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딜 발로치
▲찬딜 발로치 공식 페이스북.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파격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양성평등을 주장해 유명세를 탔던 20대 여성이, 결국 친오빠에게 명예살인을 당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파키스탄 경찰은 찬딜 발로치(26·Qandeel Baloch)라는 이름의 이 여성이 지난 15일 펀자브주 물탄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나빌라 가잔파르 경찰 대변인은 “오빠가 잠자는 그녀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진술을 부모에게서 확보했다”고 전했다.

부검의인 무시타크 아메드는 “발로치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질식사이지만, 최종 사인은 독극물 검사가 나와야 확정된다”면서 ”목이 졸리기 전 독극물을 복용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발로치의 오빠인 와심 아짐은 17일 검거됐으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와심 아짐은 경찰 조사에서 “가족의 명예를 위해 동생에게 약을 먹이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말했다.

본명이 파우지아 아짐인 발로치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눈길을 끄는 행동과 발언들을 공개하며 보수적인 파키스탄 사회에서 유명인이 됐다. 그녀의 트위터 팔로워는 4만 명, 페이스북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는 70만 명이 넘는다. 최근 라마단 기간에는 한 호텔 방에서 유명 종교지도자와 ‘셀카’를 찍은 후 이를 SNS에 올려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성직자는 이슬람의 가르침을 위해 만났을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파키스탄 정부는 그의 성직자 자격을 박탈했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에도 그녀는 SNS에 “아무리 그만두라는 협박을 받더라도 나는 싸울 것이며,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밝혔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명예살인으로 희생된 여성이 1,09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보수적인 파키스탄에서는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이 그 구성원들 중 여성을 살해하는 ‘명예살인’ 관습이 여전히 빈번하다.

그녀의 죽음 이후, 파키스탄 누리꾼들은 명예살인을 반대하는 입장과 찬성하는 입장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