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카발리스트들의 저작은 대단히 방대하다. 그 중 창조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4권의 중요한 저작들이 있다.

첫째 라찌엘 하말락(Raziel hamalach): 아담 하리숀(Adam Harishon)에 의해 1701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첫판이 나온 책이다. 라찌엘은 천사의 이름이다. 유명한 토라 주석가인 랍비 아브라함 이븐 에스라(Rabbi Avraham ibn Ezra)는 셰모스(Shemos; Exodus) 주석에서 72 가지 신적 이름과 관련하여 이 책을 언급하고 있다. 인간은 소우주라는 유명한 말이 이 책에 나온다.

둘째 세페르 예찌라(Sefer Yezirah): 세페르 예찌라(Sefer Yetzira)는 히브리어로 '창조의 책'이란 뜻이다. 아브라함 아비누(Avraham Avinu)가 쓴 책으로 10 가지 세피로와 22 가지 히브리 알파벳을 통한 창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주술과 우주론에 관한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원전인 이 책은 우주가 22개의 히브리어 알파벳과 10개의 신의 수(sefiros)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이것들이 하느님이 우주를 창조할 때 사용한 '32가지의 은밀한 지혜의 길'을 이룬다고 했다.이 책을 종종 아브라함이 지은 것으로 잘못 알려져 '우리 조상 아브라함의 알파벳'(Otiyyot de Avraham Avinu)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 책은 3~6세기의 것으로 나중에 내용이 더 첨가된 작자 미상의 작품이다. 세페르 예찌라는 10개의 세피로라는 극히 중요한 개념을 발전시켰는데, 이것은 뒤에 유대교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이 중 처음 4개의 세피라는 우주의 원소들(하느님의 영·공기·물·불)을 나타낸 반면, 나머지 6개의 세피라는 공간의 방향을 나타낸다. 카발리스트들은 이들 세피로스와 알파벳 문자들은 창조의 소우주인 인간 몸의 각 부분과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중세 독일의 경건주의인 하시디즘(Hasidism)은 이 예찌라의 방식을 마술로 창조된 피조물인 '골렘'(golem)과 연결시키고 있다. 예치라에 관한 중요한 해설서들로는 사아디아 벤 요셉(882-942)의 해설서와 이삭 벤 솔로몬 루리아(1534-72)의 해설서가 있다.

셋째 세페르 하바히르(Sefer HaBahir): 1 세기에 나온 대단히 중요한 책으로 랍비 네후냐 벤 하카나(tanna Rabbi Nechunya ben Hakanah)의 저서이다. 길굴(gilgul)이라는 영혼의 유전(遺傳) 개념을 소개하는 중요한 책이다. 창조론과 관련하여 "침쭘"의 개념이 소개된 책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세페르 예찌라와 더불어 게마트리아의 실마리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은 12세기 말엽 프랑스의 프로방스에서 처음 나타났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발리스트들은 이 책을 그보다 훨씬 오래된 것으로 본다. 이 책은 체계가 없고 대체로 해석하기 어려우며 히브리어와 아람어가 섞여 씌어졌지만, 신비주의적 상징주의를 카발라에 도입한 책이다. 10개의 '신의 유출물'에 대한 설명 중 가장 오래된 것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넷째 세페르 하 조하르(Sefer HaZohar): 카발라의 가장 중요한 책 가운데 하나이다. 2세기 랍비 시몬 바 요카이(Shimon bar Yochai)가 쓴 책이다. "빛나는 책"이라는 뜻을 지닌 이 책은 창조론과 관련하여서는 창세기 대홍수 당시의 노아 나이에 대한 신비적 해석이 나온다. 모세 5경과 룻기, 아가(雅歌), 예레미야애가(哀歌)의 카발라적 해석도 담고 있다. 생명의 나무인 10개의 세피로트, 최초의 사람 아담(아담 카드몬), 천지창조의 비밀, 악의 기원 등이 문자와 수치변환법(게마트리아)을 구사하여 종횡무진 전개되어 있다. 최근 이 책이 13세기 모세 데 레온(Moshe de Leon)에 의해 쓰여졌다는 주장도 있으나 핀켈(Finkel)은 이 책의 저자를 시몬 바 요카이라 한다. 모세 데 레온(Moshe de Leon, 1250-1305)은 13세기 스페인에서 활동한 카발리스트로 조하르(the Zohar)의 저자이다. 이 1280년 경 편집된 이 조하르는 오늘날 카발라에서 성경, 탈무드와 더불어 3 대 경전으로 불리는 유명한 책이다.

카발라 창조론의 주요 개념들

첫째 침쭘(Tzimtzum)

인간은 신이 아니다. 피조물이다. 따라서 인간이 피조 세계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인간은 질문한다. 슬픔과 기쁨은 왜 함께 공존하는가. 질서와 부조리와 불합리가 왜 함께 공존하는 것인가. 신이 있다면 왜 죄악을 방치하였을까? 왜 창조주는 빛도 만들도 어두움도 만들고 평안도 주고 재앙도 일으키는가(사 45:7). 그렇다! 하나님은 자신이 바로 그런 모순되어 보이는 모든 일을 한다고 말한다.

카발라는 이것을 침쭘(Tzimtzum)이라는 말로 이해한다. 침쭘(Tzimtzum)은 히브리어로 '축소'라는 개념이다. 창조주 하나님은 마치 스스로 하나님의 부재, 하나님의 자체 모순처럼 여겨지는 일을 한다. 창조주는 때로 피조물에게 자유의지를 주고 자신은 물러나 있다. 이것이 바로 찜쭘이다. 마치 성경 아가서에 하나님은 언급되지 않으나 아가서는 역설적으로 대단히 성스러운 책이다. 아가서에서 하나님은 숨겨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세상의 부조리는 바로 이런 침쭘으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이시라면서 왜 세상은 온통 부조리 투성이인가. 이것을 영지주의자들은 우주 창조주의 한계에서 찾으려 하고, 카발리스트들은 침쭘에서 찾는다. 인간의 자유의지도 침쭘으로 설명된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주시고 자신을 축소하고 자기를 제한(self-limitation) 한다. 물론 창조주가 마냥 물러나 있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때에 창조주는 분명히 개입하여 흐름을 바로 잡는다.

둘째 아인 소프(Ein Sof)와 세피로스(Sefiros)

아인 소프(Ein Sof)는 '무한자', '비존재', '끝이 없는 존재'를 나타내고 세피로스(Sefiros)는 '그릇' 또는 '방출'을 나타내는 세피라(Sefirah)라는 단어의 복수 형태이다. 카발라는 아인 소프를 통해 신성한 존재 곧 창조주 하나님(Creator)의 존재를 이해하려 하며 세피로스 체계를 통해 피조물(creature) 이해에 접근한다.

세피로스는 유대 신비주의 전통을 대표하는 카발라전통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절대적 신성을 함축한 상징이다. 이 세피로스에 의해 이루어진 복합적인 작용의 결과로 우주가 창조된다. 즉 세피로스는 유한한 우주와 무한한 신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매우 중요한 카발라의 상징이다. 세피로스는 보이지 않는 신의 알려진 실재로서 중요하다. 이 세피로스의 상징의 핵심인 열 개의 원으로 나타나는 세피라는 다음과 같다.

(1) 케세르(keser, Crown): 왕관을 나타내는 이 단어는 세피라의 최상층에 자리한 단어로 앎의 왕관이기도 하고 고른 초점으로 균형을 상징하기도 하고 하나님 속성의 꼭대기를 상징하고 긴 고통을 상징하기도 한다.
(2) 호크마(Chochmah, Wisdom): 신의 지혜의 세피라이다. 왕관의 오른 편에 자리하고 아는 자의 지혜, 지혜가 솟아나는 샘, 창조의 시작, 생각의 원형, 빈 공간, 현자의 물, 아버지 중의 아버지, 기도 등으로 나타나는 단어이다.
(3) 비나(Binah, Understanding): 왕관의 좌편에 자리하는데 지성, 오성 또는 이해, 천상의 어머니(아이마, Imma)를 상징한다.
(4) 헤세드(Chesed, Kindness):  자비 또는 사랑을 타나내며 지혜 아래 오른 편에 위치한다. 성경에 하나님의 사랑, 자비, 신실하심으로 번역된 단어이다. 코르도바나 핀켈은 헤세드 대신 게둘라(Greatness; 탁월함)를 사용한다.
(5) 게부라(Gevura, Power): 심판 또는 힘을 나타내며 비나 아래 좌측에 위치한다.
(6) 티페레스(Tiferes, Beauty): 아름다움(美)을 나타내며 왕관 아래 중앙에 위치한다. 토라에 대한 공부, 진리, 창조의 비밀, 영원한 빛 등이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7) 네짜흐(Netzach, Triumph): 승리 또는 인내를 나타내며 헤세드(또는 게둘라) 아래 오른 편에 위치한다.
(8) 호드(Hod, Splender): 창조 속에 있는 신의 위엄 또는 영광을 나타내며 게부라 아래 왼편에 위치한다.
(9) 예소드(Yesod, Foundation): 기초, 기반을 나타내는 단어로 티페레스 아래 중앙에 위치한다.
(10) 말쿠스(Malchus, Kingdom): 왕국을 나타내는 단어로 맨 아래 중앙 쪽에 위치한다.

이상과 같이 각각의 세피라는 고유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통 케세르와 호크마와 비나 3가지는 상위 개념의 측량 할 수 없는 세피로스로 보며 나머지 7 가지 세피로스는 하위 개념으로 본다.

하나님 왕국이 세상에 이루어지는 것은 이들 정점이 작동 될 때이다. 즉 각 단어의 의미가 충분히 발산 될 때에 하나님의 왕국은 실현 된다. 카발리스트들은 신비주의 전통에서 명상수련을 쌓지 않은 보통 사람은 이런 속성 하나 하나밖에 인식하지 못하나 통찰력을 갖게 된 지혜로운 사람은 10개의 속성으로 이루어진 세피로스 전체의 도형(圖形)을 보며, 각 속성들의 조화로운 상호작용과 관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능력은 곧 우주의 빛, 나아가 절대적 무한자인 아인 소프를 완전히 인식할 수 있는 통찰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즉 10개의 세피라는 카발라 전통에서 신적 무한 빛(the Divine Infinite Light)으로부터 방출된 속성으로 무한한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인 소프'(Ein Sof)로 다가가는 통로이다.

무한으로 번역되는 아인 소프(아인= 무, 소프= 한계, 끝)는 신에 대한 카발라의 명칭이다. 도형적으로는 왕관 위에 도식화 할 수 있으나, 아인 소프는 무로 존재하지도 않고 측정할 수도 없으며 존재 또는 비존재라는 용어로도 전혀 논의되어 질 수 없다.  아인 소프는 결코 인간 경험의 부분이 아닌 것이다. 카발라에 의하면 아인 소프는 창조주 하나님보다도 앞선 존재이다. 심지어 이런 말로도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있는 여호와보다도 더 설명할 수없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아인 소프는 인간이 어떤 설명할 수 없는 언어적 유희의 공간 안에 남겨진다. 다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마리는 세피로스가 아인 소프의 방출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카발라 이론은 대단히 수학적이고 질서적이며 때론 철학적이기도 하고 기독교 복음보다는 신비한 지식과 지혜를 추구한다는 면에서 기독교에서 위험시 하는 영지주의적 요소를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이들 카발라 사상에 대한 기독교적 평가를 시도해 보고자 한다(계속).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www.kictnet.net)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이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