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인터뷰

제18장 노화과정과 편집증의 이행(2)

노년기는 상실감이 일차적인 노인의 심리적 특성이라고 전술했다. 이런 상실감은 부차적으로 다른 특성을 유발하게 되는데, 그것이 노화과정에 따른 황폐화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로클린(G. Rochline)은 노화과정에 따른 황폐화(impoverishment)의 문제를 강조하였다. 노화는 갈등이나 혹은 그것의 잔여물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회복이 뒤따르는 상실로 경험되기보다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실로 경험된다는 점에서 이전의 발달기간과는 다른 인생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1. 노인기의 황폐화에서 유발되는 문제

노인기는 신체와 정신 등이 황폐화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편이다. 노인기에는 신체와 정신의 기능이 감소하여 전반적으로 생명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감소 및 퇴화된다는 것이다. 노인기의 황폐화과정과 관련하여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황폐화의 원인으로서 노화과정

인간의 노화는 황폐화를 초래한다. 인간은 노화를 겪게 되면서 스스로 황폐화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노화되는 메카니즘 가설들을 참고하면 다양한 측면들이 존재한다. 인류는 이런 다양한 면으로부터 노화의 정체에 접근하면서 '노화'라는 현상을 연구하고, 그것을 해명하기 위해 오랫동안 몰두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노화의 진실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노화의 메커니즘에 대한 가설은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어떤 것도 결정적이지 못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어느 가설도 보편적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노화의 메커니즘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다. 생물시계설(生物時計說)은 생물에는 처음 부터 성장과 노화 프로그램이 정해져 있기에 생물은 그 프로그램에 따라서 노화한다고 본다. 세포수명설(細胞壽命說)에서는 세포가 무한히 분열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로 구성된 생물에는 수명이 있다는 것이다.

유전설에서는 프로그램설과 에러설이 있는데, 유전설-프로그램설에서는 DNA유전자 속에는 처음부터 노화프로그램이 정해져 있어 생물은 그 프로그램에 따라 노화한다. 그 반면에 유전설-에러설(error)설에서는 DNA유전자가 유전정보를 전달할 때 조금씩 착오가 생기는데, 그것을 회복시키는 기능이 저하되어 노화현상이 일어난다고 본다.

내분비설(內分泌說)은 나이가 들면서 뇌하수체나 부신피질호르몬 등 호르몬 분비능력이 저하하여 노화현상이 일어난다는 관점이고, 면역저하설(免疫力低下說)은 나이가 들면서 몸 전체의 면역력이 저하되어 쉽게 병에 걸리게 되면서 생물의 노화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노화의 메커니즘 가설에는 죽음호르몬(Death Hormone)이론도 있다. 이 이론에서 다른 세포들과는 달리, 뇌세포와 신경세포는 재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 가지고 있는 수에 비해 약 10% 정도가 일생동안 사멸을 한다는 점에서다. 하버드대 내분비내과 의사였던 돈너 덴클라(Donner Denckla)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죽음호르몬(death hormone) 또는 DECO (DECreasing Oxygen consumption hormone)가 이러한 신경세포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이론은 쥐의 뇌하수체를 제거하는 실험에 의해 주장되었는데, 면역기관이 다시 활력을 되찾고, 세포들의 크로스링킹(cross-linking)의 속도가 감소하며, 심혈관계의 기능이 정상화되었다. 덴클라는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뇌하수체가 DECO를 분비하게 되고, 이들이 음식물을 에너지로 전환하여 세포의 기초대사율을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방해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가 하면 활성산소설(活性酸素說)은 생물의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대사과정 중 미토콘드리아에서 활성산소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생물노화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복합요인설(複合要因說)은 생물의 존재에는 여러 가지 마이너스적인 요인이 있는데, 그것들이 복합적으로 겹치게 작용하여 노화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 인간의 노화의 메카니즘을 밝혀내기 위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 지고 있지만,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활성산소가 인간의 노화에 많은 원인이 되고 있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편이다.

2) 인격의 붕괴로서 황폐화과정

노화과정은 일반적으로 세포의 노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생명의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가 노화되어 전반적인 기능이 감소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것은 세포의 제한이론기도 한데, 이는 노화과정이 각각의 세포가 가지고 있는 생체시계에 의해서 조절된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하여 헤일플릭과 모어헤드(Leonard Hayflick & Paul Moorhead)는 인간의 폐, 피부, 근육과 심장에서 채취한 섬유모세포(fibroblast)가 제한된 수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1년 동안 약 50번 정도의 세포 분열을 한 뒤에 더 이상의 세포분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양이 세포분열의 속도를 조절하였는데, 많은 영양이 공급된 세포가 1년 동안 50번의 세포분열이 이루어진데 비해, 영양이 부족하게 공급된 세포들은 최대 3년의 시간에 걸쳐 50번의 세포분열을 한 것으로 보았다.

세포의 퇴화와 변형은 최대 분열이 이루어지기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으며, 세포내기관과 세포막, 유전자 등의 변화가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이론은 후에 텔로머레이즈(telomerase)이론에 의해 극복이 되었으며, 최근의 나노기술과 복제기술, 그리고 줄기세포 연구의 발달로 이 이론의 상당 부분이 도전받게 되었다.

노화의 가설과는 달리 노화과정은 인격이 붕괴되는 것 같은 일종의 황폐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의 황폐화는 병리적인 인격의 황폐가 아니라 이전의 건강한 때와 비교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상적으로 역할이나 활동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런 황폐화의 단면으로는 노화과정이 진전됨에 따라 노인이 더욱 지배적이고 규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때 노인들은 노화과정에서 경험하는 상실로 인해 불가피하게 애도의 짐을 지게 된다. 애도의 짐이란 슬픔이 덩어리로 밀려오는 현상인데, 이것이 노인에게는 이제 어떤 것도 예전보다는 더 잘할 수 없다는 심리를 경험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이런 심리는 물론 특성적으로 보면 분명히 실패감이자 자기패배감이다. 예전에 노인이 엄청난 과업을 이루었거나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을 한 것과는 상관이 없을 수 있다.

3) 애도의 문제와 황폐화과정

노인의 황폐화 과정에서는 애도의 짐을 빼놓을 수 없다. 애도의 짐이란 노인에게 슬프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노인에게 이제 다시 할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여 노인으로 하여금 슬프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는 물론 노인에게 실패감과 패배감이 작용한 결과이다. 노인기에 실패감과 패배감이 노인을 더욱 슬프게 만들어 애도의 짐을 지게 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폴락(G. H. Pollock)은 상실과 회복의 주기를 정신의 애도-해방과정(mourning-liberation process)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하였다.

그의 견해는 정상적인 노화과정이란 계속되는 애도과정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으로 하여금 인생의 주기보다는 초기단계에 부착된 리비도를 풀어내어 풀려난 그 에너지를 현재의 창조적인 잠재적인 가능성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폴락은 노인의 정신에서 애도의 짐을 해방하는 과정에 따른 4가지 가능한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첫째, 애도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치면서, 개인은 창조적이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더 큰 자유를 얻게 된다. 둘째, 애도 과정의 발달 과정이 정지될 경우, 그 과정이 계속 정상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 셋째, 애도과정의 다양한 지점에서 고착이 이루어질 경우, 이후의 압력으로 인해 유기체의 통합 능력에 긴장이 부과될 때 이러한 고착지점으로 퇴행할 수도 있다.

넷째, 비정상성과 심각한 어려움이 수반되는 병리적인 애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 폴락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노화과정을 잘 거치려면, 개인은 자기조직과 과거의 상태를 애도하고, 더 이상 현실이 아닌 것을 포기하면서 현실을 재조직하며,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한다. 병리적인 노화과정은 애도-해방 과정의 실패를 반영하는 것이며, 발달과정에 있어서의 병리 또는 일탈을 의미한다."

애도는 정신분석학에서 인격의 변화를 의미하는 측면이 있다. 그것은 인격이 진정으로 변화를 경험하려면 애도의 자리에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된다. 이것은 물론 인격의 변화를 위해서 애도를 경험하면서 애도-해방이 되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때 애도의 자리는 물론 의식의 영역과는 다른 무의식의 영역을 상정한다. 그러니까 진정한 인격의 변화는 무의식의 영역인 애도의 자리, 즉 깊은 내면에까지 도달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원리에서 우리는 전술한 폴락의 견해를 노인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애도의 짐을 벗어버릴 수 있는 것으로 일종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2. 황폐화 과정에서 자기애 상실의 문제

노인의 황폐화 과정에서 또 하나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은 노인에게는 인격의 황폐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기를 사랑하는 상실의 문제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노화과정에서 노년의 자기애적인 변천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노화의 기본적 문제는 자기애적인 상실의 문제일지 모른다. 노화와 연관된 황폐화의 과정에서 자기애의 상실은 자기애적인 공격의 유형을 형성한다는 점에서다.

1) 황폐화에서 자기상실에의 직면

노인은 노화과정 혹은 황폐화과정에서 노년기의 자기애가 가장 큰 시험에 직면한다고 볼 수 있다. 노인은 그 동안의 가치, 그리고 오랫동안 자기애와 연관되어 온 모든 것이 노화에 의하여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런 과정에서 노인은 삶의 과정에 적응적으로 기능함으로써 만족을 제공했던 기술, 숙달(mastery), 힘, 그리고 힘들여 얻은 모든 것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노인은 자신의 자원, 힘, 적응능력, 기능, 그리고 자신이 의존하던 친밀한 관계, 즉 가족과 친구들의 관계는 계속 줄어들고 상실되고야 말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래 살수록 더 많이 잃게 된다는 점에서 노화는 어쩌면 자기애에 대한 공격일지 모른다. 그것은 아동과 노인에게 분명한 것으로 입증되는데, 아동에게는 인생의 초기에 느끼는 존재의 불확실성이, 노인에게는 이전에 지녔던 모든 것의 소중한 가치가 쉽게 깨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애는 이전 시기에 못지않게 노년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한 자기애적인 외상은 해결되지 않은 자기애적인 욕구를 강화시킨다. 게다가 공격성과 공격적 갈등의 수준도 증가한다. 이것은 코헛(H. Kohut)이 자기애적인 격노(narcissistic rage)라고 서술한 것을 포함한다.

2) 자기애상실로 인한 병리적 증상의 유발

노인에게 자기애의 상실은 여러 가지 문제를 부가적으로 촉발시킨다. 그것은 자기애가 건강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각종 병리적인 현상들이다. 여기에는 노년기에 자기애적인 외상(外傷)으로 인해 불안이 고조되고, 죄책감이 커지며, 희망이 상실되고, 그리고 회복능력이 감소하는 것과 함께 우울증이 유발하는 것 등이 해당한다. 더욱이 노인의 우울증은 극단적인 차원의 노인자살로 이어지기 쉬운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 노인자살이 증가일로에 있는 것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노인자살의 증가 경향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는데, 90년대 이후로는 이에 대한 기사거리를 어렵지 않게 대할 수가 있다. 노인자살자수와 자살율의 증가, 그리고 언론매체를 통한 노인자살건의 빈번한 보도는 오늘날 노인들이 당면한 문제들의 심각성과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증대를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다. 이와 같은 노인자살의 증가와 관심사의 증대는 결국 우리나라 노인세대의 삶의 질의 문제와 더불어 병리적인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보아야 한다.

노인들은 빈곤이라는 경제적 불안정, 만성질환의 육체적인 질병, 일과 관계역할의 상실이라는 사회적 역할의 상실, 가족관계의 불화라는 사회지원망의 약화, 그리고 외로움 등과 같은 문제들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노인들이 이들 문제들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현실에 방치되어 있다는 점에서다 타 연령층의 자살과 비교한 기존의 노인자살연구에 의하면 노인문제가 노인들로 하여금  자살시도(suicidal attempt) 혹은 자살행위(suicidal behavior)의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나아가 자기애적인 감소는 또한 자기애적인 상실에 대한 방어로서 편집적 경향의 발달을 초래할 수 있으며, 비판, 비난, 무책임성, 그리고 심지어 편집적 투사의 형태로 귀결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대 차이(generation gap)의 문제를 이러한 편집적 경향의 표현으로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상실 중의 최대의 상실은 잠식해 오는 박탈과 죽음이라는 궁극적인 자기애적인 외상(外傷)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회복의 요소가 수반되지 않는 상실을 불러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3. 황폐화와 병리적인 문제들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황폐화는 노인에게 여러 가지의 박탈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물론 실제적으로 박탈이 되는 것인가의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 박탈은 모든 것을 빼앗긴다는 심리로 볼 때 그런 심리가 내면에서 작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현상은 노화과정과 관련한 병리적인 측면을 고찰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1) 상실의 결과로서 우울증

노인기의 병리적인 문제에서 우울증은 그 선두에 선다고 보아야 한다. 노인기는 우울증이 증가하기 쉬운데, 이는 여러 가지가 상실되는 결과로서 초래되는 우울증이라는 점에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우울증상을 경험할 수 있지만, 특히 노년기는 배우자의 죽음, 직업과 지위의 상실, 수입의 감소, 신체적 건강의 약화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이다.

노년기 우울증은 청․장년 시절부터 갖고 있던 우울증상이 재발한 경우의 생물학적 요인이나 조발성 우울증이라기보다는 노인기에 당면하는 여러 가지 상실로 인한 만발성 우울증인 경우가 많다. 배우자의 죽음으로 노인은 상실감과 공허감을 경험하게 되며, 의존적 욕구를 만족시켜줄 사람이 없는 경우에 특히 우울증이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중요한 또 다른 상실은 직장에서의 은퇴로 보아야 한다. 조기퇴직이나 강제퇴직 등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실직은 경제적 불안정과 더불어 자존심의 저하와 고립감을 불러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여기에는 노인이 가족 내에서의 중심적 위치를 상실함에서 오는 갈등으로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동반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중심적인 사회에서 개인중심적인 사회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에 있기에 이로 인한 정신건강상의 문제는 당연한 귀결일 수 있다.

상실과 관련하여 노인우울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신체적 질병과 상실을 들 수 있다. 노인에게는 배우자의 상실, 친척과 친구의 상실, 직업의 상실, 지위의 상실, 경제적 능력의 상실에 이어, 신체적 능력의 감퇴에까지 이르면 노년기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상이 전체 노인의 15%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노인의 우울 요인으로 신체적 건강문제, 자녀와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이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 결과로 나타나는 편이다.

2) 우울증과 노인자살의 문제.

노인의 우울증은 자살과 깊은 관련을 갖는 것으로 전술했다. 이런 노년기 우울증은 신체적 질환의 가시적인 결과로 인하여 그 중요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편이다. 더욱이 노인이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하더라도 경제적 이유와 정신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적절히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어 약물남용, 알콜중독, 자살 등의 사회일탈현상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시각에서 노인자살은 주로 우울증과의 관련성에 초점을 두고 연구가 주로 행해졌다. 노인자살에 있어서 우울증이 단일요인으로는 가장 결정적인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결과를 통하여 경험적으로 입증되었다.

특히, 노인의 우울증은 무기력감(helplessness)과 절망감(hopelessness)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무기력이란 개인들이 중요한 생활사건들을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을 경험하는 특성을 지닌 것이다. 노인들이 타 연령층보다 무기력감을 가장 많이 받기 쉬운 집단이다. 직업, 수입, 신체적 건강, 사회적 역할 등의 상실은 노인들에게 무기력감을 초래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한편 칼 메닝거(Karl Menninger)는 노인자살을 죽고 싶은 욕구(wish to die)의 결과로 특징지우고 있으며, 그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절망감을 제시하고 있다.

절망감이란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즉 자신이나 어느 누구도 불행이나 고통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 심리적 상태라고 보고 있다. 자살시도자의 사후 조사결과 노인 자살시도자의 대부분이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으며, 우울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미국의 경우 자살을 시도한 노인의 50%에서 80%가 우울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것이다.

3) 황폐화의 결과로서 박탈위험의 증가

노화과정은 인간의 발달단계 중에 일반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저항을 받는 유일한 단계로 볼 수 있다. 노화에 대한 저항은 노년기의 황폐화로서 인생의 끝에 이르게 한다는 너무나 분명한 사실의 자각에서 기인한다는 생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노인은 인생의 끝에 가까워질 때, 회복의 약속을 황폐화로 대치함으로써 더욱 불안정해지는데, 어떤 경우에서는 그 위에 박탈의 위험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적 박탈의 관점에서, 사회는 노인들에게 회복의 약속을 박탈하는 방식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심지어 제정적으로 안정이 되고 합리적이며,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물질적 차원에서 사회가 제공하는 회복에도 적용된다.

박탈의 다른 형태는 사회의 가치체계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사람들에게서 종교적 신념체계의 회복적인 자원을 박탈하는 경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다. 그러한 체계, 특히 삶과 죽음, 그리고 종교적 신실성을 통한 다음 삶에서의 약속된 보상과 관련된 신념체계는 죽음 앞에 직면한 노인의 자기애적인 상실의 잠재적 외상을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자원으로서 기능한다. 사회가 이러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대체하지 않고 사람들에게서 그것을 침해하고 박탈하는 한, 그것은 노인의 자기애적인 손상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점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자기애의 이론을 제시한다는 이유로, 노인문제에 대한 전적으로 내재화되고 내향적인 이해의 형태를 선택한다는 생각은 전적인 오류일 것이다. 자기애는 자기의 통합 및 자기의 응집성과 관련되어 있으며, 자기는 타자로부터의 분리됨뿐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안에서만 정의되고 유지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노년기의 자기애적인 상실의 이론은 의문에 답변되어야 할 점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떻게 사회적 영향력이 노인의 적응 능력에 영향을 끼치고 그것을 침해하는지에 관한 것뿐 아니라, 사회적 기능과 구조가 노인의 자기애적인 평형을 회복하도록 돕는 방식인가에 대한 것이다.

4. 정리: 노년기의 상실감 잘 다스려야

지금까지 우리는 앞장에 이어서 노화 과정에서 발생되는 상실감의 문제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노화 과정이 편집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노년기에 편집증이 일어나는 것은 노화과정과 상당한 관련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노년기에 일어나는 노화과정은 노인으로 하여금 긍정적인 정신에너지를 감소시켜 편집증으로 이행하는데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그것은 노년기의 상실감이 편집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년기에 경험되는 상실감은 급격하게 정신에너지를 감소시켜 외부에 대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상실감으로 인한 의심의 증가, 생리적 변화로 인한 과제수행 능력의 저하, 성적 활동의 감소로 인한 존재의 위축,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수동적인 방관자 등으로 구분하여 부가적으로 다루었다.

노화 과정에서의 황폐화에 따른 문제들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노년기는 상실감이 일차적인 노인의 심리적 특성이며, 이런 상실감은 부차적으로 다른 특성을 유발하게 되는데, 그것이 노화과정에 따른 황폐화의 문제라는데 주목했다. 이와 관련하여 노화는 갈등이나 혹은 그것의 잔여물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회복이 뒤따르는 상실로 경험되기보다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실로 경험된다는 점에서 이전의 발달기간과는 다른 인생의 경험이라는 것이 강조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황폐화에서 유발되는 애도의 짐, 황폐화 과정에서 자기애 상실의 문제, 그리고 황폐화에서 박탈위험의 증가 등에 초점을 맞추어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