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톨스토이 | 범우사 | 266쪽 | 12,000원

빈센트 반 고흐는 친구 안톤 반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1884년 3월)에서 "예술은 우리의 기술, 지식, 교육보다 더 위대하고 고차원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하기를 "예술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단지 손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네. 더 깊은 원천에서, 바로 사람의 영혼에서 솟아나온 것 아닌가"라고 했다.

철학자 말틴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의 근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술 작품은 일차적으로 사물이다. 조각은 돌로, 목각은 나무로, 회화는 색채로, 음악은 음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술 작품은 제작된 사물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사물만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것을 말하고 있다. 작품은 비유이다. 작품은 심볼이다." 그에 의하면 예술의 본질은 사물적인 것을 넘어서는 심볼과 비유다. 그는 "예술은 진리를 작품 가운데 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1898)>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1828-1910)가 쓴 예술론이다. 그 기본적 명제에 관해서는 훨씬 이전부터 일기나 그 밖의 자료에 나타나 있다. 예를 들면, 1899년에 한 화가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나는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다른 사람에게는 도저히 보이지 않으나 나에게는 보이는 것이 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죽기 전에 어떻게 하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는 당시 이 논문을 쓰고 있던 자기의 심경을 말하고 있다. 즉 그는 새로운 신앙에서 살기 위해, 그때까지의 자기 예술 활동을 포함하여, 단호하게 거짓 예술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가 하는 것을 논하고, 새로운 자기 예술관을 뜨거운 확신을 가지고 전개했다.

톨스토이는 초반부에 당시 여러 나라 학자들의 미와 예술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고, 이들의 이론은 미를 정의하는 데 있어 여전히 애매함과 모호함을 드러내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예술이 쾌락의 수단이 아닌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그 예술적 인상을 받는 모든 사람들 사이의 상호교류 수단으로 보았다. 톨스토이는 감정의 감염을 중시하는데 감염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훌륭한 예술이라고 했다.

그의 견해를 요약하면, 현대 예술은 모두 그릇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참된 예술은 사람의 지적인 의식을 감정으로 옮기는 인간 생활의 한 기관이 아니면 안 된다." 그는 과거의 모든 미학자 학설을 분석하면서, 문학을 비롯한 음악·회화·연극과 예술의 모든 장르에 걸쳐 언급했으며, 자기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문학·음악·회화 등 거의 모든 예술의 90%는 상류계급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그 세련성이나 완벽성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그들의 사랑과 정욕과 생의 권태라고 하는 테마에 국한돼 있다. 톨스토이는 현대 상류계급 사람들이 예술의 모조품을 진정한 예술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한다. 그것들은 모두 이 세상에 있어 위험하며 무익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할 유일한 예술은 보편적인 예술, 즉 모든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예술, 종교적인 감정을 전하는 성실하고 순수한 예술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해리엇 비처 스토 부인이 쓴 <엉클 톰스 캐빈>을 뛰어난 소설이라고 찬양하는 한편, 셰익스피어나 보들레르를 비난하고 바그너의 가극을 공격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톨스토이 나름대로 자기 신념에 충실코자 하려는 데서 저지른 잘못도 많으리라 여겨지지만, 또한 그것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를 쓴 작가의 말이라고 생각할 때, 거기에 들어있는 진실이 결코 적은 것이 아님도 분명하다.

그러나 그 점에 대해서는 로맹 롤랑도 "톨스토이는 그가 당연히 지켜주어야 할 사람들, 입센과 베토벤을 중상하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 그것은 행동하기 전에 충분히 반성할 여유를 갖지 못한 격분의 죄이고 그 이유의 연약함을 놓친 편견의 죄이며, 감히 말하자면 그의 예술에 관한 교양이 불완전한 죄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톨스토이는 이 논문 집필을 맞아 너무나도 그 대상을 넓혔기 때문에, 때때로 지나치게 독단적 진술을 하고 있다. 더구나 그 경우도 톨스토이의 견해는 대상 그 자체를 말하고 있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생각을 보다 많이 말하고 있다. 어쨌든 톨스토이가 이 예술론에서 전개한 사상은, '전향' 뒤 그의 세계관을 매우 명쾌하게 표현한 것으로서 큰 뜻을 지니고 있다.

이 논문을 읽은 화가 일리야 레핀(Ilya Repin)은 "이 박력 있는 걸작의 강렬한 인상에 압도되고 있습니다. 세세한 점이나 몇 가지 예에는 납득되지 않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만, 전체로서 문제를 제출한 본 줄거리는 깊고 반박의 여지가 없기에, 즐거운 기분이 되기조차 합니다"라고 톨스토이에게 써 보내 그를 기쁘게 했다고 전해진다.

한때 구 소련에서는 톨스토이의 만년의 전향에 관해 심한 비판을 했지만, 그의 예술론에 흐르고 있는 교화적 경향을 암암리에 지지하면서 서구의 예술적 퇴폐를 공격하기도 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 있는 점이다.

톨스토이의 예술론은 예술의 정의와 범주를 너무 무겁게 그리고 너무 좁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우리가 경청할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