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설립자이자 '미전도종족'이던 암울한 이 땅에 처음으로 복음을 들고 태평양 바다를 건너왔던 언더우드 선교사(1859-1916)의 서거 100주년을 맞았다. 연세대는 후손들을 초청해 기념 공개강좌를 지난 11일 신학대학 예배실에서 실시했다.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언더우드 선교사의 손자 리차드 언더우드 선교사의 강연 '언더우드의 유산'이었다. 그는 "연세대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학생들과 교수들에게 전하는 일에 실패하고 있다"는 음성을 밤중에 들었다면서 "세상으로 나가 복음을 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이 캠퍼스, 즉 하나님께서 그의 종 언더우드 선교사를 통해 세우신 연세대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차드 언더우드 선교사는 또 "할아버지의 가장 큰 유산 가운데 하나인 이 연세대가 하나님의 이 메시지를 주의 깊게 듣기를 기도한다"며 "제 할아버지가 아닌, 이 연세대를 세우신 주님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는 이 충고를 뼈아프게 들어야 할 것이다. 연세대를 비롯한 선교사들이 세운 여러 대학들은 지금도 동문들의 목회지들을 비롯한 여러 한국교회들로부터 여전히 '후원금'을 요청하면서도,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거나 '미션스쿨'로서의 사명을 실천하는 일에는 '교육법'을 핑계로 등한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연세대 인근의 이화여대에서 발생한 최근 일련의 학내 사태를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사람으로도 여겨지지 않던 이 땅의 여성들을 위해 학교를 세워 양성평등을 꿈꾸던 130년 전 스크랜튼 선교사의 학교 설립 정신은 조금도 찾아보기 힘들다.

연세대나 이화여대를 비롯해 선교사들이 세운 여러 대학들은 언더우드 선교사 손자의 '충고'를 귀담아 듣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려면, 차라리 '기독교 대학'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한국교회 앞에 후원금 요청을 중단하는 편이 더 솔직해 보인다. 해당 대학들에 관계하고 있거나 후원을 하고 있는 목회자들도, "관철되지 않으면 손을 떼겠다"는 각오로 '미션 스쿨'로서의 설립 정신을 강하게 주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