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리버풀 고등학교 졸업생들.
▲기립해서 주기도문을 암송하고 있는 이스트리버풀고등학교 졸업생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

학교 측이 졸업식 전통인 ‘주기도문 합창’을 금지하자, 이에 반발한 졸업생들이 주기도문을 깜짝 암송해 화제가 됐다.

미국 오하이오주 이스트리버풀에 위치한 이스트리버풀고등학교는 졸업식 때마다 합창단이 ‘주기도문’(Lord's Prayer)을 부르는 전통을 70년째 이어 오고 있다. 올해에도 담당 음악교사는 졸업생으로 구성된 합창단과 함께 이를 준비했다.

그러나 미국 최대 무신론단체 ‘종교에서의자유재단’(Freedom from Religious Foundation)은 지난 5월 초 학교에 경고문을 보내 제재하고 나섰다. 지난해 졸업식에 참석했던 한 학부모가, 주기도문 합창에 불만을 품고 이 단체에 제보했던 것. 이들은 공립학교 졸업식에서 주기도문 합창을 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 위반이라며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학교 이사회는 고심하다 소송을 우려해 이번 졸업식에서 주기도문 합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래리 월턴 이사장은 “그 단체와 소송할 돈이 없다. 변호사를 고용하는 데 돈을 쓰느니 교사를 더 고용하는 것이 낫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반발을 불러 왔다. 이 학교에서 18년 동안 음악교사로 활동하며 매년 졸업식 때마다 주기도문 합창을 지도해 온 리사 엔싱어는 “주기도문이 안 되면 헨델의 메시아, 모차르트의 레퀴엠 등 기독교적 내용의 중세음악도 다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최근 졸업식은 주기도문 합창을 뺀 채 진행됐다. 졸업식 가운을 입은 학생들은 학교 체육관에 앉았고, 하객들은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졸업생 대표로 인사말을 전하기 위해 연단에 선 조나단 몽고메리는 잠깐 침묵하더니 양손을 들어 올렸다. 순간, 앉아 있던 졸업생들이 기립하고 한목소리로 주기도문을 암송하기 시작했다.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학교 관계자들은 당황했고, 관중석에 서 있던 하객들은 함께 주기도문을 암송하며 이 장면을 촬영했다. 학생들이 ‘아멘’ 하며 암송을 마치자, 하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이들의 용기를 격려했다.

졸업생들은 오랜 전통인 ‘주기도문’ 합창을 하지 않기로 한 학교의 결정에 반발해, 주기도문 합창 대신 암송을 준비한 것이다. 이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을 위해 이렇게 해야 하는 현실이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일어난 것을 보고 감격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