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G 케빈 박 목사
▲케빈 박 목사.
케빈 박 목사는 G2G교육연구소(Generation to Generation Christian Education Center, 소장 이학준 박사) 설립 멤버이자 2세 교재 '리빙 비트윈(Living Between)', '리빙 투게더(Living Together)', 그리고 최근 출판된 '리빙 페이스풀(Living Faithful)' 제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왔다. 디케이더 소재 컬럼비아신학교 부학장이자 애틀랜타중앙장로교회(담임 한병철 목사) 영어권 담당목사로도 사역하고 있다. 한인 1.5세로서 1세대 이민자들의 삶과 신앙을 가깝게 보고 자라온 박 목사는, 1.5세와 2세 자녀 세대 신앙의 부침과 어려움을 직접 겪기도 하고 목격하기도 한 '낀 세대'다.

그는 "한인 2세도 이제 40, 50대 중장년층이 적지 않지만, 이들이 갈 교회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나 자신도 그렇지만 1.5세들은 1세들 사이에서도 자유롭지 못하고 2세들과 어울리기도 힘든 '낀 세대'들이다. 이들만의 정체성과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한 목회가 절실하다"고 하나님의 '아픈 손가락'을 언급했다.

영어 구사가 자유롭고 겉은 한국 사람이지만, 사고방식의 대부분이 미국식인 40대 한인 가정이 교회를 찾아 간다면, 그는 과연 한인 1세대와 20대 이하 2세대들이 대부분인 '한인교회'를 찾을 것인가 일반 (미국) 대형교회를 찾을 것인가? 선뜻 "그래도 한인교회지!"라고 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현재 미주 한인교회들의 현실이자 숙제일 것이다.

G2G 케빈 박 목사
▲G2G에서 함께 사역하는 (왼쪽부터 순서대로) 케빈 박 목사, 이학준 교수, 박길재 교수.
"사일런트 엑소더스(Silent Exodus, 조용한 이탈)는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미주 한인교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한인 학생들이 고등학생 때까지는 부모를 따라 교회를 다니다가, 대학에 진학하면 90% 이상이 교회를 '조용히' 떠나 버린다. 이들이 다른 미국교회라도 다니면 괜찮겠지만, 대부분은 신앙을 잃고 하나님과 교회를 떠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그 다음이다. 그렇게 교회를 떠났을지라도 결혼해서 자녀를 낳으면 다시 교회로 돌아오고 싶어한다. 언어의 제한이 없으니 유명한 미국교회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은혜는 받지만 커뮤니티가 없어 신앙 성장에 한계가 있다. 결국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해 신앙이 약해지고 쉽게 흔들리고 다시 방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다."

박 목사는 "물론 2세 교회도 있지만 아직은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인 미주 한인교회에서 영어권 예배는 학생들 중심이라 중년층은 갈 데가 없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케빈 박 목사는 그러나 안타까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미주 한인의 역사가 10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민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이민교회 또한 아픔을 통해 성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 같은 상황을 마음에 품고 기도하던 이들이 모여 2007년 '1세대의 신앙을 다음 세대에 물려 주자'는 취지로 설립한 비영리단체 G2G는, '다음 세대를 위한, 다음 세대에 의한, 다음 세대를 교회로 되돌리기 위한' 사역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G2G는 현재 여러 2세 스태프들이 함께 일하는 초교파적 싱크탱크로서, 이미 2011년에 2세 청소년을 위한 영어 정체성 교재 "iDentity", 지난해에 "Living Between(사이에서 사는 삶)" 교사 및 학생용, 학부모용 한글 교재 "사다리가 되어주는 부모"를 출판했으며, 북미주 여러 교회에서 수십 차례 학부모, 교사, 목회자 강습회를 열어오고 있다. 고무적인 사실은 이 모든 사역이 이중 문화권에서 자라나는 우리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탄생했다는 점이다.

"G2G의 교재들에는 저를 비롯해 다수의 교수 및 목회자들이 참여했다. 기존 교회가 한국 혹은 미국에서 만든 교재를 사용했다면, 이 교재들은 한인 2세들을 위해 특화된 것으로 각 권 35과에 걸쳐 총 3권으로 구성됐다. 이야기-성경-적용 순서로 디자인됐으며 1년에 한 권씩 총 3년이 걸렸는데 드디어 7월에 마지막 3권이 출판된다. 세대 간 문제에 대한 깊은 질문과 성경적인 해답들이 망라돼 있고, 신앙 지식뿐 아니라 이중문화, 인종차별, 부모, 친구, 이성, 인터넷, 사춘기 청소년의 정체성, 기독교 영성 정립 등 우리 2세 자녀들이 겪는 문화적 혼란과 변두리화의 도전들에 적합한 대안과 방향을 신학적·교육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앙의 성장에는 반드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그는 "중년을 맞은 2세들은 사회적으로는 자리잡았을지 몰라도 영적으로는 뿌리가 약하다. 뿌리가 약한 식물은 결국 말라 죽게 된다. 이들을 위한 깊이 있는 예배, 신학적으로 성숙하고 건전한 교회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그는 "먼저는 1세 목회자들이 2세 사역을 하는 목회자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훈련하고 돌봐주시길 부탁드린다"며 "1세인 담임목사는 1세 목회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니 2세 목회를 챙길 여유가 없고, 대개 좋은 영어권 전도사나 목사에게 일임한다. 그런데 이들은 어려서부터 신학적인 믿음을 정립하지 못하고 훈련과 케어를 집중적으로 받지 못한 채 단절된 사역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세들이 1세보다 신앙을 문화와 연결해 발전시켜야 하지만 어떤 면에서 1세보다 더 보수적이며, 자신과 하나님과의 관계만을 집중하며 고집하고 사회적 책임이 약한 문제 등이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삼위일체 신학'을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1세대 교회가 세대를 어우르는 것을 원하지만, 1세와 2세 간 연결점을 찾지 못하고 단절된 경우가 많다"며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불리기 원하신 하나님은 세대의 하나님이시다. 우리도 1세, 1.5세, 2세 사이에 하나님을 나누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단순히 함께 예배를 드리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세대 간에 마음을 투명하게 털어놓고 고백하고 협력하고 나아가야 한다"며 "1세대 목회자가 멀리서 지시나 지원을 하는 데서 더 나아가, 함께 호흡하며 서로의 아픔과 갈등을 경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