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위기 상담
기독교 위기 상담

스캇 플로이드 | 그리심 | 335쪽 | 22,000원

돌봄 목회

가끔 서점을 가면 '돌봄 목회'라는 제목의 책들이 보인다. '돌봄 목회'에 관련된 책 모두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필자가 읽어 본 바에 의하면 '돌봄 목회'는 교회의 외적 확장보다는 성도들의 아픔과 고통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돌보는 목회를 의미하는 듯 하다. 목회 철학적 개념에서 '돌봄 목회'는 매우 매력 있어 보인다. 성도들의 아픔을 치유해 주고, 그들을 돌보는 것은 목회자와 성도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돌봄 목회에 대해 필자는 어느 정도 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상담과 치유사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언급하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 경험이기에 보편적 주장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돌봄 목회라는 것은 아직 한국에 없다.

물론 중독이나 노숙자 프로그램, 가정폭력을 피해 나온 쉼터 등을 운영하는 교회는 보았지만, 일반적 목회에서 돌봄 목회를 정착시킨 교회는 적어도 필자가 경험하고 읽은 책을 통해서는 없다는 말이다. 여러 권의 책을 읽어 보았지만, 현실성이 현격히 떨어진다. 그 책들에서 소개되는 내용들 몇 가지를 익히면 돌봄 목회가 가능해지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돌봄 목회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지만, 돌봄 목회는 한 영혼에 정말 엄청난 시간과 물질이 투자돼야 한다. 끝없는 돌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말 끝이 나질 않는다. 그리고 본서를 만나기 전까지 큰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필자는 교회를 개척한 후 본의 아니게 '돌봄 목회'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돌봄 목회'를 의도하지도 계획하지도 않았으며, '돌봄 목회'가 되어가는 줄도 모르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돌봄 목회'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즉, 개척을 했는데 평범한 사람들이 오질 않고 아픈 사람들만 온 것이다.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심지어 정신적으로, 때로는 영적으로 아픈 자들을 계속 만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필자가 이 사역을 계속해 오면서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호소하며 해결받고자 하는 성도들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돌봄 목회'는 아닐지언정, '돌봄 사역'을 빨리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먼저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정말 교회가 성도들이나 지역 주민들을 돌보기 원한다면, 하나님의 능력만 의지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길러야 한다(하나님의 능력을 부인하거나 불신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바르게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학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강단을 맡길 수 있겠는가? 어쩌다 한두 번은 가능하겠으나 지속적으로 말씀을 가르쳐야 할 경우 신학훈련은 필수적이고, 신학훈련을 받았다 할지라도 지속적인 신학공부가 있어야만 지속적인 강단을 맡을 수 있다. 즉 하나님은 믿음이 있지만, 믿음만 있는 자가 아니라 믿음으로 준비되고 훈련된 자들을 사용하신다.

이처럼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과 성도들을 돌보는 중요한 사역을 비전문적인 헌신과 봉사에만 의존하는 것은, 기독교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기독교가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조직을 갖춘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위원회를 만든다고 제대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그 조직과 위원회를 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즉, 조직을 만들기 전에 먼저 전문적인 교육과 인재 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회는 성도들의 위기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

필자는 본서를 읽으면서 책 제목과 내용이 묘하게 교차하는 느낌을 자주 느꼈다. 첫째,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에 대해, 실제 교회에서는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둘째, 여기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이 실제 교회 안에서는 수없이 일어나는 일상일텐데, 이것이 위기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을까? 셋째, 이러한 위기와 고통 가운데 있는 성도들을 교회는 지금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즉, 본서의 제목이 기독교적 위기상담학이 아니라 현재 '기독교'가 위기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지나친 필자의 기우일까?

실제 상담학계에서는 일반 심리상담학을 배제하더라도 기독교 안에서 '성경적 상담학', '기독교 상담학', '목회 상담학'으로 나누어져 있어 부분적으로는 서로의 입장이 상충하고 있다. 하지만, 본서는 이러한 입장 차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면서 매우 성경에 충실하고, 심리학적 전문성이 결여되지 않으면서 목회 현장을 잘 담아내고 기독교적 위기상담의 개념과 사역의 전문성을 담아내고 있다.  

'위기상담'이라는 어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담감을 내려놓아도 된다. 여기서 다루어지는 것은 '목회 현장에서 부딪치는 위기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위기 가운데 있는 사람들과 트라우마 등을 경험한 사람들, 일상 중에 겪게 되는 심각한 스트레스들의 과정들이 어떠한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위기 중에 있는 상실과 애도, 비애의 성격이나 증상, 그리고 그 과정 등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본서는 심리나 상담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이러한 개념과 이해를 편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것은 전문적 상담훈련을 받지 않은 목회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을 위한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사실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보다, 그들의 고통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아동과 청소년의 특성들을 소개함으로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겪는 고통들을 바라보아서는 안 되는 부분들과, 교회와 지역사회에서의 위기와 재해,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돌봄자들을 돌보는 것들을 안내해 주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저자가 25년 이상 목회와 상담의 현장에서 경험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필자가 본서의 제목을 붙인다면, '돌봄 목회를 위한 위기상담'으로 붙이고 싶다. 즉, 단순한 돌봄 목회의 철학이나 이론서가 아닌 이론과 현장의 실제적 경험이 만들어낸 책이기 때문이다. 정말 본서를 만난 것은 필자에겐 하나님의 은혜이다. 본서를 통해 돌봄 목회의 좋은 실제 예를 볼 수 있었고, 큰 틀의 방향과 용기를 얻게 되었다.  

본서를 필자가 소속된 치유연구원 필독서로 추천할 계획이다. 본서를 모든 목회자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하며, 구역장 이상 사역자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하고, 여건이 된다면 본서를 주 교재로 사용하여 가르칠 계획이다.

/강도헌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제자삼는교회 담임,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