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명이다 최현식
▲저서 앞에서 포즈를 취한 최현식 박사는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니, 한국교회를 이대로 두시진 않을 것”이라며 “그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2020-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 1·2를 통해 한국교회의 위기와 원인 등을 가시적 지표와 객관적 통계로 제시하고 분석하여 '지속 가능한 미래'를 고민하게 했던 최윤식·최현식 박사가, 이번에는 <다시, 사명이다>를 펴냈다.

앞선 두 권의 책이 한국교회를 향한 경고와 대처법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 책은 크리스천 개개인을 향한 메시지이다. 저자들은 한때 강조되다 지금은 먹고 사는 문제에 갇혀 시들해진 '사명'을 다시 끄집어내, 그 깊은 데로 가는 '위대한 도전'에 나설 것을 독려한다. 저자들은 사명을 '하나님이 가치 있게 여기시는 시대적 소명'으로 정의한다.

사명에 대해 상술한 후, 책에서는 사명을 찾고 훈련하며 완수하는 사명자들을 세우기 위한 '미래준비학교'를 교회에서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크리스천에게 성경이 제시하는 해답이 믿음, 통찰력, 사명 등 3가지라고 설명하는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최현식 박사(예수나무교회 담임)를 만나, 미래와 사명, 기독교인들의 미래 준비와 미래준비학교 등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2회에 나눠 게재될 예정이다.

-미래학자가 '사명'에 대해 말씀하시다니 뜻밖이기도 하고, 외람되지만 개인적으론 약간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시대를 중심으로, 3가지 사명의 키워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대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에게 주신 소명이 다른데, 지금은 시대 변화의 중요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명은 미래학과도 중요한 매칭을 이룹니다. 앞으로도 계속 달라질 시대 앞에서, '어떻게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 것인가'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사안입니다.

두 번째로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자면, 오래 사는 시대가 됐습니다. 보통 사명 하면 대부분 한 가지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제까지는 천국에 일찍 갔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었지요(웃음). 사명 하나만 갖고 살아도 문제가 없었지만, 하나만 갖고는 안 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부르심대로 살아왔는데, 삶이 더 많이 남은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시간을 주실 때는, 또 다른 더 큰 사명을 원하시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미래는 변화합니다. 변하는 시대 가운데, 첫째로 사명을 다시 새롭게 할 만한 마음이 있는가, 둘째로 어떻게 하나님나라를 위해 살 것인가를 말하는 데서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비슷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미래 예측은 굉장히 분석적·과학적이고 예리한 면이 있지만, '대안'은 그런 식의 접근을 하지 않아 다소 뻔하거나 나이브(naive)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누구나 내릴 수 있는 결론이라고 하셨으니 되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도 아는 결론에 대해 무엇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아는 것 같지만,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건 모른다는 말과 같습니다. 미래가 불안하다면, 모르는 것이지요. 시험을 치를 때 잘 하는 친구들은 겁 없이 써 내려가지만, 문제를 풀지 못한다는 건 모르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진행 과정이 뻔해 보이지만, 뻔한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각성하고 준비해야 할 문제라는 말입니다. 3년 전 출간했던 <2020-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는 '솔루션'을 주고자 한 것이 아니라, 상황을 설명하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이번 책도 100% 솔루션을 줄 순 없지요. 저희가 모든 세대를 아울러 새로운 답을 줄 수 있는 능력자는 아니기 때문에(웃음),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렇게 전지전능하신 분은 하나님 뿐이시겠지요."

-미래를 예측하는 부분에서는 주로 경제적 접근이 이뤄지는데, '종교'도 '정치'도 아닌 '경제'가 미래 주요 부분을 좌우한다고 보시는 것인지요.

"그렇진 않습니다. 경제나 사회구조적 측면으로 접근한 이유는, 기독교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이미 그런 식의 접근을 하시는 분들이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말씀하셨는데, 정치와 경제는 서로 보폭을 맞춰서 갑니다. 경제와 정치 등 각 분야는 모두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회가 조금 어그러졌다면, 그 균형이 흐트러지고 어느 하나가 뾰족한 송곳처럼 튀어나왔다는 것입니다."

최윤식 한국교회 미래지도
▲책을 공저한 최윤식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그래서 대안 부분에서는 원론적 이야기를 많이 거론한 것인지요.

"밸런스적 측면에서 그런 것입니다. 분석적 측면에서 대안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지역과 각 교회마다 같은 정답으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지방 교회학교 교사강습회에 가서 '외람되지만 제 앞에 하셨던 강사분은 이 지역에서 잘못 부르신 것 같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강사는 수도권 유명 대형교회 사역자였는데, 그 교회 사역을 이 지역에서 각 교회마다 접목해 봐야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분석적이고 똑 떨어지는 결론보다는, 보편적인 대안들과 미래준비학교를 내세운 것입니다. 미래준비학교를 각 교회에서 활용하실 수 있도록 시스템화 했습니다. 기존 성도들 훈련용으로도 가능하고, 전도의 접촉점이나 징검다리 역할로도 섬길 수 있도록 두 가지 색깔로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정치·경제부터 기존 산업군의 변화와 인공지능까지, 이제까지 교회에서 이야기하지 않았고 사회에서조차 잘 이해되지 못한 단계의 이야기들을 던져주면서, 넌크리스천들이 교회에 대한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는 형태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물론 시대를 통찰하고 따라가야 하지만, 시대를 거스를 수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하나님나라를 위해 살고,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키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시대를 통찰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일단 나 자신이 건강해야 하고, 물질적·영적 부분 등 모든 면에서 누가 보더라도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가치 있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또 그런 사람들을 세워가는 것이 제자를 삼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을 변화시켜 가기 위해 미래준비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한국교회는 영적 측면을 잘 세워 왔습니다. 그것도 중요하고 앞으로도 당연히 중요한 일이겠지만, 그 못지 않게 삶의 영역들을 잘 세워가는 면에도 신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영육 간에 건강한 제자를 세우고 재생산해야 합니다."

-말씀을 나누다 보니, 그간 교회에서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오해를 많이 받으셨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역 초기에 교회에서 정치·경제·사회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교회가 꼭 그래서 위기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부분을 꺼내다 보니, '영적 회복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인 만큼, 물질만능 시대에서 성도들이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제자로 세워지는 역할도 이제 교회가 나서야 합니다."

-저자들의 '사명'은 무엇인가요. 미래학도 '사명'으로 시작하셨나요.

"제 사명은 '깨우는 것'이라고 봅니다. 교회 안팎을 막론해 시대가 돌아가는 이치와 구조를 깨닫게 하고, 성도들의 부르심과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우치게 하는 것입니다. 저희를 부르신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래학은 그 과정 중에 주신 부분입니다."

다시, 사명이다
-책 속에서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이 생계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는데, 생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올 수도 있지 않나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명을 가진 모든 사람이 생계를 포기할 순 없지요. 하나님께서 그것을 원하시지도 않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바울처럼 결혼을 포기하고 사역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통찰력을 발휘해 흉년을 준비할 요셉 같은 지도자도 필요합니다. 아브라함 카이퍼 같은 지도자도 있어야 하고, 손양원 목사님 같은 분도 필요하지요.

우리는 대부분 한쪽 측면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밀알'이 되고 썩어져야 한다는데, 각자의 영역에서 썩어져야지요. 그리고 썩어지는 이유는 열매를 맺기 위함인데, 대부분 '썩는 것'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예수님께서는 썩어짐과 함께 열매까지 가는 전체 플랜을 보고 계신데 말입니다. 쉽게 말해 전쟁 때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복음을 지키기 위해 순교하고 헌신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지금 이 시대의 '밀알'은 그 당시와 형태적 측면에서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은 '자본'과 '경제'의 시대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자본에 대해 썩어지고 헌신할 부분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입니다. 크리스천 기업인과 넌크리스천 기업인은 그런 부분에서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넌크리스천 기업인이 돈을 더 벌기 위해 살아간다면, 크리스천 기업인은 '썩어짐'을 통해 영업이익을 5% '더 늘리기' 위함이 아니라 '더 주기' 위해 일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든 것이지만, 시대마다 썩어지는 방법과 형태는 달라져야 합니다.

-사명은 '무엇이 될까'에 대한 해답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미래준비학교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는 결국 '무엇이 되는가'의 문제 아닌가요.

"'무엇이 될까'는 결과론적인 것입니다. 미래준비학교는 과정을 좀 더 중요시합니다. 나를 통해 하나님나라를 어떻게 세우고,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사람을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 과정 가운데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찾습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과정이 필요한데, 그 가운데 경제적 조건과 네트워크, 비전, 리더십 등이 필요한 것이지요.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갖고, 얼마나 돈을 버는가에 관한 내용은 아닙니다.

미래준비학교는 자신의 달란트를 찾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미래비전역량 검사라고 하는데, 나의 기질과 달란트, 그리고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한지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행복하고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 변화하는 미래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까지 나아갑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신 시대적 소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 그 과정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