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2.0
▲작업 모습. ⓒ성경2.0 제공
성경 통독 프로그램이나 성경을 쉽게 풀어 주는 각종 '참고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결국 성경 읽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성경은 66권이 다양한 장르와 내용으로 구성돼 있기에 차례대로 읽기도, 전체의 맥을 잡으면서 읽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기독교는 '책의 종교'이기에, 성경을 읽지 않고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배경지식이 전무한 새 신자들에게는 이러한 고충과 딜레마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만화 <성경 2.0> 시리즈를 기획한 씨엠 크리에이티브(CM creative) 이길우 대표도 그랬다. 마흔이 돼서야 회심하고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이 대표는, 성경 읽기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쉽지 않았다. 초신자들을 위한 '쉬운성경'으로 1독을 했지만, 머리에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학습만화 기획사 '하이툰닷컴'을 운영하며 유명한 '와이(WHY)'를 비롯해 '둘리 탐험', '서울대 인문고전' 시리즈 등의 작업에 관여했던 이 대표는, 결국 성경 내용을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특히 21세기 시대상에 맞게 텍스트와 이미지를 통해 쉽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성경 2.0
▲구약편 7권 모습.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성경 2.0> 시리즈다. 현재 구약이 전 7권으로 출간됐고, 신약이 작업 중이다. "텍스트 위주의, 누군가 성경을 대중에게 잘 설명해 주는 방식이 1.0이었다면, '성경 2.0'은 그림과 글을 통해 혼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학습만화 제작 경험은 많았지만, 초신자이다 보니 성경 전체 내용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하나님의 말씀'을 다루는 것이기에 허투루 할 수도 없었다. 결국 책은 예정보다 3년이나 늦은 2013년에야 출간이 시작됐고, 9년간의 대장정 끝에 지난해 구약 전 7권이 완간됐다.

스토리 작업은 때맞춰 입사한 '목회자 자녀' 김동순 작가가 맡게 됐다. 평소 '제대로 된 성경 만화'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던 김 작가는 이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그림의 퀄리티도 상당해, 시리즈는 오랜 기독교 역사를 지닌 서양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애초 만화의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작업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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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모습.
전 세계적으로 학습만화는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에 있는 데다, 국내에서 20여 년간 학습만화만을 만들어 온 이 대표의 경험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남다른 그림 수준 때문에 번역서가 아닌가 오해하는 독자들도 간혹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순수 국내 실력"이라고 전한다.

그림 하나하나에도 철저한 고증을 거쳤고, 대사와 설명 등에 있어 성경 본문을 그대로 기록해 이해도를 높였다. 복잡한 내용들은 많은 그림이나 도표, 지도로 친절하게 설명했으며, 연관된 사건들은 'Link'를 통해 앞뒤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들도 지루하지 않도록 재미있는 상황 설정과 대사들을 가미했다.

성경 2.0
▲캐릭터가 소개돼 있는 모습.
이렇게 탄생한 <성경 2.0>은 출판 시장에서 독자들의 인정을 받으며 열매를 맺고 있다. 특히 선교지에서 번역 출판해 달라는 연락이 쇄도, 일본어와 영어, 중국어 등으로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영어 번역은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어서, 곧 영어권 선교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좋은 도구를 제공할 수 있다.

씨엠 크리에이티브 김돈영 이사는 "성경이 잘 읽히지 않는 이유는 성경의 배열 자체가 시간 순서대로 돼 있지 않은 데다, 2천 년 전 문화와 관습하에서 쓰였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성경 2.0>은 성경의 순서가 아닌 시대 순서에 따라 책을 배열하고, 우리가 알 수 없는 당대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성경 2.0
▲성경 2.0 쉬운지도.
실제로 <성경 2.0>의 1권은 창세기와 출애굽기가 아닌, 창세기와 욥기이다. 2권은 출애굽기부터 신명기까지, 3권은 여호수아와 사사기·룻기, 4-7권은 사무엘상·하와 열왕기상·하, 역대상·하를 예언서들과 함께 배치하여, 시간의 흐름대로 따라가면서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구약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각각의 특징을 살린 캐리커처로 그리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그림들을 바탕으로 구약 컬러링북을 별도 제작했으며, 주요 인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소책자 크기의 성경 족보를 펴내기도 했다.

특히 성경 족보와 포스터 형태의 성경 지도는 교회에서 바른 신앙 교육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도록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름성경학교와 성경통독 등 교회에서 말씀을 가르치는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어, 각 교회에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성경 2.0
▲<성경 2.0>을 기반으로 만든 <성경 2.0 컬러링북: 구약>.
좋은 자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이 대표는 "값없이 받은 것 중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값없이 주고 싶다"며 "작은 것이지만 유용하게 사용돼 한국교회가 바르게 서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근 1-7권 시리즈에 들어간 각종 지도들을 모아 별도 출판한 <성경 2.0 쉬운 지도>도 기독교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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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배포 중인 ‘성경 족보’.
씨엠 크리에이티브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신약 작업을 5년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들은 2014년부터 작은 교회 도서관 지원 사업을 시작해 수백 권의 도서를 지원했으며, 군부대나 농어촌교회 등에도 후원하고 있다.

이길우 대표는 "초신자들과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성경을 쉽게 알리는 일에 계속해서 중점을 두고, 다양한 교재들과 자습서들도 편찬할 계획"이라며 "남아 있는 신약편 완간을 위해서도 기도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