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학원 이사장 강영안 박사
▲강영안 박사는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해야 할 것인가'를 묻기 전에 '우리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송경호 기자

-일부 목회자들의 일탈 행위가 알려지면서 윤리와 도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림이 자칫 '율법주의'를 부추기지 않을까 하고 염려하는 이들도 있는데요.

"기독교 윤리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은, 그것이 행위의 문제라기보다 존재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행위는 존재를 따른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사과나무가 사과를, 감나무가 감을 맺는 이치를 떠올리면 이해가 보다 쉬울 것입니다. 나무가 존재라면 열매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행위를 해야 할 것인가'를 묻기 전에 '우리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속'입니다. 에베소서 5장 8절, 곧 '너희가 전에는 어두움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는 말씀이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 윤리에선, 기독교를 믿는 이가 예수님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예수님 안에서, 빛의 자녀가 된 이는 빛의 열매를 맺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보면, 빛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는 예수님께 속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 열매를 보아 나무를 알 수 있다'고 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존재와 행위는 그야말로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한 도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세 가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첫째는 무신론입니다. 현재 교회 밖에서 무신론이 굉장히 그 힘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 선봉에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지식인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신론이 지식인들 사이에서만 퍼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운동 차원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교회 밖의 문제로만 취급해선 안 됩니다. 이보다 더 무서운 무신론이 교회 안, 그러니까 믿는 이들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으로는 하나님의 존재를 시인하나 그 행위로는 부인하는 자들'이 바로 교회 안에 있는 무신론자들입니다. 교회를 오래 다녔다고 하는 이들 중에 실제로는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것이 가장 두렵고 큰 도전입니다.

강영안
▲강영안 박사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한 도전으로 무신론과 다원주의, 그리고 소비주의를 꼽았다. ⓒ송경호 기자
그 다음은, 앞서 말했던, 다원주의입니다. 믿는 이들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며 꿋꿋하게 살아가기가 정말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모든 것이 상대화 된 곳에서 절대적 진리를 전하고 참된 길을 걷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기독교인들이 다원주의적 사회에서 복음을 따라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제라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주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 마디로 신앙을 소비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결국 욕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통해 형성된 삶의 방식이 교회 안에서도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말씀이 요구하는 것을 추구하고 따르기보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을 좇아 교회를 다니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신자들의 욕구는 목회자로 하여금 이른바 '고객 중심'의 사고를 하게 만듭니다. 그들이 듣기를 원하는 대로 설교하기 쉽다는 것이지요. 죄를 지적하거나 잘못을 책망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즉, 설교와 교회 공동체를 하나님의 말씀에 입각해 목회자와 신학자가 규정하는 것이 아닌, 욕구에 바탕을 둔 신자들이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소비주의가 지금의 성장주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도전들을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요. 바로 제자도입니다. 예수님을 닮아 그 분의 삶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에베소서 4장 15절,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니라'는 말씀이 곧 우리 신앙의 목표가 돼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참된 제자들이 되어 이 사회에서 믿음의 본을 보여야 합니다. 이런 믿음과 삶의 통합이 바로 오늘날 한국교회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각 교단들이 그들의 총회에서 이런 문제들을 다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교단이 처한 신학적·문화적·교회 내적 문제들은 무엇인지, 여러 도전들에 어떻게 응전해야 하는지 등을 심각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곧 총회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지엽적인 문제를 정치화 해 서로 다투고 경쟁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총회가 총회다운 역할을 하기 위해선 우선 노회와 개교회가 제대로 기능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들이 총회로 집중되는 듯 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소위 말해 '총회중심주의'입니다. 그러니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오히려 교권만을 좇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총회는 기본적으로 교단의 정책과 신학적·사회적 이슈를 주로 다뤄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회복의 길 또한 열릴 것입니다." <>

강영안 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문학 학사, 루뱅대학교 철학 학사와 동대학원 철학 석사,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네덜란드 레이든 국립대학교 철학과 전임강사를 거쳐 계명대학교 철학과 교수와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칼빈대학교 철학과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집행위원장 및 공동대표, 한국철학회 회장, 한국기독교철학회 회장, 한국칸트학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와 학교법인 고려학원 제26대 이사장으로 있다. 내년 7월부터는 미국 칼빈신학대학원에서 철학신학을 가르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