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칼럼] 잠시라도 손이 문제가 아니라, 발이 문제인 것이 감사함

김은애 기자 입력 : 2016.10.28 11:22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담임).
두 주일 전 수요일 새벽, 노회 모임이 있어 마친 후 도착해보니, 수요예배 시작 8분 후였습니다. 많이 늦었다면 천천히 올라갔을텐데, 마침 통성기도 중이라 급히 뛰어 올라가면 될 것 같았습니다. 후다닥 계단을 뛰어올라가다가 걸려서 넘어지면서 발가락 끝을 탁 하고 차고 말았습니다. 저는 엎드러졌는데 다른 곳은 별로 다친 곳이 없고, 새끼발가락이 무척 아팠습니다.

아프기는 했지만 그날 교회 예정된 일이 빼곡히 있어서 그냥 계속된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다 마치고 나니 아프기도 해서, 오후녘에 병원 가서 엑스레이라도 찍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보니 어쨌든 새끼발가락에 금이 가서 신발을 신기도 하고 벗기도 하는, 착탈식 깁스을 착용해 4주간 조심하고, 돌덩이같이 굳으려면 6주가 걸린다 했습니다.

도대체 이것이 뭔가, 노회 모임 마치고 오는 길에 제가 운전을 하고 도중에 좀 돌아서 다른 교회 계신 분 내려드리고 오는 좋은 일 하고 왔는데, 엉뚱하게 4주에서 6주 동안 묶여 있어야 하다니. 더욱이 성도들에게 별 것 아니지만 괜한 걱정 끼치고, 하여간 갑갑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제가 좋아하는 숨쉬기도 아까울 만큼 소중한 가을이란 계절이 왔고, 어디를 둘러보아도, 어디를 가도, 무슨 생각을 해도, 다감한 시간들인데 참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산도 가지 못하고, 다 나으면 가을은 다 끝날 것 같습니다.

또 이러저러하게 잡힌 각종 일정은 어떻게 해야 할는지. 괜히 어디를 가든 저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 참 불편하겠다 생각되었습니다. 다른 아무 불편 없고, 새벽 기도 나올 때마다 목욕하고 새끼발가락에 붕대 감아주는 것만 합니다.

일단 발을 올려놓는 것이 좋다고 해서 책상에 앉을 때 발을 쭉 뻗고 왼쪽 다리를 올려놓습니다. 이제 두 주일 지나 각종 사항에 익숙해지고 여러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내일부터는 새벽기도회 때, 강단에 앞뒤 트인 가벼운 책상을 하나 갖다 놓고, 건너편에 의자를 놓고 다리를 뻗고 기도해야겠고 책을 보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답답한 것 생각하니, 차라리 손가락 한 개 싸매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제가 발가락을 안 다치고 손가락을 한 개 다쳐서 싸맸다면, 컴퓨터 자판을 지금처럼 사용하지 못하니 설교를 쓰거나 아이디어 기록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잠시 몇 주라도, 손가락보다는 그것도 제일 힘 덜주는 새끼발가락 다친 것이 감사했습니다.

짧은 거리도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는 그 거리가 상당히 길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이제 2주 지났는데, 빨리 2주 더 지나고, 또 다음 2주가 지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생각하면서 여러 장애를 가진 분들께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약함에는 유익과 은혜가 있음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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