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구약학회(회장 차준희) 제102차 추계학술대회가 '구약성서와 하나님의 영'을 주제로 23일 오후 협성대학교에서 열렸다. 개회예배에 이은 12개의 분과별 발표, 그리고 천사무엘(한남대)·이사야(남서울대) 박사의 주제발표로 진행됐다.  

'구약성서와 하나님의 영'을 제목으로 주제발표한 천사무엘 박사는 "구약에서 사용된 하나님의 영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어떤 것에 영향을 주는 하나님의 힘(divine power)을 의미하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현존이나 임재(presence)를 나타낸다"고 했다.

천 박사는 먼저 '하나님의 힘'과 관련해 "고대 이스라엘의 초기 역사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한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에게 임한 경우 하나님의 영은 그들에게 지도력(leadership)을 발휘하는 힘으로 작용했다"며 "예를 들면, 기드온(삿 6:34)과 옷니엘(삿 3:10), 입다(삿 11:29)가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해 전쟁에 나가기 전 하나님의 영이 그들에게 주어졌다"고 했다.

또 "하나님의 영은 예언의 능력을 주는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모세 그리고 장막에 모인 장로 70명과 거기에서 멀리 떨어진 진영 안에 있던 2명은 하나님의 영이 임했을 때 예언을 했다(민 11:17, 25)"며 "발람도 하나님의 영이 임할 때 이스라엘에 대한 예언을 선포했다(민 24:2). 사울과 그의 전령들이 예언자 집단을 접촉할 때도 하나님의 영이 임하여 다른 예언자들처럼 예언을 했다(삼상 10:10;19:20-23). 하나님의 영이 임할 때 다윗은 마치 예언자처럼 신탁을 말한다(삼하 23:2)"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하나님의 영이 '지혜의 능력' '복'(blessing) '의지력' '생명을 주는 힘' '창조하는 힘'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어 하나님의 영이 '하나님의 현존'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그는 "구약에서 하나님의 영은 대부분 영향을 주는 힘이나 대리자를 의미하지만, 소수의 경우 하나님의 현
존이나 임재(presence)를 나타낸다"며 "예를 들면, 개인 탄원시인 시편 51편에서 시인은 주 앞에서 자신을 쫓아내지 말고 '주의 거룩한 영'을 거두어가지 말라고 호소한다. 여기에서 하나님의 영은 창조적인 생명력과 힘을 주시는 하나님의 현존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거룩한 영이 없이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천 박사는 "구약과 구약외경에서 하나님의 영 개념은 하나님의 영향력, 하나님의 현존, 하나님의 위격을 의미하며, 이러한 개념은 신약에서도 사용된다"며 "따라서 신약에서 언급되는 '거룩한 영'은 삼위일체론의 성령을 의미하는지 구분해야 하며, 성서를 번역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성서에 나오는 하나님의 영 및 이와 연관된 단어들은 문맥에 따라 그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을 우리의 삶과 더 밀접하게 연관해서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예언서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영'을 제목으로 발표한 이사야 박사는 "예언자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영은 하나님의 임재의 한 방법이다.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었던 법궤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영이 등장하지 않고, 영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법궤가 등장하지 않는다"며 "또한 성전이 존재하던 8~7세기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영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반면, 성전이 무너진 이후에는 하나님의 영을 언급한다. 이는 하나님의 영이 하나님 임재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었음을 말해준다"고 했다.

그는 "법궤와 성전이 하나님이 임재하는 장소로서의 가시적 상징이라면 하나님의 영은 하나님의 이름, 영광, 얼굴, 손 등과 같이 비가시적인 하나님 임재의 방법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