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만남의 축복: 배우자와 친구

입력 : 2016.10.16 18:47

김형태 총장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인(人)이란 글자 모양은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지나가도 '人'이 지나간다고 하지 않고 '人間'이 지나간다고 말한다.

여기서의 "間"은 "between A and B"로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모든 만남이 잘 되기는 어렵겠지만, 부모-자녀, 남편-아내, 스승-제자, 사용자-노동자, 목회자-평신도 등의 관계는 정말로 중요하다.

배우자는 평생 동반자요, 친구는 인생 동반자이다. 이 둘만이라도 잘 만나야 한다. 평소 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듯이, 부부 간에도 같이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떨어지면 그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가까우면서도 멀고, 멀면서도 가까운 사이가 부부요, 바로 옆에 있어도 그리운 게 부부다.

둘이면서 하나이고 반쪽이면 미완성인 것이 부부(the better half)이며 혼자 있으면 외로워 병 나는 게 부부다. 그러므로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여 존중하고 양보하며 2인 3각 경기를 하듯이, 멍에를 같이 멘 소처럼 방향과 보폭(步幅)을 맞춰가며 화기애애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아내란 "청년에겐 연인이요, 중년에겐 친구이며, 노년에겐 간호사다"란 말이 있다. 인생 최고의 행복은 부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며, 사는 날 동안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사랑을 누리다가 "난, 당신을 만나 행복했소"라고 말할 수 있으면 이상적인 부부일 것이다.

아내 팔자는 '두레박 팔자'란 말도 있다. 두레박 두 개가 도르래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을 보라. 남편을 잘 만나면 오르는 두레박이 될 것이고, 남편을 잘못 만나면 내리막 두레박이 될 것이다. 부부는 二人同心, 二人同體로 부창부수하며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평생의 동반자이다.

그 다음 인생의 동반자가 친구이다. 미국인 7,000명을 대상으로 4년간 추적조사를 해 보니 장수의 비결은 음주나 흡연과는 상관 없고, 일하는 스타일이나 사회적 지위와도 무관하며, 경제상황이나 인간관계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바로 '친구의 수'였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 고독한 것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다. 찾아오는 이 없고 찾아갈 곳도 없다면, 사는 게(生活)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生存)일 뿐이다.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여 허튼 소리도 나눌만한 허물 없는 동반자(벗, 친구, 동무)가 있어야 한다. 서로 바라보고 지켜주며 의지가 되는 사람이 없다면 외롭고 비참할 것이다.

"필요할 때의 친구가 진정한 친구(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라는 말이나, "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술이나 음식을 나눌 때는 형‧동생 하더니 급하고 어려운 일을 당하면 도와줄 친구가 한 명도 없다)"란 말은, 친구의 수가 문제가 아니라 질이 문제란 뜻이리라. '善與人交 久而敬之(잘 사귀는 것은 오랫동안 공경해야 한다) '.

孔子도 "학문을 좋아하는 친구와 동행하면 마치 안개 속을 지나는 것 같아 옷이 젖지는 않아도 때때로 윤택함이 있고, 무식한 친구와 동행하면 마치 뒷간에 앉아있는 것 같아 옷을 더럽히진 않아도 때때로 구린내가 느껴지느니라"고 말했다.

향을 쌌던 종이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쌌던 종이는 비린내가 난다. 노년이 될수록 인생을 함께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 친구는 돈, 건강, 배우자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린 시절은 부모 형제와 살고, 조금 자라면 친구들과 사귀고, 성인이 되면 배우자와 함께 산다.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할 수 있는 친구,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마음이 아플 때 의지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죽마고우', '막역지우', '관포지교', '간담상조'란 말은 모두 막역한 친구를 가리킨다.

옛 선비들은 적당한 나이가 되면 벼슬도 고사하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풍류를 즐기고 제자를 기르면서 낙향의 즐거움을 누렸다. 괴테는 '노년의 가장 큰 적은 고독과 소외다. 노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말벗이나 글벗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워렌 버핏도 "나는 내가 존경하지 않거나 존경할 수 없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자의 말대로 "그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꽃 주위에 있으면 향기가 나듯이, 의인 옆에 있으면 나도 의인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평생의 동반자인 배우자에게, 인생의 동반자인 친구에게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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