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잡으려면 “학교 선택, 수요자가 해야”

이지희 기자 입력 : 2016.09.05 18:57

‘대안학교 넘어 자유학교로’… 입법청원하는 김재헌 본부장(하)

'기성복' 같은 한국 공교육, 사교육 의존에 한 몫

"어느 외딴 섬마을에 국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는 옷가게가 있다. 옷가게는 디자인과 색상이 동일한 한 사이즈의 기성복만 보유하고 있다. 손님이 '사이즈가 다르다',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면 점원은 '다른 곳에 가서 옷을 사라'고 말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손님들은 그 가게에서 옷을 살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교육혁명 학교선택권'의 저자 오호영 박사는 이 같은 이야기를 예로 들며 대한민국 공교육이 이 외딴 섬마을의 옷가게와 비슷한 꼴이라고 통분한다. 그는 "성인 남자 옷가게가 100~105 사이즈만 갖춘 꼴"이라며 "이런 옷가게는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성공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김재헌 본부장은 "때문에 결국 소비자는 기성복을 사서 자신의 체형에 맞도록 길이를 줄이는 등 수선을 하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아예 기성복을 포기하고 맞춤형의 값비싼 옷을 사 입을 수밖에 없다"며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외국 조기 유학, 대안학교가 그런 예"라고 지적했다. 기형적인 사교육 현상은 국가가 조장한 부분이 분명 있다는 이야기다.

김 본부장은 "조기유학과 사교육 시장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부어 가정경제가 파탄나고 교육의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있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처럼 수요자에게 학교 선택권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유학교법 입법청원 국민운동본부
▲지난 4월 18일 거창중앙교회에서 진행된 자유학교법 입법청원 운동본부 주최 일일세미나 참석자 단체사진. 다음 총선인 4년 뒤까지 총 300만 명의 서명을 목표로 하는 주최 측은 이날 전국투어의 첫 모임을 가졌다. ⓒ자유학교법 입법청원 국민운동본부
미래형 교육으로의 전환은 선택 아닌 필수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각 나라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의 성적은 최상위권이지만, 학업에 대한 흥미도는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교육당국의 획일적인 교육 방침은 사실상 미래의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 밖에서 방황하는 35만 명에 이르는 학생도 교육예산의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다.

미래 사회를 선도해 나갈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미래형 인재를 적극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미래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수다. 교육 패러다임도 학생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이 가진 재능과 개성을 살려서 스스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지금까지 교육의 중심에 서 있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학교, 교사가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위치에 서야 하는 것이다.

교육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 보면, 미국의 경우 미래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시험제도를 바꾸었다. ‘무엇을 아는가’를 측정하던 시험을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시험으로 전환했다. 미국의 사립학교는 물론 자율로 운영되는 공립학교 차터스쿨은 학력평가에서 두 번 낙제점을 받은 재학생이 전학 갈 수 있게 했다. 캐나다, 미국에서 특목고인 마그넷 스쿨과 일반계 학교 특수목적 학급을 귀족학교로 매도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이곳에 다니는 학생들의 재능을 돕기 위해 지원한다.

세계적인 교육 강국인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은 학부모에게도 학교 설립권을 부여한다. 학생을 30명 이상만 모집하면 인가해주며, 국가가 운영비를 지원한다. 커리큘럼 등의 간섭은 없다. 학생이 없으면 폐교되기 때문에 학교와 교사는 온갖 정성을 다해 지도하게 된다.

뉴질랜드에서는 1988년 교육부 권한을 개별 학교로 이관해, 교육부 인원 4천 명을 400명으로 감축하고 지역교육청을 폐지, 학교 자율경영체제를 수립해 학부모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김재헌 본부장은 "이렇게 선진국이 모두 교육경쟁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데 한국은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며 "지금 우리나라 초중등학교는 21세기 학생을 20세기 교사가 19세기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형국"이라고 지적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페이스북과 같은 21세기 문명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학생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반응은 기성세대와는 크게 달라졌는데, 학교를 규율하는 관료주의와 획일성은 19세기와 다를 바 없고, 교사는 여전히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은 교육의 중심을 수요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획기적인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실천방안은 자유학교법의 입법을 통해 교육평등권, 교육 자율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유학교법 입법청원 운동의 세 가지 목표

자유학교법 입법청원 운동의 핵심 목표는 세 가지다. 첫째, 교육의 주체가 학생과 학부모임을 선언하고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이에 따른 차별과 장애들을 법적으로 제거한다.

둘째, 덴마크, 스웨덴, 미국과 같이 학교의 설립과 인가가 자유로워야 한다. 학교의 설립과 운영이 더 이상 국가와 몇몇 대형 사학 재단의 전유물이어서는 안 된다. 뜻있는 개인, 사회단체 및 종교단체 등 누구든지 교육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있으면 학교를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학교선택권을 사용하여 유학, 대안교육, 검정고시 준비, 자퇴 후 직업교육이수, 홈스쿨링 등을 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겐 국가가 교육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2016년 교육부 예산 총액은 63조 969억 원, 총지출은 55조 7,299억 원으로, 2015년 54조 8,998억 원 대비 8,301억 원(1.5%) 증가했다. 회계 기금별로는 일반회계 50조 4,149억 원, 지역발전특별회계 8,573억 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 4조 4,577억 원, 사학진흥기금 2,439억 원이다. 또 시도교육청에 보낸 보통교부금은 39조 8,257억 원으로, 작년보다 1조 8,000억 원 늘어났다. 교육부 전체 예산을 학령기 인구 14학년(유치원 2년, 초중고 12년) 학생 887만 명으로 나누었을 때 학생 1인에게 돌아가야 할 교육 예산은 매년 약 721만 원(월 약 60만 원)이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한 사람의 인재가 아쉬운 때, 자퇴 학생 수가 증가하는데도 단지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교육세금의 환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자유학교법 입법청원 국민운동본부
▲지난 7월 말 세종시에서 진행된 자유학교법 입법청원 운동 기자회견 당시 모습. ⓒ이지희 기자
자유학교법이 필요한 이유

자유학교법 입법청원 국민운동본부가 위의 세 가지 목표를 설정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학교 선택권
스웨덴, 미국 등에서는 1990년 초반 교육 개혁을 시작해 성과를 거두었다. 학교선택권은 스웨덴의 자유학교, 미국의 차터스쿨 등으로 교육개혁 정책으로 자리잡았고, 공교육의 대안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자유학교, 차터스쿨 등은 누구나 자유롭게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비는 정부가 부담하는 제도다. 기업이 학교를 설립해 학교 운영으로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규제와 관료주의로 운영돼 온 공교육 시스템에 시장적 요소를 도입하여 혁신과 다양성, 자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다.

2. 공급자 중심 교육의 한계
현행 교육시스템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는 공급자 중심이다. 따라서 교육 소비자에게 학교선택권을 보장하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일어나는 교육만이 교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어야 학벌 중심, 학연 중심의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고 다양한 실험적인 교육의 시도가 가능하다.

3. 다양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은 미래를 만드는 토양임과 동시에 에너지원이다.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교육은 지금과 같은 자유 시대에는 중요하지 않은 가치다. 국가가 교육을 너무 강조하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 직업은 많지 않다. 오히려 교육은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목표와 계획, 즉 진로 설계를 짜도록 지도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좋다. 지식을 주는 교육보다 방향을 정할 때 힌트를 주는 인문학적이며 미래지향적, 철학적 사고를 갖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

4. 학교설립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화 시대에는 현재와 같은 국가 독점적 구조의 베푸는 학교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 보통교육을 통해 보통시민을 배출하여 대량생산 위주의 산업화 시대에 맞는 인력을 짧은 기간에 대규모로 배출한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산업구조도 바뀌었다. 교육 시스템은 과거 패러다임에 머무는데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유형은 달라지면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찾은 출구가 사교육, 홈스쿨링, 해외유학, 대안교육 등이다.

교육의 자유 조항이 들어있지 않은 대한민국 헌법은 사실 일본의 학교제도에 기인했다고 국가교육국민감시단 김정욱 사무총장은 말한다. 김재헌 본부장은 "교육에 국가독점적인 구조는 공정거래법상으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며 "우리 헌법에는 교육의 자유를 별도 조항으로 두고 있지 않아서인지 각종 교육관련 법규에서 교육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교육예산, 교육기관 운영, 교육내용 편성, 교사의 임명, 교과서 제작 등 교육 전반에 대해 법규로 통제하고, 최종 권한을 정부(교육부)가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재헌 본부장은 "이제는 획일적 교육을 배제하고 모든 교육은 에듀케레(이끌어 내다)의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자유학교제가 추구하려는 교육 혁명은 에듀케레식 교육"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주일학교가 30여 명에서 1천여 명 규모로 부흥한 거창중앙교회 이병렬 목사는 "주일학교 사역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관계 속에서는 예수님의 십자가로 성품 훈련을 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며 "10여 년 전부터 하나님이 주신 기도제목으로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대혁명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해 왔는데, 작년 1월 김재헌 본부장을 만나면서 자유학교가 무너진 공교육 현장의 대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특히 "유럽이 한 세대를 놓쳐 교회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다음세대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며 "하나님의 뜻을 이룰 사명 민족으로 세워진 우리가 주일학교 활성화와 자유학교의 현장화에 앞장서 교육 분야에 한 지평을 열게 되기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재헌 본부장은 충북 오창나눔교회를 개척한 후 3년 전 분리해 나와 세종시 세종나눔교회를 개척했다. '16살, 내 꿈이 평생을 결정한다'(3권 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e-비즈니스', '세상을 확 바꾼 체인지 메이커 75', '성공 인생노트 77', '10대가 가기 전에 할 일 33',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올해 안식년을 맞아 그는 자유학교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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