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김병태 목사(성천교회 담임).
2016년 8월 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화려한 하계올림픽 축제가 개최됐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행사라 아쉬움이 많았다. 새벽기도를 해야 하는 목사 신분으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때때로 밤늦은 시간까지, 때로는 새벽 시간 짬을 내어 응원하곤 했다. 아쉬움의 탄식을 자아내기도 하고, 열광적인 기쁨을 외치기도 했다. 올림픽의 대장정은 드디어 22일 월요일에 화려한 막을 내렸다.

인생이 그렇다. 내가 원하든 원지 않든, 타력에 의해 인생 출발이 이루어졌다. 그것이 부모로부터 태어남 때문이든,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서든. 웃는 이도 있고, 우는 이도 있다. 피곤하고 지쳐 주저앉고 싶은 때도 있다. 상처를 입어 아픔과 고통을 참아내야 하기도 한다. 피가 흐르지만 멈출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인생에도 폐막의 때가 있다. 쉼과 안식이 기다리고 있다. 그때 인생에 대한 하나님의 판정이 이루어진다. 어떤 이는 메달을 걸고 칭찬 받으며 기뻐할 것이다. 어떤 이는 메달을 걸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게 될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다. 그 심판의 때에 하나님이 제시하는 구원의 길을 거부해 지옥의 형벌로 나아가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다음 기회가 없는 영원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은 10-10의 목표를 세웠다.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해서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게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실망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다. 기대했던 유망주, 기대했던 종목들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당초 세운 목표는 불가능하다는 기운이 선명했다. 그러나 한국은 금메달 9개, 은메달 3개, 동메달 9개로 종합순위 8위의 수확을 거뒀다. 하계 올림픽 4회 연속 톱10 진입에 성공한 게다.

인생에 나름의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세상이 마음대로 안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목표가 있어야 달려갈 동기와 힘이 생긴다. 세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들 어떤가? 거기까지 달려간 수고의 땀이 아름다운데.

달려가는 동안 실망스러운 순간도, 좌절감을 느끼는 때도, 멈추고 싶은 순간도 수없이 많다. 그러나 끝까지 달려가는 게 아름답다. 결과에 상관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자체가 아름다운 그림이니까.

올림픽 드라마는 수없이 많다. 아름다운 추억의 장면들도,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저절로 나오는 때도 있었다. 너무 너무 아쉬운 순간들도, 화가 치밀어 텔레비전을 끄고 싶은 때도 많았다. 모두 소중하게 간직할 아름다운 한 장면이다.

그 중 잊을 수 없는 장면도 있으리라. 바로 레슬링 종목 김현우 선수의 동메달이다.

한국이 일본에서 해방된 날을 기념하는 광복절, 한국의 레슬링 선수 김현우는 리우경기장 매트 위에 태극기를 펼쳤다. 그리고 그 위에 엎드려 절했다. 밤잠을 못 이루며 자신과 선수들을 위해 응원해 준 지구 반대편 국민들이 너무 고마워서.

그런데 엎드린 그는 좀처럼 일어날 줄 몰랐다. 그의 몸은 흐느끼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의 흐느낌일까? 동메달을 획득했다는 안도의 눈물일까? 그는 부상당한 팔로 시상대에 올라서 흐느꼈다.

2012년 그는 런던올림픽 66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체급을 올려 그레코로만형 75kg급에 도전하여 두 체급 석권을 노렸다. 하지만 너무 아쉽게 동메달에 머물렀다. 그러나 판정 논란을 딛고 이뤄낸 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상황임에도 굳건하게 이번 대회 레슬링의 첫 메달을 따냈다.

러시아의 강력한 경쟁자 로만 블라소프와 16강전에서 한판 승부를 가렸다. 다 잡은 승리를 석연찮은 판정 속에 놓쳤다. 3-6으로 뒤진 경기 종료 3초 전, 김현우는 4점짜리 회심의 가로들기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심판은 완전한 기술이 아니라며 2점만 줬다. 선수도, 코치진도, 관중석에 있는 관중들도 열광하기 시작했다.

감독은 즉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블라소프의 배가 완전히 하늘을 보이며 넘어갔지만 심판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게다. 감독은 비통의 눈물을 흘리며 매트에 주저앉았다. 너무 억울해서 감독과 한국 선수단은 즉시 세계레슬링연맹에 제소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제소 준비도 마쳤다.

하지만 제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제소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판정 번복이나 재경기는 없기에. 심판만 징계를 받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심판이 징계를 받으면 남은 선수들이 판정에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을 했는데, 허무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4년 동안 그것만 보고 훈련했는데...."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말을 잇지도 못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아직 일어설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다. 패자부활전이.

그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패자부활전에서 중국의 빈양을 3-1로 눌렀다. 이어서 크로아티아의 스타르체비치 선수와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게 되었다.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투혼을 발휘했다. 1피리어드 종료를 앞두고 옆굴리기를 당하면서 팔이 빠지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6-4로 상대 선수를 꺾으며 눈물의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그의 동메달은 금메달보다 더 값진 것이다.

석연찮은 판정을 딛고, 패자부활전을 치루면서도, 어깨 탈골의 고통을 참으면서까지 그는 멈출 줄 몰랐다. 그에게는 가슴에 새겨둔 소망이 있었기에. "오늘 광복절이라서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었다." 그는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안해 할 필요 없다.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 우리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너무 잘 뛰었다는 걸. 올림픽 정신을 따라 마지막까지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했다는 걸. 그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4년 동안 금메달만 생각하며 훈련해 왔다. 그래도 동메달을 따게 돼 기쁘다. 계속 응원해 주셔서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 "내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돌아가서 부족한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훈련하겠다."

충분히 잘했다. 동메달이 어딘데. 4년 뒤에 기회가 또 기다리고 있다! 또 한 번 열렬히 응원하기로 약속하기에 우리는 인천공항을 들어서는 그대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게 아닌가!

이제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모두 입국하게 될 게다.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금의환향해서 환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쪽 구석 쪽으로 피하고 싶은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주기를 바란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얼마나 수고와 고생을 많이 했는가? 그동안 얼마나 비싼 비지땀을 흘렸는가? 모두가 다 일등을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러나 모두 고생하고 수고한 건 사실이 아닌가? 당당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리도 일본에서 벌어질 다음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