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화
무더운 여름, 지쳐가는 오후 시원한 비타민 음료는 우리의 몸을 회복시킵니다. 좋은 음식, 아름다운 환경,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교제도 우리를 맑게 샘솟듯 회복시키지요.

고단한 군 생활 동안, 곁에 있는 전우들 중에서 회복될 영혼을 찾아 도와주는 삶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일이 매우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어떤 형제의 이야기를 먼저 소개합니다.    

심씨 성을 가진 상병 계급의 형제를 만나 그의 속사정을 들은 것은 처음 얼굴을 알고도 한참을 지나서였습니다. 심 형제를 처음 만났을 때는 비신앙인과 다를 것이 전혀 없는 군 생활을 하고 있었지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면서 지냈기 때문에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형제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머뭇거리듯 뜸을 들이다, 자신의 신앙생활을 도와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그 형제의 눈빛을 보면서 '도와줄 무엇인가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 형제는 군에 오기 전 고등부 시절까지 교회를 잘 다녔다고 합니다. 작은 도시의 외곽에 있는 교회에서 목사님 아들과 친구로 지내면서 학생부 시절을 보냈답니다. 주중에도 목사님 사택과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사님이 안 계시는 가운데 그 사택에 찾아온 어려운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가, 나중에 이 일을 알게 된 목사님께 호되게 꾸중을 듣고 그 친구와 더 이상 만날 수조차 없게 된 일이 생겼다고 합니다.

물론 그 일 이후 심 형제는 안타깝게도 교회를 등지게 되었답니다. 많은 실망과 회의감으로 다시는 교회를 다니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심 형제는 비신앙인으로 돌아가 세상 사람처럼 삶을 살다 군에 온 것이지요.

그런데, 군 생활을 하던 중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러 모양으로 신앙생활을 해 나가는 부대 내 크리스천 형제들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답니다. 그러다 문득 어렸을 때 교회 생활을 하면서 좋았던 추억들이 떠오르더랍니다. '왜 내가 좋았던 기억들을 멀리하고, 좋지 않았던 한 사건에 매몰되어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저를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 후에 심 형제와 함께 성경공부를 하고, 교제를 나누고, 예배에 같이 참석하면서, 저는 그 형제의 신앙에 기본 체계가 잡혀있었던 것에 놀랐습니다. 성경도 많은 부분에 대해 익숙하게 알고 있었고, 찬양도 아주 잘 불렀습니다. 이후 그 형제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물론 술 담배는 끊게 되었고요, 모범적으로 군 생활을 잘 했습니다.

그 형제가 군 생활을 마치고 무사히 전역하는 날, 제 손을 잡고 "진심으로 고맙다"면서 저를 끌어안아 주더군요. 그 진심어린 포옹이 아직도 마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형제를 계기로 주변에 혹시라도 있을 낙심한 크리스천 청년들을 찾고, 말을 걸어보고, 밥을 먹을 기회가 되면 신앙을 묻기도 하는 등 조심스레 탐색(?)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신병으로 왔을 때 처음부터 확인을 해서, 크리스천 형제라면 신앙 있는 선임병을 소개해 적응하도록 돕고, 예배에 참석할 수 있게 해서 군종 목사님께 그의 장점과 신앙생활을 소개하면서 처음부터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였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심 형제처럼, 이후에도 "저도 교회 다니다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숨어 있던 많은 형제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익명으로 군대 속에 자신을 감추고 있습니다. 혹은 다시 돌아오고 싶지만, 상처 때문에 자신이 비난했던 바로 그 기독교에 다시 돌아가기 쑥스러워 머뭇거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자신을 찾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크리스천 형제 여러분, 지금 여러분과 함께 생활하는 옆의 그 전우가 형제에게 맡겨진 영혼이라는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요? 낙심하기 쉽고 힘겨운 군 생활 속에서, 더욱 그들의 손을 진심으로 잡아주면 어떨까요? 그 형제가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부탁해 올 때만이라도 난감해하지 말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숨통이 트여질 것입니다.

군에 올 때까지 비신앙인이라면, 그가 어떤 경우이겠습니까? 대부분 그들에게 신앙인들에 대한 실망과 함께 적대적인 감정이 자리잡게 된 계기나 사건들이 있었으리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20여 년간 살면서 만났던 많은 신앙인들의 모습을 보며 기독교를 판단하고, 예수님을 마음으로 밀어냈던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더욱 그들에게 잘해야 합니다. 그 실망감을 우리를 통해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믿지 않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기독교를 알겠습니까? 신앙인이라고 밝히고 살아가는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기독교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우리의 바르지 못한 삶과 부족한 인격으로 그들이 실족하지 않도록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삶을 살아간다면, 주님께 돌아올 자들은 결국 주님의 품으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 일에 우리가 쓰임받도록 자신을 살피며 전우들에게 사랑으로 대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주종화 교수(<크리스천 청년들의 군대 톡톡> 저자, 예비역 해병대 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