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헌장’으로 읽는 십계명

입력 : 2016.10.16 18:48

[크리스찬북뉴스 서평] 김지찬 교수의 데칼로그

데칼로그
데칼로그

김지찬 | 생명의말씀사 | 496쪽 | 26,000원

'기독교 신앙의 교리적 기초가 뭐냐'고 물으면, 가장 기본적인 대답이 '사도신경'과 '주기도'와 '십계명'일 것이다. 한 교회 공동체를 섬기게 되면서, 가장 먼저 이 세 가지 기독교 교리의 기초를 함께 배우는 과정을 신설했다.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성도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통해 '기독교가 무엇인지'와 '기독교인의 정체성이 어떠한 것인지'를 기쁜 맘으로 나눌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십계명'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십계명'을 시작하려니, 몇 가지 우려 때문에 시작할 수 없었다. 열 가지 계명이 너무 딱딱하지 않겠는가? '하라' 또는 '하지 말라'의 뻔한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이제껏 교회 공동체에서 십계명에 대한 강의나 설교를 들어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간혹 듣게 되는 경우에도 늘 그런 방식으로 지루하게 들었던 경험을 다시 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 '데칼로그'는 그러한 상황에 있던 나에게 특별한 선물이었다. 15년 전 신대원 1학년 때, 저자의 십계명 강의를 접한 적이 있었다. '구약의 윤리가 신약을 사는 성도의 삶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던 때, 폴란드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데칼로그'라는 단편영화들을 감상하며 그 영상 속에 표현된 각 계명의 의미를 찾아가 보는 수업이었다. 긴 여운을 남겼던 그 강의의 초안이 긴 시간동안 숙성되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고, 이 책은 그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저자는 '십계명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라는 글을 시작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십계명'의 일반적인 뜻인 '열 개의 명령 또는 규범'이라고 보는 관점의 변화를 요구한다. 저자는 십계명을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헌장으로 읽어야 한다'는 전제를 밝히며, 십계명을 '열 가지 말씀'으로 읽을 것을 제안한다. 일방적인 명령이 아닌 하나님과 하나님 백성간의 대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듯 '하나님과의 대화'라는 관점으로 십계명을 읽기 시작할 때, 이전에 만날 수 없었던 십계명의 더 깊은 이야기들을 찾아갈 수 있었다. 저자는 충분한 시간과 충분한 설명을 통해 '열 개의 대화- 데칼로그(헬라어)'를 하나씩 풀어간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감동으로 십계명을 하나 하나 읽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책의 내용이 어떠한지에 관해서는 실제로 책을 읽는 가운데 발견하기를 바라며, 전체적으로 이 책이 가진 특징들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첫 번째는 이 책의 학문적 탄탄함이다. 저자는 거의 500쪽 분량으로 이 주제를 다루고 있고, 부록으로 6쪽 정도에 참고서적과 국내외 논문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저자가 이 주제를 정리하고 발전시키고 한 권의 책으로 저술하기 위해 어떠한 치열한 학문적인 과정을 거쳤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십계명이라는 단일 주제를 가지고 이만큼의 분량의 정리한 다른 글을 본 적이 없다는 것과 저자가 인용하고 참고하고 있는 자료들 가운데 최근 출간된 저작들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구약의 중대한 주제 중 하나인 십계명에 대한 학자로서의 성실함을 읽을 수 있었다. 이후 이 주제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기 원한다면, 아마 이 '데칼로그'의 범위 안에서 또는 이 토대에서 진행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두 번째는 어려울 수도 있고 어쩌면 식상해질 수도 있는 주제들을 학문적 깊이를 가지고 풀어가는 과정을 독자들과 나누고 있음에도, 쉽고 편하게 읽혀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십계명의 한 단어 한 단어 차원에서 연구를 시작한다. 십계명 해석에 있어 오류가 무엇이었는지, 교회사 속에서 이 문장이 어떻게 읽혔고 현대를 사는 이들 속에서 십계명이 어떻게 읽히고 있는지에 대한 실례를 다루고 있다.

신기한 것은 한 계명을 정리하는 데 충분한 논리를 전개시키고 있는 저자의 호흡을 너무 편하게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그의 글쓰기의 탁월함이 아닐까 한다. 저자는 이미 이 주제에 대해 수십 번 이상의 강의를 다양한 대상들에게 한 적이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가장 적절한 설명 방식을 터득한 것 같다. 적실한 예와 적절한 통계자료들, 다양한 근거자료의 제시는 마치 저자의 강의실에 앉아 있고, 내가 질문하면 그 질문에 대답해 줄 것 같은 상호소통의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문자로 통해 전달되는 글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달력을 경험한다.  

세 번째는 각각의 장이 통일된 메시지로 연결되고 있지만, 동시에 각각 독립된 하나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십계명 하나 하나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한 편의 완벽한 기승전결 구조를 갖춘 논리들을 발견한다. 서론부터 시작해 그 서론에서 만들어낸 문제제기를 해결하는 정교한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출된 결론과 그 결론을 토대로 제안되는 적용들을 만난다.

전체 분량은 많지만, 한 편 한 편의 완결성이 워낙 높기 때문에 주제별로 따로 읽어도 동일한 깨달음과 적용을 얻을 수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의 책 읽는 기독교인들의 일반적인 책읽기 수준을 고려한 좋은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칼로그'는 우리에게 주어진 명령들의 묶음이 아니다. 데칼로그는 우리의 자유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자유의 대헌장'이다. 데칼로그의 문장 하나 하나를 살피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더 온전히 깨닫게 되었고, 이 깨달음이 주는 특별한 감동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제 이 감동으로, 하나님께서 이 땅에 있는 자기 백성을 향해 주시는 바로 그 마음에 반응하는 삶을 살고 싶다.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의 세상을 넘어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인이 살아야 하는 그런 삶을, 나의 전 생으로 살아 보임으로써 나의 성도됨을 증명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조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나눔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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