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신학연구소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영한·강근환·김주한·서광선·이장식 박사. ⓒ혜암신학연구소

혜암신학연구소(소장 이장식 박사)의 2016년 봄학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강좌가 27일 오후 서울 안암동 동 연구소 도서실에서 김주한 교수(한신대 신학과 역사신학)가 강사로 나선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아나뱁티스트 운동과 그 사상 -기독교 평화주의 운동의 역사적 모델'을 제목으로 발표한 김주한 교수는 "16세기 아나뱁티스트들의 역사적인 기원에 관한 연구물을 조사해 보면 그들에 대한 평가는 대략 세 가지 방향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그 세 가지 평가는 각각 △혁명적인 인물들과 동일선상에 있다 △16세기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 운동과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기성 교회와 달리 형제애 및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고 박해에 대한 평화적인 비폭력 저항운동을 통해 종교개혁을 전개했다 △로마가톨릭과 프로테스트탄트교회의 제도화된 교권과 가치들을 거부하고 원시기독교 체제로 되돌아가려는 운동이다 등이다.

김 교수는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유럽의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그룹이 독자 노선을 걸으며 출발했지만, 이들의 믿음과 행동 양식에는 공통된 핵심 가치가 있었다"며 "즉 신약성서의 사도적 교회를 지상에 세우려는 열망이다. 이 같은 열망은 그들을 하나의 형태로 묶어 주었고, 결국 특색 있는 연합된 구조로 발전시켰다"고 했다.

이어 성서관과 교회론 등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주요 사상을 소개한 그는 "아나뱁티스트들의 비폭력 평화주의 사상은 악을 행할 위험성을 미리 방지할 뿐만 아니라 선을 실행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며 "이는 또 인간 세상의 갈등 해소와 올바른 관계의 회복을 지향했다. 아울러 하나님, 사람, 국가와 민족, 나아가 창조세계와의 올바른 관계 회복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에큐메니칼 운동의 관점에서 볼 때 로마가톨릭주의나 프로테스탄트 주류도 아나뱁티스트들이 주장했던 신학과 신앙 원리들을 그 자체 안에 포함하고 있음은 분명하다"며 "아나뱁티스트들이 세상과 분리를 표방한다든지 선행을 강조한 면에서는 로마가톨릭주의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수도원주의는 분명 이들이 추구했던 이상과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다른 한편, 아나뱁티스트들은 루터파 및 칼뱅파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갔다"며 "그들이 성서를 그리스도인의 유일한 표준으로 간주하고 모든 행위의 근거로 삼았다는 점이나 또 교권 구조에서 자유를 추구하고 개인적인 '믿음'을 강조한 부분 등은 그들이 실제로 프로테스탄트 세력의 하나였음을 보여 준다. 그들은 종교개혁자들이 표방한 '오직 은총'이나 '소명론'을 전적으로 수용했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아나뱁티스트들의 '신앙의 실천 강조'는 종교개혁자들의 일방적인 '은총 중심의 신학'이 갖는 폐해를 극복해 준다"면서 "결국 '아나뱁티스트 비전'은 반(anti) 종교개혁적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개혁 신학의 '보완재'로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16세기 아나뱁티스트 운동은 기존 교회 세력에 대한 단순한 비판의 차원을 넘어 교회의 본질적인 문제와 씨름하며 '대안 공동체'로서 '세상의 위기'로 존재했다"며 "신앙의 실천력에서 아나뱁티스트들은 종교개혁 주류 집단보다 급진적이고 철저했다. 무엇보다 '비폭력 무저항' 정신은 아나뱁티스트 운동의 초기부터 핵심 신념이었고, 수 세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가치는 변함없이 계승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일 종교개혁시대 개혁 진영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어느 성과를 내려 했다면 교리적 합의와 일치를 추구하기보다 평화담론이 훨씬 유용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신약성서에 기초해 있는 아나뱁티스트들의 평화 담론은 현실 사회와 정치 윤리를 떠받칠 수 없는 '이상주의'가 아니라 기독교 제 세력들이 공유해야 할 현실 명제로서 재평가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진행된 혜암신학연구소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강좌는 이날 김주한 박사의 강연으로 봄학기가 끝났다. 그동안 이장식(3월 28일)·강근환(4월 25일)·이양호(5월 30일) 박사가 강사로 나서 종교개혁의 역사와 마틴 루터의 개혁운동, 칼빈의 정치신학 등을 강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