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관점 학파 칭의론, 로마가톨릭과 뭐가 다른가?”

이대웅 기자 입력 : 2016.10.02 17:32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 제35차 학술대회서 최덕성 박사 발표

복음주의역사신학회
▲최덕성 박사(가운데)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논평한 라은성 박사. ⓒ이대웅 기자
한국복음주의역사신학회(회장 김용국) 제35차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가 1일 서울 사당동 총신대학교 제1종합관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최덕성 박사(브니엘신학교 총장)가 '트렌트공의회 칭의론과 칼빈의 해독문(解毒文)'을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에서 최 박사는 이신칭의(以信稱義) 교리를 거부하는 가톨릭의 트렌트공의회(Concilium Tridentinum) 칭의론을 비판하는 칼빈의 해독문(Acta synodi tridentinae cum antidoto, 1547)을 통해, 최근 (바울신학의) 새 관점 학파와 김세윤 박사 등의 칭의론이 트렌트공의회 칭의론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최덕성 박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교회에서는, 새 관점 학파 칭의론이 불러 일으킨 논쟁으로 말미암아 혼란을 겪고 있다"며 "새 관점 학파의 칭의론 요점들은 반(反)종교개혁 사상을 담은 트렌트공의회 칭의교령(Decretum de justificatione, 1547)의 핵심 내용과 거의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 핵심은 칭의의 상실 가능성, 구원의 탈락 가능성, 칭의의 종말론적 유보, 행함 있는 믿음으로의 구원, 칭의와 성화의 동일시, 칭의와 구원의 윤리적 완성 등으로, '인간이 의롭게 되는 것은 부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부분적으로 인간 자신의 행위에 달렸다'는 행위구원론이다.

루터와 종교개혁자들이 '이신칭의'를 내세우자, 당시 가톨릭은 공의회를 소집해 '칭의(稱義·그리스도의 의가 우리에게 전가(轉嫁)됨)와 성화를 동일시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시작된 의가 수평적 차원에서 계속적으로 '의화(義化·의가 인간 안에 주입되고 내재하는 능력으로 점진적 과정을 거쳐 진행됨)'된다는 일종의 행위구원론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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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왼쪽)과 트렌트공의회 모습.
최 박사는 "그러나 고대 교회는 인간의 공로가 구원과 칭의에 어떤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거부했다"며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칭의의 일부는 하나님께, 다른 일부는 사람에게 그 공로가 있다고 하는 중도적 교리가 고안됐고, 펠라기우스주의와 어거스틴주의의 결합은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협력이 구원 또는 칭의를 완성시킨다는 신학 공식으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개혁 당시 '칭의론'은 그 위에 교회가 서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는 조항으로 이해됐고, 프로테스탄트(protestant)와 로마가톨릭을 첨예하게 가르는 대척점이었으며, 양자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하고 선명한 조항이었다"며 "존 칼빈은 칭의교리를 기독교의 '핵심 요체(the main hinge)'라면서 '트렌트공의회 칭의교령에 대한 해독문'을 저술하여 이신칭의 중심의 프로테스탄트 칭의론이 성경적이고 합리적임을 설파했다"고 설명했다.

트렌트공의회와 칼빈의 해독문을 상세히 비교한 후, 최덕성 박사는 "칼빈은 트렌트공의회 칭의교령에 참을 수 없는 세 가지 오류가 있다고 했다"며 이를 소개했다. 그 첫째는 "그리스도의 피로 깨끗케 되기 전까지 부정하지 않고 더럽혀지지 않은 사람이 없음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칼빈은 해독문에서 "인간 행위의 무가치함을 인정하고 그리스도로부터 그 가치를 빌릴 때 비로소 하나님이 부성애적 사면으로 우리의 사악한 모든 행위를 용서한다는 진리를 고백하지 않는다"고 했다.

둘째는 "구원과 칭의에 대한 인간 공로의 무가치함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칼빈은 "인간 안에 있는 아무리 선한 것이나 고상한 윤리실천, 성숙도 하나님의 구원의 눈높이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며 "인간의 공로가 영원한 죽음 신분에 대한 죄책을 만회할 수 없음을 말하지 않고,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칭함을 받는 진리를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마지막 셋째는 "심판 날까지 우리가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믿음의 토대를 허물고, 유일한 중보자에 대한 신앙 자체를 헛되게 만드는 것"이다.

최덕성 박사는 "칼빈의 해독문은 트렌트공의회 칭의론이 성삼위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그리스도의 구원사역, 성령 역사의 위대성 이해를 방해한다는 데 초점이 있다"며 "인간의 완전 타락과 이신칭의의 중요성, 하나님의 은혜의 위대함과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루터에 견주어 성화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며, 칭의와 성화를 구별하면서도 둘은 결합돼 있고 칭의가 주어지면 성화와 쇄신이 뒤따른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최 박사는 "어거스틴주의와 펠라기우스주의의 중도 노선을 취하는 트렌트공의회 칭의론은 새 관점 학파와 관련된 현대 칭의론자들의 주장과 여러 면에서 일치하거나 궤를 같이한다"며 "구원의 절반은 하나님의 은혜에, 절반은 신망애(信望愛)를 포함한 인간의 윤리적 실천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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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풀러신학교 김세윤 교수도 저서 <칭의와 성화>를 통해 '칭의가 종말론적으로 유보됐다'면서, 칭의와 성화를 한 묶음으로 여기고 구원의 탈락 가능성과 윤리적 실천을 통한 칭의의 완성을 주창한다"며 "김세윤이 물세례와 칭의를 결속시키는 것은 인상적으로, 현대 로마가톨릭교회 교리로 공식 수납되고 있는 트렌트공의회 칭의론을 고스란히 옮긴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 관점 학파와 김세윤 교수 등이 '전통적 칭의론에서는 윤리가 설 땅이 없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국교회에 윤리가 결여된 까닭은 오히려 칭의교리와 복음의 진리를 선명하게 가르치지 않은 탓이 아닐까"라며 "성경을 윤리실천의 결여라는 콘텍스트의 눈으로 해석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발상이자 순서가 바뀐 것으로, 어린아이를 목욕시킨 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교각살우'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논평한 라은성 박사(총신대)는 "최 박사의 발표는 갖가지 칭의론에 대한 혼동된 견해들을 일축시키는 글로, 칼빈의 글로 로마가톨릭주의를 비판하면서 개혁신학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주고 있다"며 "근간에 일부 그릇된 신학자들이 생명을 바치면서 재발견하고 고수한 진리를 희미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바라보며 안타깝게 여기던 차에, 올해의 기나긴 무더위를 폭풍으로 날려버린 듯한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외에 학술대회에서는 박용규 교수(총신대)가 '대중전도와 민족복음화운동', 곽인섭 교수(백석대)가 '마음의 개척자, 윌리엄 퍼킨스', 전준봉 박사(목장교회)가 '해방 직후 한국교회의 정치화 문제', 이상규 교수(고신대)가 '교회사에서 본 장로제도'를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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