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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천로역정’ 중 한 장면.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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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괴로움
천로역정은 저자의 꿈(존 번연)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꿈의 시작은 순례자의 등에 지워진 '무거운 짐'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다. 순례자는 자신의 등에 지워진 무거운 짐을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괴로움만 더 커져간다.
◈고통의 시작
순례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짐은 어떤 책을 읽으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그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등에 지워진 짐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그 책은 바로 성경이다. 성경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는 등짐은 바로 '죄책감'이다.
◈천연두
필자는 목회자이면서도 신앙상담뿐 아니라 일반적 상담도 많이 하는 편에 속한다. 또한 신앙인뿐 아니라 비신앙인들도 상담을 많이 한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상담을 하기 위해 오는 분들의 상담 주제가 신앙인이든 비신앙인이든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필자가 목회자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기도 한다. 그 이유는 목회자라고 하면 내담자들이 마음의 문을 닫거나 경계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더 경계한다. 경계를 한다는 것은 솔직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담의 특성상 내담자의 문제를 죄의 문제로 다뤄서는 안된다. 그러나 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들의 상당수가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죄책감을 다루는 것이 주요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죄의 무거운 짐을 실제로 많이 느끼고 있는 성도들을 만난 기억은 몇 되지 않는다. 죄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성도는 최근 30년 동안 만난 기억이 없다. 필자의 기억으로 30여 년 전 성도들은 자신 안에 있는 죄성의 문제를 가지고 금식하고 철야하면서 울며 불며 기도했다. 하지만 지금의 성도들은 죄의 고통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명 곰보병(마마) 천연두병이 사라진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와 같이 우리나라 교회 안에 죄로 말미암은 폐해(弊害)는 사라진 것일까?
◈진통제 복음
죄의 폐해(弊害)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죄의 고통을 느껴야 하는데, 죄의 폐해(弊害)는 그대로이나 죄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분명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죄에 대한 '페인리스(painless)' 즉,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무서운 병에 걸린 것이다. 분명 고통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약 20년 전 한국교회에 윌로우크릭, 새들백 교회의 구도자 예배, 당시 '열린예배'로 소개됐다. 그때 교계 일각에서는 '죄'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 열린예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들이 죄를 다루지 않았던 이유는, 사람들이 '죄' 문제를 다루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로 하나님의 사랑만 강조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소홀히 다뤘다. 또한 영혼 중심이 아니라 목회 중심이 되어 죄의 정의가 종교적 규범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왜곡되거나 스토아 철학적 결핍의 문제로 왜곡됐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구원의 확신'으로 대체해 버린 점이다. 초신자들에게 일어나는 죄책감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어 치료하지 않고, 구원의 확신으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진통제를 먹인 것이다.
◈현대인들이 만나게 될 천국
이러한 발상과 상상이 외람될 수 있으나, 경각심을 위해 말하고자 한다. 등에 지워져 있는 죄의 짐(죄성)을 벗지 않고 죄 용서만 받은 성도들이 천국 들어가 그곳에서도 죄를 짓고 산다면, 과연 그곳이 천국일까? 인격이 변화되지 않고 죄 용서만 받으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천국일까? 만약 그러하다면, 짐작컨대 그러한 천국은 지금 다니고 있는 교회를 닮지 않았을까?
◈성경과 천로역정
순례자는 성경책을 읽으면서 죄의 짐을 느꼈고, 성경을 읽을수록 죄의 짐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무엇보다 죄의 짐을 벗고자 했다. 필자도 천로역정을 읽으면서 죄의 문제가 다가왔고, 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강하게 느꼈다.
성경과 천로역정은 무디어진 영적 감각을 회복케 한다.
/강도헌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제자삼는교회 담임, 프쉬케치유상담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