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울다
결혼에 울다

송인경 | 홍성사 | 192쪽 | 12,000원

◈떨면서 첫 장을 넘기다

숱한 상담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 속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들여다 보기보다는 내담자의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받아내 주어야 하고, 때로는 잔인하게 잘라내기도 해야 하고, 때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진 혈관(생각과 감정)들을 지혈시키고 수정도 하고 봉합도 해야 하는, 그리고 거기에 내담자의 저항을 견뎌내야 하는 힘든 과정이다.

그래서 상담자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일에 능숙해야 한다. 즉 내담자의 고통을 공감하면서 같이 아프고, 내담자의 저항에 상처받기 때문이다. 또한 상담이 석연치 않게 마무리될 때 상담자의 마음은 꽤 긴 시간 동안 그 눌림의 고통을 경험해야 한다. 그래서 상담료가 비싸야 한다(농담).

노련한 상담자들이 꺼리는 내담자들이 있다. 햇병아리 상담자들은 의욕 하나로 무조건 내담자를 받지만, 노련해질수록 내담자들을 가릴 수밖에 없다. 딱한 사정으로 호소하는 내담자를 내팽개치는 상담자는 없지만, 상담자도 어려운 내담자들이 반드시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별로 인한 우울증이다.  

필자도 초보 단계는 벗어난 상담자에 속한지라, 본서를 집어들면서부터 가슴에 압박감이 밀려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떨리는(무서운) 마음으로 본서의 첫 장을 넘겼다.

◈저자와 출판사의 '트릭'

몇 페이지를 읽는데, 예상과는 달리 허접한 남녀의 차이, 부부생활 강의가 나왔다. '이건 뭐지?' 하면서 첫 번째 장 '결혼이라는 모험'을 읽었다. 그리고 2장 '울다' 초반부를 읽으면서 가슴 한 켠에 훅 들어오는 생각이 '얼마나 그리울까'였다.

1장에 나온 허접한 남녀의 차이와 부부생활의 강의 내용들은 짧은 결혼 생활을 통해 저자 자신이 느낀 것들과, 지금은 상실해버린 그 소중한 추억과 기억들이었다. '저자에게 그것이 얼마나 그리울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매여오면서, 그때부터 본서를 다 읽을 때까지 필자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쓰고 있는 지금도 가슴이 아려오고,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그러면서 출판사와 저자에게 고마웠다. 이 무거운 주제, 아직 끝나지 않은 이 고통을 마주할 독자들에게 마음의 워밍업을 위한 배려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주제 넘는 오지랖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본서의 저자를 위해 감히, 그리고 장례식을 주관해야 할 수많은 목회자들과 사별한 유족들을 돌보아야 할 구역장들과 교우들을 위해 몇 마디 제시하고 싶다.  

본서의 저자는 신학공부를 한 목회 수련을 받고 있는 부(예비) 목회자이다. 본서의 내용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상실과 고통을 어떻게 견뎌갈 것인가?'이다. 물론 본서의 내용을 보면 상당부분 '회복'이 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지만, '상실'의 아픔과 기억은 영원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필자의 짧은 견해가 아니라 '죽음의 여의사'라고 불리는 '사별 당한' 사람들, '임종을 앞둔' 사람들을 30년 이상 상담하고 연구해 온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의 연구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몇 권이 번역돼 있는데, '상실 수업'이라고 번역된 책이 '사별 후 애도의 과정'에 대해 매우 실제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상실 수업'의 원제는 'On Grief And Grieving'이다. '슬픔 그리고 슬퍼하기' 여기에 본서의 저자가 경험한 내용들이, 그리고 괴로워하고 있는 내용들에 대한 답과 힌트들이 소개되고 있다.  

예수님께서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을 카피하면 '먼저 경험한 자가 먼저 판단하거나 지도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별과 그 애도에 대해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교리적이거나 종교적으로, 신앙적으로, 윤리적으로 판단하지 말라. 그리고 빨리 정상으로 돌리려고 재촉하지 말라. 이 말을 교회 지도자들과 섬기는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본서와 퀴블러 로스의 글을 반드시 필독해 보기를 권면한다.  

◈재구조화

본서를 읽으면서 너무나 다행스럽다고 여겨지는 것은, 저자가 '상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그 고통이 너무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일 중독'이나 '종교 중독'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이자 상담가로서 정말 잘 견디고 있고, 잘 버티고 있다고 격려해 주고 싶다.

본서 말미에서 저자는 '받아들임'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다. 그렇다. 아내가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엄마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딸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가슴이 아파 눈물이 나온다). 아내에 대한 기억이 줄어들어 간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눈물이 나서 한동안 글을 이어갈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상처 입은 우리의 마음에 회복 장치와 기법을 심어 놓으셨는데, 그 첫 번째가 '슬퍼하기, 울기, 통곡하기, 부인하기, 저항하기, 수용하기'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아픔에서 벗어난다기보다 그 아픔과 함께할 수 있는 힘을 주신다.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믿음이 적은 것이 아니다. 계속 눈물이 나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저항하는 감정과 원망의 감정들이 일어나는 것은 믿음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마음을 치유하는 방식이다. 저자가 취하는 '묵상(솔직한 대화식 기도, 관상)'과 '글쓰기'는 심리 치유와 영적 치유에서 사용되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받아들임'이라는 치유의 단계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받아들임'을 전문용어로 '재구조화'라고 하는데, 상처의 사건이나 사실에 대해 다시 조명하고, 현실의 삶 속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환시켜 새로운 해석과 새로운 정의를 내림으로 정서의 시간적 결박에서 해방되는 의식적 작용이다.

저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조심스럽지만, 본서는 필자에게 '사별의 상처'에 대한 소중한 원자료이다. 저자가 자신의 느낀 점과 생각하는 모든 것을 가감 없이 소개함으로, 경험하지 않고는 얻지 못할 소중한 지식을 얻게 돼 너무 감사하다. 사별자들의 고통을 도와야 하는 교회와 상담가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한다.

/강도헌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자, 제자삼는교회 담임,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