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독교계에서는 공명선거에 대한 열망이 매우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감독회장 선거 파동으로 큰 홍역을 치른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기감에서는 오는 9월 27일 감독회장 및 감독 선거를 앞두고 금권과 부정을 뿌리뽑자는 운동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기감 본부에서 출범한 '메소디스트 클린보트 운동본부'도 그 일환이었다.

그러나 11일 행사에는 감독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 4명이 참석을 약속했지만, 그 중 실제로 참석한 인사는 1명뿐이었다. 특히 선관위원장이 불참을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선관위가 오히려 부정선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는 상황이다. 실제 기감의 선거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증언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감독회장 예비 후보 중 클린보트 운동본부 출범 행사에 유일하게 참석하는 등 공명선거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허원배 목사(부천 성은교회)를 만나 그의 입장을 들었다. 다음은 허 목사와의 일문일답.

허원배 목사.
▲허원배 목사.
-지난 11일 클린보트 운동본부가 발족했다. 언론에 배포된 사전 보도자료에는 6명의 감독회장 예비 후보 중 4명이 참여하기로 했다고 나와 있었다. 하지만 당일 현장에 나온 예비 후보는 정작 목사님뿐이었고 협약식은 취소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나도 당황했다. 그날 아침까지 협약식이 무산되었다는 이야기를 공식 전달받지 못했다. 그리고 협약식이 후보자들 간이 아니라 클린보트운동본부와의 협약이라고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협약을 원하는 후보가 몇 명이든 협약식은 진행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 협약이 후보자가 '나는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고 감리회의 모든 목회자와 신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원하지 않는 후보는 당연히 그런 협약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후보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협약을 원하는 후보까지 약속된 협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클린보트 운동본부 발족식에서 '후보자 4명이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는데, 선거관리위원장이 후보자들을 압박해서 나가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른 후보들과 관련해서 정확한 것은 잘 모른다. 다만 나는 선거관리위원장님에게서 협약식에 나가지 말라는 문자를 받았다. 사실 매우 불편했다. 후보자 입장에서 선거관리위원장의 말은 매우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위원장님은 강요가 아니라 권고였다고 하지만, 선거관리위원장의 권고를 권고로 받아들일 후보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위원장님이 '불법'이라는 말을 일부 후보에게 했다고 들었다. 사실 나도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런 점에서 위원장님의 이런 행위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여론조사나 정책토론이 불법이라는 입장인 듯하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유감스럽다. 선거는 후보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유권자들에게 전하고, 유권자들이 그걸 듣고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현재 감리회의 선거법에 의하면 후보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다른 선거에서는 선거공보를 후보들이 직접 제작해 다른 후보와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는데, 감리회는 선거공보도 선관위가 직접 제작하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후보들은 선거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없고, 또 자신의 생각을 알릴 방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법에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여론조사와 정책토론을 금지하는 것은 한 마디로 후보자가 직접 선거인을 만나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금권선거를 막을 길이 없다. 일반 선거에서 후보자의 호별 방문을 금지한 것도 그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특히 위원장의 주장은 선거법과 자신들이 만든 시행세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시행세칙에는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경우는 공직선거법의 규정과 같이 여론조사를 빙자하여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불법선거 운동을 의미하며, 언론기관 등이 후보자의 지지도를 조사하기 위한 단순한 여론조사는 금지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불법선거운동'이 아닌 한, 여론조사를 허용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여론조사를 불법이라고 하면 이 시행세칙은 무엇인가.

정책토론회도 그렇다. 2014년도에 치른 제31회 총회 감독 선거 때 시행세칙에 보면 '선관위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합동정책발표회 및 토론회를 허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선거법의 해당조항은 2012년 이후 개정된 적이 없다. 법 조항이 똑같다는 말이다. 그러면 똑같은 법을 가지고 2014년도에는 허용이 됐는데 2016년도에는 허용이 안 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리고 총실위의 결의 운운하는데, 이번 선관위는 '선관위는 합동정책 발표회 및 토론회를 시행한다'는 내용의 시행세칙 개정안을 총실위에 올렸고, 이것이 부결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선관위가 20일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에 8000만 원을 들여서 직접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안이 부결된 것이다. 그리고 제31회 총회 감독 선거에서 허용됐던 '선관위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합동정책발표회 및 토론회를 허가할 수 있다'는 내용은 총실위에 상정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것을 두고 총실위가 부결시켰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난번 감독회장 예우 문제와 관련한 기자회견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 기자회견을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분명히 해 둘 것은, 지난번 기자회견은 특정인을 비판하거나 어렵게 하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다. 이것을 넘어서지 않고는 감리회 쇄신이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한 것이다. 그리고 나도 놀라울 정도로 파장이 컸다. 그것은 그만큼 이런 문제에 대해 신자들과 목회자들의 관심이 많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드리고 싶은 말은, 나는 감리회에서 금권선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목회를 30-40년 한 목회자가 유산 상속이나 별도의 사업을 하지 않는 한 수억 원의 개인 재산을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실제로 감독회장 선거에서 돈 봉투를 돌리고 밥을 사고 하면서 선거를 치르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별도로 모아 놓은 재산이 없다면 그 돈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감독회장에 취임해서 이 빚을 만회할 수 있는 수입이 생기지 않을 경우 노후에 파산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십수억 원 정도는 감독회장 재임 기간에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니까 거리낌없는 금권선거가 가능한 것이다. 만약 감독회장이 존경과 사랑은 받지만 취임 전보다 낮아지고 가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명예나 권력을 목적으로 감독회장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지는 대신 감리회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 나설 것이다. 그래야 감리회가 새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 역시 쇄신과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5년 동안 20만 명에 가까운 신자들이 감리교회를 떠났다. 2015년도에만 8만 명 정도다. 이것은 지금 감리교회가 얼마나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는지를 말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감리교회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신자를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감리회가 쇄신과 개혁을 통해 신자들이 감리교회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그것은 교회가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때 가능할 것이다. 또 지도자들이 먼저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섬기고 자기 몫을 내놓는 등 본을 보일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선거운동 과정에서 향응을 제공하고 돈 봉투와 침구를 뿌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감리회가 이런 것을 방치한 채로 쇄신하고 개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실제로 지금도 금품이 오가는가.

"나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금품 요구를 받았다. 실제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전히 금권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지역에 갔더니 어느 후보가 밥을 사고 돈 봉투를 나누어 주었다기에 그분이 그럴 리가 없다며 변호했더니, 내가 그 제안을 받은 사람인데 무슨 소리냐는 핀잔을 들었다. 또 한 후보가 일부 선거인들에게 침구를 돌렸다는 이야기는, 선거판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는 비밀이 아니다. 얼마 전 한 평신도 모임에서 일부 후보가 밤에 돈 봉투를 뿌렸다는 이야기를 우리 교회 장로님이 직접 듣고 '이런 선거를 해야 되느냐'고 한탄하는 것을 보고 정말 부끄러웠다. 불행하게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