을 초월해 2016년 가을의 한국사회에 투영됐다”며 “시인의 절절함에 비해 발행된 시집의 제목은 오히려 낭만적이어서 당혹스러운 오늘, 원 표지에 그가 썼다가 지운 병원이란 글씨는 역력해서 또한 오히려 공감이 간다”고 전했다.

‘암흑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일제강점기를 살아야 했던 윤동주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1945년 2월 옥사한 항일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손석희는 정병욱의 저서 ‘잊지 못할 윤동주의 일들’에서 “지금의 세상은 온통 患者(환자) 투성이, 병원은 앓는 사람을 고치는 곳이기에 혹시 이 시집이 앓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라고 했다.

당시 윤동주는 졸업 기념으로 이 시집을 77부 한정판으로 출간하려했지만, 이양하 교수는 ‘십자가’와 ‘슬픈 족속’을 보고 일제의 검열에 의해 시가 통과되지 못할 것이라 염려했고, 윤동주는 출판을 단념하게 된다.

이하는 ‘십자가’와 ‘슬픈 족속’의 전문이다.

十字架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敎會堂 꼭대기
十字架에 걸리었습니다.

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鐘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幸福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十字架가 許諾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슬픈 족속(族屬)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띠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