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봉
▲본지 기자들에게 ‘신언서판’을 강조한 김철봉 목사. ⓒ송경호 기자
여름은 '선교의 계절'이다. 2년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선교한국 2016이 끝났고, 각 교회마다 아웃리치와 단기선교 등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선교에 열정을 품은 한국교회 주요 지도자 중 한 명인 김철봉 목사(예장 고신 증경총회장, 사직동교회)와 선교를 비롯해 남북통일과 교단 연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인터뷰는 지난 7월 초 진행됐다.

-선교에 관심이 많으신데, 한국교회가 선교에 대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2천 년 기독교 역사를 보면, 분명히 선교의 흐름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느 교회를 선교의 도구로 쓰셨는가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 동안 영국 교회와 미국 교회를 선교의 도구로 쓰셨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요. 

그리고 지금은 한국교회를 사용하고 계신 것이 분명합니다. 이 추세로만 가면 15년 뒤, 길면 20년 뒤 선교사 수가 미국을 넘어설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 선교사 파송 1위국이지만, 선교사 공급이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제가 속한 예장 고신 교단만 해도 선교사 자원이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선교에 큰 사명을 감당해야 할 시점을 맞았습니다. 한국교회 목회자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책임을 인식해야 하겠습니다."

-선교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우리 사직동교회만 해도 70여 명의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는데, 제 개인적 철학이지만 '눈에 보이는 선교', '과시하려는 선교'를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건물을 짓거나 해야, 지원해 주는 본국에서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하니 과시성 유혹에 많이 빠지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교단 선교사들을 만날 때마다 '네비우스 선교사가 가르쳤던 자전·자치·자립 등 3대 원칙'을 강조하곤 합니다. 좀 더디더라도, 현지인들이 스스로 전도하고 스스로 교회를 세워 나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한국교회 초기에 그러했듯, 복음을 받아들인 현지인 크리스천들이 예배당도 세우고 학교도 세울 수 있는 정신을 가르쳐야 합니다.

뭔가 업적을 내기 위해 쫓기듯 본국에 요청해서 학교를 짓고 예배당을 짓는 선교지가 있지만, 사후 관리가 제대로 안돼 세운 건물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건 분명 낭비입니다. 우선 한 사람 한 사람을 전도하고 구하는 데 집중해야지, 흔히 하는 말로 '하드웨어'에 지나친 신경을 쓰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요즘 선교계 최대 화두는 아무래도 '이슬람'이겠지요.

"선교계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지난 7월 초 지중해 연안에서 이슬람권 선교를 하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초교파로 개최한 수양회를 인도하고 돌아왔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수양회였는데, '한국교회가 아니면 이슬람권 선교를 해낼 나라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너무 힘든 사역이지만, 또한 한국교회가 해내야 할 사역임에 분명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외관상으로 이슬람 선교는 너무 힘들고 불가능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측면에서 역사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슬림 출신 기독교 개종자들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무슬림에서 개종한 신학대 교수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무슬림 선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철봉
▲김철봉 목사. ⓒ송경호 기자

-요즘 한국교회의 '북한 선교'는 다소 정체 상태인 것 같습니다.

"북한 선교는 무작정 해선 안 됩니다. 상대가 있기 때문에, 치밀하게 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이 있는 가운데 어떻게 지속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지만, 통일의 문이 열렸을 때 어떻게 질서 있고 품위 있고 은혜롭게 북한 교회를 재건하고 선교를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북한교회 '재건'이라고 말하는데, 분단 이전 북한 지역에 약 3,200개 교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기득권이 있으니 이 교회들은 재건해야겠지만, 3,200개 교회로는 분명 부족할 것입니다. 1만 5천 교회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처럼 교회를 마구 세워서도 안 되겠지만, 이 정도 개수를 염두에 둔다면 개척도 많이 해야겠지요. 물론 질서 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희망사항이지만, 한국교회 초기처럼 각국 선교부가 지역을 분담해서 효과적으로 선교했던 것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필요하면 한국교회는 이러한 북한 선교나 무슬림 선교를 위해 연대하고 협력함으로써, 다른 선교지들에서 범했던 실수나 우를 다시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장로교단들끼리라도 우선 협력해야 하고, 서둘러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경우 70년 넘게 공산 독재체제에 살고 있는데, 그러한 정서를 무시하고 무질서하게 복음을 전했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덕스럽고 지혜롭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연합'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지난해 총회에서 목사님은 당시 고려 총회 천환 목사님(본지 회장)과 아름다운 교단 연합을 이루면서 한국교회에 큰 귀감이 되셨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끝없는 분열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요한복음 17장에는 '예수님의 대제사장적 기도'가 나옵니다. 온 인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기 전, 하나님께 '대제사장으로서' 마지막 기도를 올려드리는 장면입니다. 그 기도의 핵심 내용이 바로 '하나됨'입니다. '삼위 하나님이 하나이신 것처럼 너희도 하나 되어라', 이것이 예수님의 당부입니다.

우리가 사실 이런저런 핑계와 이유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님 앞에 송구스럽기 짝이 없고 어린 교인들 보기에도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유구무언'입니다. 로마교회가 엄청난 교리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마치 기독교를 대변하고 대표하는 양, 하나님은 아니라도, 시대와 역사로부터 인정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분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복음의 정통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신뢰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것은 바로 분산돼 있기 때문임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두고 두고 풀어야 할 숙제이지만, 우선 가능한 교회와 교단들끼리 하나됨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고려와 고신이 40년 만에 통합할 수 있게 된 것도, 물론 하나님의 깊으신 뜻이었겠지만 저와 천 목사님이 가진 목회철학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된 고신 교단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예장 합신과의 통합을 목표로 교류하고 있습니다. 6월 말에도 경주에서 양 교단 임원회가 1박 2일간 모여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거기서 제가 제안하기를, 지금 우리 모임이 '교류위원회'인데, 각 총회에서 안건을 올려 '통합위원회'로 그 명칭부터 바꾸자고 했습니다. 1년간 연구하기로 하지 말고, 실무진들이 연구해서 곧바로 바꾸기로 말입니다.

예장 고신과 합신이 통합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한국교회 정통 보수신앙을 대변하는 힘 있는 교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장 합동이라는 큰 교단도 있지만, 교단 정치적으로 복잡한 곳이라 덕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통 보수신앙을 대변하는 교단 하면 고신과 합신인데, 둘이 합치면 시너지가 엄청날 것입니다.

둘째로는 이렇게 교단이 하나 되어야 하나님께서 남북통일을 허락하셨을 때 북한에 효과적으로 건강한 교회들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개전투보다는 연합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현실적 이유 때문에라도 하루 빨리 두 교단이 통합을 이뤄야 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부산 지역에서 오래 목회하고 계신데요. 부산경남 지역은 복음화율이 낮아서 목회하기 힘들지 않으셨나요.

"저는 항상 역지사지로 생각합니다. 부산뿐 아니라 영남 지역은 전도할 수 있는 희망이 훨씬 더 많다는 것입니다(웃음). 지난 5월 말 저희 교회에서 불신자 초청 새생명축제를 열었습니다. 이틀 동안 세 차례 집회에서 2천여 명이 왔습니다. 

외부 전도집회를 자주 나가는 성악가 안민 교수(고신대)가 저희 교회 선임장로인데, '제가 새생명 축제 강사로 많이 다니지만 전국을 다녀봐도 이렇게 많이 초청되는 곳이 없다'고 고백하더라고요. 부산은 대부분 불교 신자들인데, 집념을 갖고 노력하면 초청이 됩니다. 얼마나 좋아요?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면 얼마나 신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부산 경남, 나아가 영남 지역은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전도할 대상이 많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