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학회 목회자 세미나 61회
▲안선희 박사(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운용 박사. ⓒ이대웅 기자
지역교회 목회자들과 함께하는 한국실천신학회(회장 한재동 교수) 제7회 목회자 세미나가 24일 성남 예수소망교회(담임 곽요셉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제61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겸해 '100세 시대의 목회'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안선희 박사(이화여대)가 '고령화시대에 직면한 교회와 예배: 미니멀리즘, 성찰,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안선희 박사는 "한국교회 고령화는 사회 고령화보다 앞서가는 현상이고, 결정적으로 청장년층이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러한 고령화 현상을 저지하거나 늦추거나 극복하기보다, 이를 새로운 정상(new normal)으로 파악하면서 교회에 주어진 하나의 기회로 간주하고자 한다"고 전제했다.

청장년층이 유입되지 않는 이유로는 세 가지를 꼽았다. △한국 사회가 '소진(burn-out) 사회'로 변화됐고 △이렇게 에너지가 고갈된 사람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대체할 만한 기능적 대체물이 존재하며 △한국교회의 신앙담론도 지나치게 교리 중심적이라는 점 등이다.

안 박사는 "교회의 고령화를 기회로 받아들이려면, △성장 중심 △이벤트 중심 △맥시멀리즘의 목회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라며 "지금은 바로 단순 소박한 기독교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먼저 예배 형태로 '미니멀리즘'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현재 한국교회의 예배는 원색적인 화려한 의상, 과감하고 과장된 장식과 풍성한 부피감, 과장된 조형수단으로 표현되는 문화예술적 경향의 '맥시멀리즘(Maximalism)'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며 "이런 맥시멀리즘적 경향에는 많고, 화려하고, 꽉 찬 느낌이 적고, 소박하고, 텅 빈 느낌보다 좋다는 의식이 깔려 있고, 이런 의식의 배후에는 소유에 대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예배음악이 오르간이나 피아노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전자악기까지 최대한으로 구성돼 있고 △찬양대도 많은 대원들로 채워져 있으며 △멀티미디어의 사용도 더해져야 하고 △스크린 사용도 보편화돼 있으며 △교회 절기를 상징하는 배너와 강대상보도 너무 화려하고 △사용되는 문화예술 장르도 영화, 미술작품, 음악 등으로 다양화되는 등, 예배에 진귀한 요소들과 볼거리들이 가득 차 있다는 것.

실천신학회 목회자 세미나 61회
▲세미나에는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함께 자리했다. ⓒ이대웅 기자
안선희 박사는 "문제는 맥시멀리즘적 예배가 '센 자극의 중독성' 때문에 자극의 세기를 점점 증가시켜 가야 하고, 자극의 세기를 증가시켜 가는 과정에서 많은 재화가 요구된다는 데 있다"며 "하지만 고령화된 교회는 재정이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므로, 고령화된 교회에서 맥시멀리즘 예배는 지속가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예배가 예배자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주조하는 통로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자체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맥시멀리즘에 반대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다. 미술, 무용, 음악, 디자인, 건축 등 예술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인 미니멀리즘은 사물의 근본만을 표현했을 때 본질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에 입각해,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는 경향을 말하고, 각 분야에서 추구되는 공통점은 단순함의 미학, 내면성의 표현, 본질에의 충실함, 절제미, 소재의 진정성 등이다.

안 박사는 "예배가 미니멀하다는 것은 부수적인 것들을 덜어내고 본질에 충실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여기서 예배의 본질이란 하나님의 부르심에 감사함으로 응답하는 만남을 의미한다"며 "예배의 본질에 충실하다는 것은 하나님과 깊이 만나는 상태로, 미니멀리즘 예배가 장식과 기교를 가능한 한 절제하는 것은 이런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구술언어로 이뤄진 말씀 선포'만으로 구성된 예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상징과 비구술 언어의 사용을 무조건 제한하거나 종교개혁 전통에 충실한 성례전이 축소된 예배로 돌아가기만 하자는 게 아니"라며 "말씀의 충실한 선포와 정성스러운 성례전 거행, 그리고 상징과 비구술 언어, 상징행동 사용을 미니멀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안 박사는 "진정한 예배는 그 속에서 성령이 역사하는 예배로, 예배 구성자는 예배를 풍성하고 아름답게 만들려는 기교를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런 기교가 구사되는 예배에서 예배자들은 하나님을 깊이 경험할 수 없으므로, 고령화에 직면한 교회는 미니멀리즘 예배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천신학회 목회자 세미나 61회
▲안선희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스크린과 매체의 과도한 사용을 줄이는 예배, 악기와 전자기기 사용을 절제하는 예배,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의미를 공유하는 예배, 효과와 효율성보다 합목적성이 우선하는 예배, 화려하고 풍성한 장식보다 소박하고 검소한 장식으로 공간을 꾸미는 예배, 조용한 목소리로 전달하는 간단명료한 설교와 설교 후 묵상이 있는 예배, 진지함과 침묵이 있는 예배, 조용하기에 더욱 경청하고 집중할 수 있는 예배, 상징을 사용함으로써 구술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추구를 표현할 수 있는 예배, 일상과의 단절을 경험함으로써 오히려 일상을 회복하는 예배가 바로 안 박사가 소개하는 미니멀리즘 예배이다.

다시 말해 소비지향주의, 과도한 매체 사용, 화려한 장식, 시끄러움, 효율성, 중언부언 등을 거둬내는 예배이다.

안선희 박사는 "예배는 신앙인의 존재 방식을 체화하는 장이기에, 미니멀리즘 예배는 예배자들의 일상생활에도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예배자들은 외적으로 소박하고 내적으로 풍요로운 일상을 살아갈 능력을 함양할 수 있고, 단순 소박한 삶은 은퇴와 더불어 경제적·관계적 상실에 봉착하는 대부분의 고령 예배자들이 지향해야 할 삶의 형태"라고 강조했다.

예배의 방법으로는 '성찰', 예배의 주제로는 '죽음'을 제시하기도 했다. '성찰'에 대해 "대부분 고령의 신앙인들은 경제적 노후를 준비하느라 정신적이고 신앙적인 노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경우가 많을텐데, 교회는 이미 노년의 삶에 맞닥뜨린 신앙인들의 신앙 여정과 삶의 성숙을 도와야 한다"며 "성찰적 예배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재하시는 하나님을 찾는 영적 과정일 뿐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눈에 비친 대상으로서의 자신과 세계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판단을 수행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죽음'에 대해선 "죽음 앞에 선 인간을 기능적으로 파편화된 존재가 아닌, 총체적 개체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과제가 한국교회의 예배에 부여돼 있다"며 "한국교회는 부활의 소망에로 재빠르게 도약하기보다, 죽음의 현실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목도하는 진지함을 회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한 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히 9:27)'이라는 죽음의 현실성을 부활의 소망에 앞서 일깨우고, 죽음과 심판, 영원 등 노년에 대면해야 할 주제들을 예배와 설교의 주제로 삼는다면 신앙의 성숙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죽음을 향해 가는 신앙인들로 하여금 하나님이 여전히 자비로우시며 과분한 은총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신다는 확신에 찬 고백이 가능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세례, 결혼, 추도식, 장례, 칠순감사예배, 교회 절기예배 같은, 고령의 신앙인들을 위한 '축제 예식'과 '생애주기 예식' 등 새로운 예배예식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안 박사는 "교회는 통과의례 거행을 통해 노년의 삶에서 발생하는 지위와 신분의 변화에 신앙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새롭게 변화된 단계로의 진입이 용이하도록 도와야 한다"며 "은퇴, 이주, 독립, 시설위탁 등과 같은 관계적·육체적·시간적 변화의 시기에 독특한 경험과 과도기적 순간을 의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한국교회는 교인들이 자연현상에 의한 재난이나 항공기 추락, 테러 등의 충격적인 사회적 재난 앞에서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낄 때, 고령의 신앙인들을 개인적 위로와 사회통합을 위한 개방적 의례의 수행자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며 "그들이 재해 이후 위로의식과 사회적 추모의식의 주체가 될 때, 경험과 연륜을 갖춘 그들이 '역할 없는 존재'에서 '역할 있는 존재'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고령화되는 교회에서 드려지는 예배의 기준으로 '노인에 의한, 노인과 함께'를 제시하면서 △시력·청력·보행능력이 감퇴되는 고령의 신앙인들을 위해 적절한 조명과 음향 시스템, 큰 활자의 예배 자료, 건축 장벽의 제거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인지력이 손상된 고령의 신앙인들을 예배에서 배제시키기보다 어떤 방식으로든 통합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령의 신앙인들은 임종 시 위로와 애도로 적절하게 지원해 주길 원하므로, 목회자들이 관련 목회와 예배 훈련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익숙한 기도와 찬송이 신앙적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효과적이나, 전통과 혁신의 적절한 조화, 익숙함에서 오는 지루하과 새로움에서 오는 낯설음의 적절한 조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등을 조언했다.

실천신학회 목회자 세미나 61회
▲1부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 김윤규 박사, 발표 이상훈 박사, 상담학적 조언 권명수 박사, 교육학적 조언 한상진 박사. ⓒ이대웅 기자
이후 김운용 박사(장신대)가 설교학적 조언, 김수천 박사(협성대)가 영성학적 조언을 각각 전하기도 했다.

앞서 첫 발표에서는 '100세 시대 성도의 개인생활'이라는 주제로 '고령화, 위기인가 기회인가: 새로운 생애주기 이해(윤리학적 관점)'에 대해 이상훈 박사(새세대아카데미)가 발표했으며, 권명수 박사(한신대)가 상담학적 조언, 한상진 박사(총신대)가 교육학적 조언을 각각 맡았다.

오후 시간 '100세 시대 성도의 사회생활'에 대해선 정재영 박사(실천신대)가 '노인을 사회적 섬김의 대상에서 섬김의 주체로 세우기(목회사회학적 관점)'를, 박창현 박사(감신대)가 선교학적 조언, 옥진한 박사(한일장신대)가 디아코니아적 조언을 각각 전했다. 세미나는 토론 후 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의 폐회선언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세미나에 대해 학회장 한재동 교수는 "오늘의 위기가 심각한 것은 사회적·국가적 위기 앞에서 교회마저 위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며 "오늘의 위기를 현장에서 온몸으로 맞서는 목회자 여러분들과 함께, 학제간 대화로 교회를 섬기는 한국실천신학회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오늘날 위기의 일단을 목회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보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