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의 비밀들
▲교황 요한 22세의 해당 필사본. ⓒ연합뉴스 캡처
로마 교황이 1333년 우리나라의 고려 제27대 충숙왕에게 서한을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금속활자의 비밀들(우광훈 감독)> 제작팀은 지난해 8월 바티칸 비밀문서 수장고에서 이 서한의 복사본 존재를 확인하고 촬영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1333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인 고려 '직지심체요절'가 발행된 1377년보다 44년 앞선 해이다.

이를 보도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측 간 교류가 내내 지속됐을 것임을 전제로 고려의 금속활자가 1455년 활판 인쇄에 성공한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한다.

다큐 제작팀은 동양의 금속활자가 유럽으로 흘러간 흔적을 찾던 중 이 자료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라틴어로 된 이 편지는 교황 요한 22세가 쓴 것으로 '존경하는 고려인들의 국왕께'로 시작된다.

편지 전달 임무는 당시 니콜라스라는 사제가 맡았는데, 그는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사라져, 편지가 최종적으로 충숙왕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교황청은 당시 서한을 작성함과 동시에 이를 기록·보관하기 위해 필사본을 남겼고, 이 필사본은 여러 필사본을 모은 서한집에 들어 있다고 한다.

특히 편지 내용은 당시 교황청 사제들이 고려에 직접 건너갔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편지에는 "왕께서 그곳(고려)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대해 주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기뻤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는 1594년 임진왜란 때 왔던 스페인 출신 세스페데스 신부가 한반도에 온 최초 유럽인으로 기록돼 있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우광훈 감독은 "편지의 발견은 유럽인과 한국인의 교류사를 261년 앞당겨 다시 서술해야 할 역사적 사건임은 물론이고, 한국교회사를 수정해야 하는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바티칸 비밀 수장고에는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고 서한 필사본도 양피지로 만들어져 700년 가까이 지났지만, 보관 상태가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세계종교평화협의회도 지난 6월 말 바티칸기록원에서 고문서 담당 엔리코 플라이아니 박사를 만나 요한 22세가 고려왕에게 보내는 라틴어 서신을 확인하고 두 장짜리 사본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한다.

다큐 제작진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동·서양 교류를 통해 고려의 금속활자로부터 힌트를 얻었거나 기술 이전이 된 흔적을 찾기 위해 유럽 5개국 7개 도시를 탐방했다.

촬영 분량만 총 400시간이며, 200여 명의 학자와 전문가, 시민 등의 인터뷰 등을 담았고, 최근 후반 작업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