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나는 늘 이런 세상을 꿈꾸며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따뜻하고 아름다운 경험만 하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세상에 친절하고 진실한 사람들만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지 말고 서로를 배려하고 타인의 마음이 다칠까봐 언제나 조심하면서 사는 사람들만이 함께 어우러져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일 그런 세상이 된다면, 죄와 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상처받아 찢겨진 가슴으로 우는 사람도 더 이상 생기지 않을텐데....  

죄가 관영한 세상에서 계속해서 상처를 받으면서 살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진짜 나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조금만 더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시면 안될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하면 "나는 원래부터 이런 성격에 이런 사람인데 어쩌란 말입니까?"라고 대답한다. 

정말로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을까? 자신의 아기 때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 여리고 아기 냄새가 향기롭던 시절에도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을까? 이 세상에 올 때 그지없이 고귀하고 사랑스럽던 모습이 당신의 원래 모습이 아니었던가?

어느새 상처로 굳어진 마음은 방치해 둘수록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게 한다. 사람들 눈치를 살피며 타인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가면을 쓰고 애를 쓰지만, 정작 가장 사랑을 주고 조심해야 할 가족에게는 함부로 한다. 상처는 오만한 부모가 되게 만들고 편견에 사로잡힌 어른이 되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비극은 자신의 엄마 아빠에게 상처받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에 붙잡혀 있는 부모가 올바른 양육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부단히 상처주는 환경에서 자라게 되는 것이 가장 불행한 일이다. 무지해서 상처를 주었더라도 이제는 중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부모가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어느 날 자녀가 부모의 곁을 떠나게 되거나 부모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을 하면 화부터 내면 안 된다. 오히려 오만을 내려놓고, 겸손하고 겸손하게, 자신을 살피기 바란다. 그리고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자녀를 통해 나를 보아야 한다. 

최근 만난 어떤 엄마는 너무나 훌륭했다. 초등학생 자녀에게 홧김에 손찌검을 했다가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고 한다. 그 순간 엄마에게 상처받은 그 아이는 순식간에 치유되었고, 엄마를 부둥켜안고 울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다. 

나는 그런 엄마가 가장 훌륭하고 위대하다고 느낀다. 어른으로서의 수치를 무릅쓰고 켜켜이 쌓여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오만'을 내려놓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뭐 그리 어려운가. 부모도 잘못했으면 무릎을 꿇어야 한다. 완전한 부모는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누구에게라도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사람이 될 수 있다. 사람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래야 한다.   

죄를 짓고도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오만하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면 점점 더 오만해진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큰 상처가 쌓이고 자기 내면에서 스스로를 향해 잘못된 사고방식이 점점 고착될 수 있다. 상처의 시간이 계속 되면 모든 사람과 세계에 대해 편견이 생기고 가해자와 똑같은 오만에 빠지게 된다.

이 편견은 강박증과 불안을 덧붙이고 더욱더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게한다. 이 편견은 참으로 무섭다.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수용하지 못하는 옹고집이 되게 만든다. 그 누구의 충고나 조언도 받아들이지 않게 되고 점점 무섭게 변해간다.

자신은 자신이 잘 모른다. 더 많은 깨달음과 성장을 하지 않으면 어린아이의 상태에서 모든 것이 멈춘다. 사고도 행동도 관계도 행동과 태도로 미성숙하게 굳어져 성인아이가 된다. 

오만과 편견을 넘어서야 한다. 자신의 오만함을 발견해야 한다. 그 오만함은 상처로 얼룩져 영혼에 새겨넣어버린 문신과 같다. 문신은 할 때보다 뺄 때가 더 힘들다고 한다. 강한 레이저로 후벼 파도 다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오만을 빼내야 진정한 자신과 만나게 된다. 아프다고 치유를 멈추지 말기를 바란다. 치유의 끝은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자기 자신이 알게 된다.  

결국 오만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자신의 상처와 연약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가능해진다. 편견은 자신의 연약함으로 인한 강박증과 완벽주의를 인정해야 편견에 차있는 자신을 인식하고 깨달을 수 있다. 깨달아야 해결되고 넘어설 수 있다. 깨달음이 없는 삶은 고귀한 인간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오만과 편견이 만든 수많은 죄와 악들이 가득 찬 세상이 변화되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사람의 상처가 치유되고 굳어진 '거짓 자아'를 벗어버려야 한다. 지금 당장, 사과해야할 사람을 찾아가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고 말하라. 용서를 구해야할 대상에게 용서를 구하라. 그러면 오만과 편견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성숙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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