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재단

대구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검사 배종혁)는 지난 20일 예장 통합 총회연금재단(이사장 전두호 목사, 이하 연금재단)의 기금 운영을 둘러싼 비리 수사 결과, 2명을 구속 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당한 이들은 김정서 전 이사장 시절 연금재단 전 특별감사위원 윤모 씨, 전 준법감시인 유모 씨, 증권사 직원 2명, 투자권유대행인 5명, 무등록 대부중개업자 2명이다. 이들 중 윤모 씨와 무등록대부중개업자 2인이 구속됐다.

연금재단 기금 감독업무를 수행하던 특별감사위원 윤모 씨는 2012년 3-10월 기금 1,706억 원을 특정 증권사에 투자하는 대가로 수수료 18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윤모 씨는 마치 증권사에 등록된 투자권유대행인이 투자를 중개한 것처럼 해당 증권사로부터 이들 명의로 수수료를 타냈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배임수재 범행으로, 검찰은 관련자들을 구속 기소하고 명의를 제공한 투자권유대행인과 이들과 공모해 수수료를 지급한 증권사 직원 등 총 7명을 배임중재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연금재단 준법감시인이던 공인회계사 유모 씨는 2012년 12월 연금재단이 기금 132억 원을 대출해 주는 과정에서 무등록 대부중개업자에 허위의 자문수수료 1억 1천만 원을 부당 지출하게 한 후, 그 중 5천만 원을 돌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연금재단 인맥을 이용해 2015년 3월 1백억 원을 33개월간 연 8% 금리로 대구 S아파트 재건축조합에 대출을 중개하는 등 7억원 내지 31억원 상당의 불법수수료를 취득 무등록 대부중개업자 1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본지에서 연금재단 운영과 대출, 투자의 문제점을 수십 차례 보도했음에도, 지난 2014년 9월 제99회 총회(총회장 정영택 목사)는 이를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김정서 전 이사장의 주장을 옳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연금재단에서는 S아파트 등에 거액을 투자해 범죄자들이 이익을 취하게 했을 뿐 아니라, 대출이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2012년 연금재단특별감사위원회(위원장 김정서 목사)를 주도했던 윤 씨가 특감 이후 연금재단 관련 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일었으나, 2012년 9월 당시 연금재단 이사장 이상붕 목사 외 이사진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8월 연금재단(당시 이사장 김정서 목사)은 윤상록 씨가 연금 운용에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특감 후속조치를 위해 법적 문제에 도움을 주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속된 윤씨는 2012년 당시 H증권 이모 과장의 부탁을 받고 11개 금융기관에 분산 투자돼 있던 연금재단 기금 1,406억 원을 그의 지점으로 일괄 투자해 준 후, 그 대가로 마치 위 지점에 등록된 투자권유대행인들의 투자를 유치한 것처럼 가장, 위 지점으로부터 투자권유대행인 4명 명의로 인센티브를 지급받은 다음, 약 70%를 전달받는 방법으로 총 14억 2천만 원 상당을 수수했다.

이는 2012년 특감 이후 분산 투자돼 있던 연금재단 기금을 모두 한 곳에 일괄 투자하기로 총회가 결의해 준 데 따른 것으로, 결의를 충실히 따른 결과는 배임수재 범죄로 이어졌다. 윤모 씨는 또 다른 2백억 원을 각각 다른 증권사의 부탁을 받고 투자를 유치한 후, 같은 수법으로 4억 원 가량의 인센티브를 수령하기도 했다.

과거 연금재단에서는 투자권유대행인들이 받는 인센티브 5-9억 원을 연금재단에 다시 기부할 것이라고 이사회에서 밝힌 적이 있었다. 투자권유대행인은 수수료 일부를 연금재단에 환원하려 했으나,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의해 2012년 가을부터 구체적으로 검토한 후 '오병이어 또는 예장목회자재단'이라는 재단법인 이름을 작명, 2013년 5월 연금개혁 설명회에서 이사장 등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2013년 2월 당시 기부하겠다고 밝힌 액수만 5억 원이었는데, 모 이사가 통장으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나중에는 이를 완전히 부인했다. 연금재단은 이를 문제제기하고 보도했던 본지와 배원기 전 감사를 거짓으로 매도했고, 총회 때 이러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채택되기도 했다.

2012년 12월 당시 연금재단 준법감시인으로 재직하던 유모 씨는 132억 원을 자신이 감사로 재직중인 코스닥 상장사에 대출해 주는 과정에서 전 특별감사위원 윤모 씨에게 허위 자문수수료로 1억 1천만 원을 지급하게 하여 재산상 손해를 야기(업무상 배임)했고,그 대가로 윤 씨에게 5천만 원을 수수했다.

검찰은 이 유 씨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불구속 기소됐다. 유씨는 연금재단 준법감시인을 사임하고 코스닥 상장사 보해양조 대표이사에 취임했으나 임기를 채우지 않고 2016년 3월 일신상의 이유로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는데,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자진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구속된 무등록 대부중개업자는 유 씨와 공모해 2012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1,422억 원이 기업체 등에 대출 투자되도록 중개하고 31억 5천만 원 상당의 불법 중개수수료를 취득하고 윤 씨(16억 2천만 원)와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8월 현재 연금재단은 가입자가 13,800명, 기금 규모는 3,766억 원 정도로, 이 중 1천 5백억여 원에 이르는 기금이 범죄자의 이익 취득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다.

본지는 과거 연금재단에서 1천 5백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대출 투자할 때, 투자 제안서 대부분이 한 사람의 컴퓨터에서 작성됐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를 지적했으며, 2013년 초부터 윤모 씨가 구속된 2015년 10월까지 80여 차례에 걸쳐 연금재단 투자와 대출, 그리고 운영상의 문제점들을 지속적으로 추적 보도해 왔다.

검찰은 연금재단이 종교단체임과 아울러, 설립목적 기금 규모 등에 비추어 금융기관에 준할 정도로 고도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요구되는 단체임에도, 오히려 공정한 업무수행을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특별감사위원과 준법감시인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으로 은밀하게 금품을 수수하면서 각종 탈법행위를 일삼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불법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 전액 추징보전 조치를 취했으며, 수사로 확인된 비리자료를 금융감독원에 제공하여 증권사들의 투자권유대행인 운영실태 등 관련 검사 및 감독 자료로 활용토록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