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가 주최하고 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 종교와사회연구센터가 주관한 '생명공학기술의 발전과 의학, 법학, 신학이 바라보는 영원한 삶' 주제 심포지엄이 8일 오후 서울 연세대 신학관 2층 대예배실에서 열렸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정재현 소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생명공학기술을 통해 눈앞에 다가온 인간 생명 연장이 과연 축복이 될지, 아니면 재앙이 될지를 의학, 법학, 신학의 전공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기조발표는 김소윤 교수(연세대 의과대학 의료법윤리학과)가 '죽음을 극복하는 기술?: 텔로미어와 유전자 가위를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DNA의 일종인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에 위치하는데, 세포 분열의 횟수에 따라 길이가 짧아지며 일정 길이 이하로 짧아지게 될 경우, 더 이상 세포 분열이 일어나지 않거나 세포자멸을 통해 세포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김 교수는 "따라서 텔로미어 길이의 측정을 통해 세포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으며, 이는 수명 예측과 연결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텔로미어의 길이와 수명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유전자 가위'는 특정한 DNA를 자르고 붙이는 유전자 편집기술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편집 기능을 가진 것으로서, 인간의 유전자 조작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의학적으로 노화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일 이론은 없다. 인간은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노화하며, 오늘날 발전하는 의학기술은 보다 정교한 질병 치료와 노화를 더디게 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평균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다"며 "그 중 재생의학은 인간의 세포, 조직 또는 장기 등을 복구하거나 그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소윤
▲기조발표한 김소윤 교수 ⓒ김진영 기자
김 교수는 특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기존에 존재하던 생명체의 DNA를 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기술은 신의 권위와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 한다"며 "또한 치료를 위해 혹은 인류 존속을 위해 인간에게 인간 외 다른 종의 유전자를 결합할 경우, 인간을 인간 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고 했다.

그는 "만약 인간의 의지로 노화를 거스를 수 있다면 이를 극복하는 인간의 기술은 자연의 법칙을 만드신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인지 질문해 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비록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지금 당장 답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는 가능한 질문을 계속 생각해 보고,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모으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고 했다.

"예수에게 '시간적 영생'은 아무런 의미 없어"

논평한 방연상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는 "과학적인 발전과 도전은 생명에 관한 형이상학적-신학적 이해를 재구성하도록 요청하는 것은 물론, '생명의 하나님'이라는 기독교 신앙고백의 현재적 의미를 점검하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전통적으로 신과 인간, 그리고 세계에 대한 물음을 사유의 주제로 삼아온 신학은 현대 새명과학기술 담론들과 대화함으로써 신학적 담론의 주제를 동시대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기독교에서는 영생을 '예수 안에서의 삶'으로 정의한다"며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크로노스(chronos; 물리적 시간)의 직선적 시간 속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이 땅에 존재하셨지만, 그의 가르침은 우리 속에서 카이로스(kairos; 주관적 시간)로 영원히 현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그에게 있어서는 시간적 영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라며 "그렇기에 그는 담대하게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죽음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방 교수는 "예수의 성육신 사건은 우리에게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한복음 10:10)는 목적 아래 일어난 사건이었다"며 "즉,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생명은 생명권력 안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물학적 생명(zoe)의 구원을 넘어 사회, 정치, 문화적 생명(bios) 모두를 포함한 풍성한 생명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남형두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도 논평했으며, 이후 발표 및 논평자들을 포함해 김명희 사무총장(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박길준 석좌교수(전 연세대 법과대학장)가 패널로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