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마음은 참으로 대중을 잡기가 어려운 것이어서, 그것을 얻고자 하는 이들로 하여금 고뇌를 거듭하게 만든다. 그래서 정치인·기업인·문화예술인 등은 자신들의 기량을 한껏 쥐어짜내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때로는 그 '의도'가 제대로 먹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런데 반대로 전혀 의도하지 않은 부분이 소위 '대박'을 터트리기도 한다.
'대중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영화에도 그런 사례는 매우 많다. 대표적인 예로 몇 년 전 동명의 고전 소설을 영화화한 '레 미제라블'을 들 수 있다. 당시 영화의 엄청난 흥행으로 OST의 인기도 대단했는데, 그 중 최고는 단연 '혁명의 노래'인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이었다.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혁명을 노래하는 장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지만, 사실 '혁명'은 이 작품의 주제와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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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엘 신부가 은식기를 훔친 장발장을 용서하는 모습. '레 미제라블'의 최고 명장면은 사실 이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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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던 '겨울왕국'의 경우 원래 주인공인 안나보다 조주연 격이라 할 수 있는 엘사가 훨씬 많은 인기를 얻어 버렸다(실제 엘사를 주연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을 정도로). 엘사가 워낙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보이는 부분들을 많이 맡고 있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역대 최고의 영화 OST 중 하나로 꼽히는 'Let it go'를 부른 것도 크게 작용했다(그냥 한 마디로 외모지상주의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원작 '눈의 여왕'에서 엘사는 마녀였지만, 'Let it go'가 워낙 밝은 느낌의 곡으로 나와서 제작진이 그에 맞게 캐릭터와 스토리를 변형시켰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노련한 디즈니 측은 이 같은 결과를 충분히 예상하고 또 의도한 듯, 처음부터 이야기의 주제와는 관계없는 'Let it go'(엘사가 자신을 미워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간 뒤, 자신만의 성을 쌓고 나서 "날 내버려 두라"고 부르는 노래다)를 메인 테마로 정하고 엘사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앞세우기도 했다.
▲"'벤허' 하면 '전차신'이지!" 여러분의 생각도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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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의 친구에서 원수가 된 메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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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 경주에서 승리하고 메살라에게 복수까지 성공한 벤허가 본디오 빌라도 총독에게 월계관을 받는 모습. 이때 빌라도는 벤허에게 "'로마인들의 신'이 되었다"고 축하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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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는 '복수' 이후 성취감과 쾌감에 젖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더 큰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오르게 된다. 간신히 찾아내 재회한 어머니와 여동생이 한센병(당시 유대인들은 하나님께 저주를 받은 것이라 여겼던)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과 함께 나오던 벤허는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을 괴롭히던 분노와 복수심에서 자유를 얻는다. 또한 예수를 통해 어머니와 여동생의 한센병이 치유된 것까지 경험하고는 모두 함께 기독교로 귀의한다.
다행히도 이번에 개봉하는 '벤허' 무삭제판 원작에서는 '용서'와 '그리스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여러 차례 개봉된 영화 <벤허>에서는 지나치게 긴 러닝타임 때문에 해당 장면들이 삭제되거나 편집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인공 '벤허'가 고난에 처했을 때 예수님에게서 물을 대접받고, 훗날 고난을 극복한 벤허가 십자가를 지신 채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을 다시 만나 물을 건네는 장면 등이 그대로 등장하면서 큰 은혜를 전해 준다.
▲벤허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향하는 예수와 마주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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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후원하고 있는 CMTV(씨뮤직텔레비전, 회장 박원영 목사)는 개봉일인 7월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미자립교회 또는 교회의 20인 이상 단체 관객들을 대상으로 선착순 1천 명에게 1+1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문의: 02-2104-6701). 이는 롯데시네마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신청 가능하다고 한다.
종교를 넘어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벤허'를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를 기회,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