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샬롬나비 학술대회
▲학술대회 도중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제12회 샬롬나비 학술대회가 '한국 근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27일 서울 방배동 백석대 목양동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개혁주의이론실천학회(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가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개회예배와 김영한 교수(기독교학술원장)의 기조강연 후 세 차례 발표가 이어졌다.

김영한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신학적 견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역사는 인간의 역사인 동시에 하나님의 역사"라며 "인간이 역사를 형성하나, 신학적으로 볼 때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뜻대로 통치자를 세워 역사 섭리를 이뤄 가시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의 반만 년 역사에서 기독교 전래는 130여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고조선과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와 해방, 남북 분단, 대한민국 출범, 6·25전쟁과 오늘날 분단된 한반도까지,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한국의 역사를 지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한 교수는 "한국 반만 년 역사는 고난으로 점철된 것이 사실이나, 고난만을 갖고 한국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며 "고난은 역사를 통해 고난을 선한 섭리와 경륜으로 사용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과 연관시킬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하나님은 역사의 주로서 한국의 전 역사를 주관하셨고, 그의 주권적 은총 가운데서 우리가 지내 온 큰 현대사를 주관하셨다"며 "오늘날 우리의 과제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를 알아내는 것이고, 이는 기독교 신학자와 철학자 목회자들의 과제"라고 전했다.

또 "반만 년 동안 강대국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우리 민족이 걸어 온 고난의 역사는 이스라엘이 북방 강대국과 남방의 이집트 사이에서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유비될 수 있다"며 "그 하나님의 섭리를 헤아리고 그분의 선하신 뜻에 복종하고 동북아에서 평화와 선교의 나라가 되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라고 덧붙였다.

제12회 샬롬나비 학술대회
▲학술대회에서 이은선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후 '3·1운동과 임시정부와의 관계'를 발표한 이은선 교수(안양대)는 "3·1운동은 외부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무력 침략에 맞서 주권을 회복하여 독립을 얻으려는 반제국주의 운동이었고, 내부적으로 봉건 질서를 해체하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임시정부의 수립을 통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출발시켰던 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그러므로 3·1운동과 임시정부의 관계는, 임시정부가 3·1운동의 반제국주의와 반봉건주의의 근본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공화제 정부를 수립함으로써 해방 후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 국가로 발전하는 초석을 놓았다고 하겠다"며 "우리는 3·1운동과 임시정부의 관계를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는 헌법 전문에 기초하여 정립해야 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3·1운동의 평화 정신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켜 남북의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기여해야 한다"며 "그와 동시에 우리 사회 내부의 다양한 문제들을 3·1운동의 유산으로 세워진 민주공화국의 이념을 새롭게 발전시켜 해결해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8·15 해방과 1950년대 정국'에 대해 발표한 이장식 명예교수(한신대)는 "1945년 8·15 해방은 동시에 남북 분단의 시작이었으므로 그것은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 대결이었는데, 이는 1919년 기미년 독립만세 운동 이후 항일 민족전선의 좌우익 분열의 연속 같은 것이 됐다"며 "미일 전쟁에서 미국의 승리로 조선이 해방됐지만,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인 미국·영국·중국의 모스크바 삼상회담(1943년 1월)에서 미·소 양국이 38도선을 경계로 남북에 주둔하여 5년간 신탁통치를 이미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48년 8월 15일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상해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던 이승만이 대통령, 각료였던 이시영이 부통령, 독립군 장군인 이범석이 국무총리가 됐으므로, 임시정부의 실체는 아니지만 그 정신을 계승한 정부가 됐고 국호도 동일했다"며 "그러나 이제 남북에는 또 다른 정권의 국가가 섰는데, 공동체와 국가는 이제 민족혈연 집단체가 아니라 정치이념적 공동체처럼 되는 것이 국제적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 수상 고르바초프가 공산 체제 해산 후 '신사고' 시대를 열었는데, 그 이전에 생긴 한국의 남북 이데올로기 대치가 지금도 상존하고 있으니, '탈이데올로기' 시대의 한 아이러니"라며 "마지막으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업적 평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했다.

제12회 샬롬나비 학술대회
▲이장식 박사(가운데)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마지막으로 민경배 석좌교수(백석대)는 '한국 근현대사, 한 접근: 민족/기독교/공산주의/산업화'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이광수가 말한 것처럼, 기독교가 '세계에는 청국 외에 다른 나라들도 많이 있다'는 점을 가르치고 난 다음부터 우리의 근현대사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한국의 근현대사 이해는 기독교의 한국 선교와 떨어져서 이해하기 힘들고, 한국 근현대사는 경이와 찬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민 교수는 "민족 의식이라는 것도 기독교에서 시작한다. 한국학 연구 자체가 선교사들의 한국학 연구에서 시작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래서 일제강점기 역대 조선 총독들의 정책 핵심이 '기독교의 근절'이었고, 천황제와 신사참배를 통한 내선일체화 정책으로 한국 민족의 거대한 정신의 연구요 민족의 에너지 동력 동원 체제인 기독교를 해체하는 것이 그 통치의 지상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 없이 한국의 근현대사는 오늘에 이르지 못했고, 심지어 공산주의도 기독교의 판도 안에서 그 만한 신장을 경험했다. 산업화의 점화도 기독교에 있었고, 공산주의도 일제보다 교회 박멸에 더 아우성이었을 정도로 한국교회는 거대하다"며 "한국교회는 이제 제2의 종교개혁을 맞아, '신앙만이' 아니라 히브리서적인 '실체와 증거의 신앙(Fide Cum Opera)' 즉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해야 한다. 그것이 없으면 기독교는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세 차례 발표에서 좌장과 논평은 각각 배정도 박사(창성교회)와 김요섭 교수(총신대), 김윤태 교수(백석대)와 장동민 교수(백석대), 유종필 박사(동산교회)와 이상규 교수(고신대)가 각각 맡았다. 마지막 종합토론에서는 강경림 교수(안양대) 사회로 김성봉 박사(신반포중앙교회), 신현수 교수(평택대), 김형석 박사(통일과나눔 운영위원장) 등이 패널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