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이 칼럼의 독자께서도 꿈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일찍이 무의식과 의식 사이에 잠재의식을 상정해 놓고, 잠재의식과 의식 사이의 연관 또는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연결 속에서 꿈을 설명해 왔다.

일반적으로 꿈의 종류를 세 가지로 나눈다. 몸이 아프고 정신이 쇠약해져서 깊은 잠을 잘 수 없을 때 꾸는 꿈을 병몽(病夢)이라 하고, 성장 과정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앞뒤 연결도 잘 안 되는 소위 개꿈(雜夢)이 있고, 어떤 영적 계시나 미래 상황에 대한 개인과 공동체에 알려 주는 영특한 꿈인 영몽(靈夢)이란 게 있다. 신앙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 영몽에 관한 것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유일한 계시 수단은 아니다. 하나님의 계시는 성경(계 22:18-19)으로 완성되고, 여러 가지 계시 행위들도 종국에는 성경으로 검증을 받아야 되겠지만, 성경이 기록되기 전부터 현재까지 꿈, 환상, 계시, 영감 및 생각나게 하는 것을 통해 개인이나 공동체의 진로나 과제를 알려 주는 일은 적잖게 있어 왔다.

사도행전에서 꿈, 환상, 예언과 영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행 2:16-21). 말세에 하나님의 성령을 부어 주시면 젊은이들은 환상(vision)을 보고 노인들은 꿈(dream)을 통해 예언(prophesy)을 할 것이다. 말세에 위로는 기사(wander)를 아래로는 징조(sign)를 보여 줄 것인데, 그 내용은 피(blood)와 불(fire)과 연기(smoke)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제 성경에 언급된 꿈을 찾아보겠다.

(1)구약에서는 환상과 꿈을 통해 말씀하겠다고 약속하였고(민 12:6) ①아브람의 꿈과 환상(창 15:12-21) ②야곱의 꿈(창 28:10-22) ③요셉의 꿈(창 37:5-11, 창 40-41) ④솔로몬의 꿈(왕상 3:5-15) ⑤다니엘의 꿈(단 2-4) ⑥에스겔의 환상 등이 있었다.

(2)신약에서도 꿈이 나온다. 터툴리안 교부는 "신·불신을 막론하고 하나님께서는 주로 꿈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①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의 꿈(마 1:20-21) ②목자들이 본 환상(눅 2;8-14) ③요셉의 또 다른 꿈(마 2;13,19-20,22) ④동방박사의 꿈(마 2:12) ⑤베드로의 꿈과 환상(행 10:3-21) ⑥바울의 환상(행 16:6-10) ⑦사도 요한의 계시록 환상 등이 있다.

꿈의 유형은 여러 가지다. ①일상적인 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고 들은 경험들이 꿈 속에서 전부 혹은 일부가 재현된다. ②잊힌 상처의 회상: 성장 과정에서 무의식 속에 억압되거나 저장되었던 상처나 불쾌한 경험들이 일정 기간 뒤에 어떤 상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분야를 연구한 심리학자이다. ③사람들에 관한 꿈: 심리학자(프로이트와 칼 융)들의 연구에 의하면 꿈에 등장하는 사람은 거의 자기 자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느부갓네살 왕의 꿈(금신상/ 단 2:31-45)은 이 범주를 벗어나는 것이다. ④무의식적인 꿈: 인간이 위기에 처했을 때 혹은 어떤 변화가 꼭 일어나야 할 때 경험한다.

⑤초감각적인 꿈: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형편을 보여 주거나, 링컨 대통령이 암살되기 10일 전에 자신이 죽는 꿈을 꾼 것 같은 예언적 꿈, 또는 어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심리적 상태를 보여 주는 투시의 꿈도 있다. 친구와의 동업, 중요한 의사결정, 결혼에 대한 중대 결심 등을 앞두고 작정기도나 철야기도 등 깊은 집중기도에 들어갔을 때 하나님께서 직접계시하시거나 또는 생각나게 하시는 것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바로왕, 느부겟네살왕 또는 빌라도의 아내처럼 불신자에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탄이 속이는 꿈을 통해 헷갈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슥 10:2, 렘 29:8). 또 정신적 외상이나 학대에서 연유된 소위 악몽이란 것도 있다. 그런 악몽의 뿌리를 찾아내어 회개, 정결, 치유를 경험해야 한다. 회개하지 않은 죄, 자기만 알고 있는 죄로 인해 죄책감, 불안감, 두려움 등이 있으면 악몽을 꿀 수 있다.

신앙인들이 사모하는 꿈은 영적인 꿈이다. 어린 사무엘을 향한 부르심이나 요셉과 마리아에게 현몽하여 수태고지를 해 주는 꿈이 이에 해당한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인도할 때(마 2:19-23), 권고하실 때(삿 7:15), 평안과 치유를 주실 때(삿 7:13), 경고나 마음을 준비시킬 때(창 15:13-15,41:39), 꿈과 환상과 같은 지식의 은사를 베풀어 주셨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전 총장)