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영
▲강선영 박사(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대표,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상담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문제가 있다. 각자가 가진 다양한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그 중 공통적인 것이 분노의 문제다.

"저는 아이가 조금만 칭얼거려도 참지를 못하겠어요. 애가 그럴 수도 있는데 저는 참을 수가 없어요. 제 말을 안 듣고 투정을 부리면 손이 먼저 올라가요. 수시로 짜증이 올라와서 제가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왜 이럴까요?"

"아빠는 하루에도 수십 번 욱하세요. 말투도 항상 화가 나 있는 것 같고 낮은 목소리가 말하실 때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와 동생도 화를 잘 내요. 서로 자주 싸우고요. 이런 제가 싫지만 고쳐지지 않아서 미치겠어요."

온 사회가 분노의 용광로를 품은 것처럼 들끓고 있다. 도로에서는 분노 조절을 못하는 사람들이 보복 운전을 하거나 폭력 가해자가 되고, 헤어지자고 한 연인에게 칼부림을 하고, 극단적 분노가 살인을 부르는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매일 가정폭력을 경험해 온 아들이 어머니의 복수인 양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 또 다른 분노의 결과들은 현실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받은 상처를 자식에게 투사하고 전이시켜, 자식을 참담하게 학대하는 아버지도 있다.

학대를 당한 자식은 자랄수록 분노를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더 이상 억누르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시시때때로 욱하며 상처를 준다. 너무 커진 분노가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를 만들기도 하고, 극단적 범죄자가 되게 하기도 한다.

분노가 불러 온 상처는 또 다른 분노를 부른다. 분노는 상처에서 생겨나 사람의 한 생애를 갉아먹는 사악한 기운이 되어 퍼져 나간다. 분노가 상처를 만들고, 상처가 분노를 또다시 키운다.

분노로 뒤덮인 사람은 때때로 인간성을 상실하고 짐승처럼 변하기도 한다. 아마도 악마는 사람의 상처를 이용하여 분노를 더욱 부추겨서, 짐승처럼 변한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도록 만들 것이다. '죽이고' '멸망시키는' 것이 그들의 일이기 때문에.

사탄(악마)에게 노출된 분노의 사악한 기운들이 이 세상에 자욱히 덮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분노를 사람들에게서 빼내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누적된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자기도 모르게 쌓인 상처는 살인을 부르는 분노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때로는 자살로, 때로는 타살로 나타난다.

분노가 분노를, 짜증이 짜증을 부른다. "나는 욱하는 성격이지만 뒤끝은 없다"는 합리화를 중단해야 한다. 세상에 '욱하는 성격'은 없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마어마한 상처가 내면 깊숙이 쌓여 있을 것이다. 그런 말을 창피하게 생각해야 한다. 오히려 치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분노는 언제나 불안을 끌고 온다. 불안이 분노를 끌고 오기도 한다. 그래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불안도 크다. 타인이 줄지도 모를 상처가 무서워 화부터 내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짜증을 내고 투정을 부리는 것도, 상처받은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적절하게 받아 주면 아이의 상처는 치유된다.

어른이 짜증내고 분노하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의 상처가 쌓이고 쌓여 분노의 덩어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자존감이 매우 낮고 열등감은 아주 높다.

분노는 스스로를 올무에 묶어 지옥에 던지는 사악한 기운이다. 반드시 치유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주위 사람들도 행복해진다. 자살 역시 스스로를 향한 분노가 내면으로 쓰나미처럼 밀려와 자신을 죽이는, 가장 참혹한 행위다. 타살은 비할 데 없는 악마적 행동이다. 분노는 그만큼 힘이 세고 무섭다.

당신의 내면에 분노, 짜증, 화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면, 치유받아야 할 그 무엇인가를 탐색해 내어 치유받아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분노가 오래되어 성격인 것처럼 굳어지면 자신은 원래 그런 사람인 줄 안다는 것이다. 분노를 불러오는 상처가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치유는 힘들게 된다.

누가 봐도 화를 내고 있는데도 "내가 언제 화냈어?"라고 큰소리친다. 그러면 가족들은 미치도록 답답하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는 가정에는 새로운 상처와 분노가 계속 쌓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어쩌면 여자보다 더 상처가 많은 것 같다. 그 상처의 고통을 참고 누르고 잊어버리려고 한다. 그 감정도 풀어낼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어른이 되어, 계속해서 분노가 가득 찬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이리라. 여자들도 똑같이 상처가 많다. 여자들은 친구들끼리 하루종일 카페에 모여 수다를 떨며 분노의 감정을 풀어낸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의 치유를 경험하며 산다.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말이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노엽게 한다는 것은 상처를 준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자녀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상처를 주니 분노가 생긴다. 그러므로 분노는 상처가 남아 있는지를 가늠하는 가장 손쉬운 잣대다.

치유가 아주 많이 되면 아주 '온유한 사람'이 된다. 온유한 사람은 더 이상 '욱하는 것'이 없어진다. 웬만해선 화가 나지도 않는다. 온유한 성품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받고 살게 되는데, 오랜 시간 치유와 성숙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 사람이 받게 되는 신의 성품이며 선물이다.

우리 모두가 온유한 사람이 되길 원한다. 온유한 엄마 아빠가 되어 자녀를 온유하게 양육하길 바란다. 온유한 기운이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길 기원한다. '온유함'은 치유의 능력이며 가장 강한 성품인 것이다.

그리하여 곳곳에 범람하는 분노와 분노의 기운과 분노의 참혹한 결과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며, 분노가 사라진 곳에서 흘러나오는 천상의 향기가 온누리에 가득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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