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훈
▲우병훈(가운데)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교회 선교와 이슬람'을 주제로 한국개혁신학회(회장 김재성 박사) 제41차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15일 열린 가운데, 우병훈 박사(고신대)가 '미로슬라브 볼프의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인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우 박사는 발표에서 올해 초 국내 번역된 미로슬라브 볼프 교수(예일대)의 책 <알라(Allah: A Christian Response, IVP)>에 대한 논의와 반응들을 소개하면서 신론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본고의 논조 역시 기본적으로는 볼프의 교의신학적 입장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가 제시한 정치신학적 측면에서는 공감하는 바가 많다"며 "그럼에도 볼프의 <알라>는 역사신학적으로 부정확하며 성경신학적으로 매우 편협할 뿐 아니라, 교의신학적으로 정통 신학에서 탈선했고 논리적 측면에서도 아주 허술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우병훈 박사는 "미로슬라브 볼프의 책 <알라>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같은 신을 예배한다는 주장으로 많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며 "볼프의 <알라>는 무슬림을 '포용'하려다 성경적인 하나님을 '배제'시켜 버린 작품으로, 역사신학적으로 부정확하다"고 했다. 이는 볼프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배제와 포용>을 빗댄 표현이다.

먼저 우 박사는 책을 요약하면서 "볼프의 <알라>는 영미권 여러 매체에서 극찬했듯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잘 쓴 책"이라며 "특유의 글쓰기 방식으로 논점이 분명하고 설득력 있으며 흥미롭게, 무엇보다 따뜻하고 겸손하게 책을 썼다"고 평가했다.

우 박사에 따르면 볼프는 오늘날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에는 오해와 반감이 존재하는데, 만일 기독교인이 알라를 우상으로 여긴다면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에는 공존 가능성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은 정치신학에 관한 책이지 구원론에 관한 책이 아니"라면서 정치적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알라와 하나님이 같다고 함으로써 정치적 다원주의를 촉진하고자 한다.

알라 볼프 좌담회
▲볼프의 <알라>.
볼프는 "'알라'라는 명칭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이고, 하나님과 알라는 숫자적으로 동일한 한 분을 가리킨다"며 하나님과 알라가 동일한지 보기 위해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함께 동의하는 6가지' 등 공통적인 면에 집중하고, 결정적으로 다른 점을 간과하지는 않는 두 가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공통의 신'은 신과 이웃을 사랑하라고 명령하기에, 기독교인과 무슬림 간의 평화를 위한 실천, 즉 유의한 공적 논의를 위한 견고한 기초를 제공해 준다고 말한다. 이슬람 신앙이 내재적으로 폭력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그는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같은 신을 섬긴다는 것이 양자 사이의 관계를 바꾼다고 주장하지만, 기독교와 이슬람이 같은 종교라고 보지는 않는다. 기독교의 전도와 선교는 지속돼야 하지만 무슬림이 전도의 기회를 줄 때만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야 하고, 전도와 선교 외에 환경 문제 등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공동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맺는 말에서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의 관계 증진을 위해 다면적 접근이 필요하고, <알라>가 그런 기획들 중 하나라고 정리한다.

우병훈 박사는 볼프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역사신학적 고찰을 시도했다. 먼저 볼프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선택한 교회사 속 두 인물, 쿠사의 니콜라우스와 마르틴 루터에 대해 "볼프가 두 사람을 다루는 방식은 문제가 있는데, 자신이 전제로 가지고 있는 것을 역사적 사료를 해석하는 데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니콜라우스가 중세 신학에서 중요한 인물은 맞지만 볼프가 <알라>에서 말했던 것처럼 '규범적 기독교를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고, 루터의 주장은 볼프가 말했던 '하나님과 알라는 동일한 신'이라는 주장을 전혀 뒷받침해 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우 박사는 "루터는 달리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분명하게 튀르크인들(무슬림)의 신은 참된 하나님이 아니라 사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루터는 외적 의식으로 보자면 무슬림들은 기독교인들이 감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고 말하지만, 기독교는 의식의 종교가 아니고 선행을 뛰어넘는 종교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루터가 이슬람에 대해 다룬 세 중요한 작품 모두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듯, 루터는 이슬람의 알라는 사탄이고 우상이며, 기독교인의 하나님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며 "그러나 볼프는 루터의 대교리문답에 나오는 아주 모호한 표현 하나를 붙잡고 둘을 같은 신으로 봤다고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이슬람에 대한 칼빈의 관점에 대해서도 "국내의 어떤 학자는 칼뱅이 <기독교강요>와 <성서주석>을 통해 이슬람을 ‘기독교와 한 줄기로부터 나온 분파'라는 관점으로 이해했지만, 과연 칼빈이 그렇게 생각했는가는 칼빈이 이슬람에 대해 직접 말한 자료들을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며 "며 "칼빈은 초기에 이슬람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취하다가, 갈수록 강경한 입장이 됐고, 튀르크인들을 '참된 종교의 적'으로 묘사하면서 이슬람을 참된 종교로 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알라>가 가진 교의신학적 문제점에 대해선 "볼프가 언급한 신의 6가지 특성(①신은 오직 한 분이시다 ②신은 신이 아닌 다른 모든 것을 창조했다 ③신은 신이 아닌 다른 모든 것과 완전히 다르다 ④신은 선하시다 ⑤신은 우리의 모든 존재를 다해 신을 사랑하라고 명령하신다 ⑥신은 이웃을 우리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고 명령하신다)들은 가장 중요한 점인 삼위일체성을 생략하고 있다"며 "볼프가 택한 6가지는 너무 임의적이고, 하나님의 가장 중요한 특성을 생략한 채 다른 것들만 제시한 것은 하나님 아닌 또 다른 신(혹은 우상)을 만드는 것과 진배 없다"고 지적했다.

우 박사는 "기독교 신론에서 삼위일체성은 하나님의 다른 모든 속성들이 도출되는 일종의 근원적 토대와 같아서, 삼위일체성을 부인하는 이슬람이 가진 신론에서 신의 특성이 아무리 하나님의 특성과 유사해도, 그것은 전적으로 다르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다"며 "이웃을 우리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명령도 기독교의 하나님은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시지만 알라는 그렇게 명령하는 구절이 없는 등, 볼프가 제안한 '6가지 유사성 논증'은 그 자체로 매우 결함이 많다"고 덧붙였다.

알라 좌담회 볼프
▲미로슬라브 볼프 교수. ⓒ예일대 홈페이지
특히 "볼프가 <알라>에서 제시하는 삼위일체론은 자신의 다른 책 <삼위일체와 교회>에서 제시한 삼위일체론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볼프는 그 책에서 몰트만과 판넨베르크가 제시한 '사회적 삼위일체론'을 채택한다고 적고 있는데, 그 핵심은 '의지의 중심(center of will)'이 하나가 아니라 셋인 것으로, 알라는 한 존재이므로 이를 무슬림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고 밝혔다. 우 박사는 "볼프가 만일 전통적인 아우구스티누스적 삼위일체론을 가졌다면 오히려 말이 될 뻔 했다"며 "아우구스티누스 전통 속에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단일의지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의지의 중심이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알라>의 실제적 문제점에 관해선 "볼프는 실제로 무슬림 지역에 살아본 기독교인들의 견해를 무시한다"며 "무슬림 지역에서 살아 본 사람들은 무슬림들이 실제로 행하는 결혼 관습이나 그들의 폭력적 성격, 정치적 비민주성에 대해 매우 심각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데, 볼프는 이슬람 내부의 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선 왜 언급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볼프는 정치와 종교가 일치하는 이슬람 사회가 가진 근원적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볼프는 기독교 외에 다른 종교에는 구원이 없다고 주장하는 기독교인이라도 정치적 다원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무슬림 사회는 강력한 정교일치 사회이자 종교적 배타주의를 갖고 있기에 정치적 다원주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우병훈 박사는 결론에서 "<알라>는 교의신학적으로 정통신학에서 탈선했다. 삼위일체와 기독론을 잘라내 버리고 기독교 신론을 다룬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모험인데, 이는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모험"이라며 "뿐만 아니라 성경신학적으로 요한복음과 로마서에 나오는 분명한 메시지들을 곡래했고, 논리적 측면에서도 아주 허술하며 이전에 자신이 썼던 책에서 제시한 주장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이후 기독교와 무슬림의 화해를 위해 '더 나은 방식' 3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로는 '반드시 예배하는 신이 일치해야만 정치적 화해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우 교수는 "볼프는 이것을 철통 같이 믿고 있지만, 사실 이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며 "종교적으로 다원화된 사회라도 얼마든지 구성원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양 여러 나라들이 그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둘째로 '각각의 종교에서 이웃 사랑의 계명을 더 많이 부각시켜서 적용하는 일'이다. 그는 "꾸란 내에는 성전(聖戰)을 지지하는 구절들이 분명 있지만 동시에 평화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구절들도 분명히 있는 만큼, '후자의 구절들에 대해 전자보다 해석학적 우선성을 강조한다면 이슬람 개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무슬림 법학자 안-나임의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며 "이는 기독교도 마찬가지로,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해 한국교회가 보다 올바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큰 사랑과 공의로 행하는 길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우병훈 박사는 "종교 간 대화가 서로 간의 폭력성을 줄여줄 수 있다"며 "물론 서로의 신이 같다고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사실 그것을 전제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종교 간 대화는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볼프의 <알라>는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에게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며 "무슬림들이 밀려오고 있고 사회적으로 다문화가 더욱 확장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사는 기독교인들은, 볼프의 <알라>가 말하는 중심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평화와 정의가 공존하는 정치적 다원주의를 향한 그의 비전은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